"가르치는 보람 느껴요" 최승훈 코치, 그의 인생 2막
[점프볼=정고은 기자] 지난 해 그의 무대는 코트 안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코트 밖을 책임지는 코치로서 종별선수권을 찾았다. 군산 서해초 최승훈 A(어시스턴트)코치의 이야기다.
지난 해 열렸던 제 69회 전국남녀종별농구선수권대회 당시 최승훈 코치의 신분은 단국대 4학년. 비록 대학리그에서는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라는 고배를 마셔야 했지만 대학신분으로서 마지막으로 참가하는 대회에서 최승훈 코치는 단국대에 '우승'이라는 선물을 안겼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코치로서 다시금 종별선수권 무대를 밟은 최승훈 코치다. 1년 사이 확연히 달라진 위치, 감회 또한 남다를 수밖에. 이에 최승훈 코치는 "선수로 뛸 때는 제가 할 수 있는 플레이만 했으면 됐는데 이제는 코치선생님 보좌도 해야 하고 애들과의 사이에서도 제가 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 보니까 아무래도 선수 때랑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뛸 때가 편했죠"라며 웃어보였다.
지난 2월 코치로서 첫 발을 내딛은 후 어느덧 6개월여라는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처음 맡은 코치직이 결코 녹록치만은 않을 것. 최승훈 코치는 "제일 힘든 건 아이들을 대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운동을 열심히 안하면 뭐라고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삐치는 아이들도 있고(웃음). 처음에는 다독여주고 운동 분위기를 좋게 가져가려고 했는데 최근 1-2달 전부터는 무섭게 소리도 지르면서 가르치고 있어요. 좋은 선생님으로만 할 수 는 없는 것 같아요"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힘든 만큼 보람 또한 크다고. "제가 서해초에 오고 나서 전북 도 대표 선발전을 했어요. 그런데 저희가 그 경기에서 이겼거든요. 그래서 소년체전에 나가게 됐죠. 제가 알기로는 거의 10년 만에 나간 거라고 하더라고요. 물론 애들이 잘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제가 제일 기분 좋았던 건 주위에서 "네가 오고 나서 움직임이 좋아졌다"라고 말해주신 거예요. 그럴 때 '아 내가 열심히 가르치는 보람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최승훈 코치의 말이다.
지금은 코치로서 인생 2막을 살고 있는 최승훈 코치. 하지만 선수라면 모두가 꿈꾸는 '프로'에 대한 아쉬움은 없을까. 이에 최승훈 코치는 잠시 뜸을 들인 후 입을 뗐다.
"프로에 간 친구들을 보면 부럽기는 해요. 처음에는 마냥 부러웠죠. 그런데 제가 선수생활을 하면서 운동을 게을리 했거나 열심히 안 했으면 '왜 이렇게 보냈을까'하고 제가 지내온 시간들을 후회했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제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고 생각해요. 물론 '조금 더 잘했으면 좋았을 걸'이라는 생각은 하지만 프로에 떨어진 건 제 실력이고 복인 것 같아요. 그래도 단국대 쌍둥이하면 열심히 했던 선수로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있어서 후회는 없어요."
이어 그는 "이번 대회 나와서도 다른 선생님들이 저한테 "네가 프로 못가면 누가 가냐"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저 기분 좋으라고 말씀해주시는 거겠지만(웃음) 다른 분들이 그런 얘기해주실 때마다 '그래도 내가 농구하면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는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정말 감사해요.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매년 많은 이들이 KBL이라는 꿈의 무대를 밟기 위해 문들 두드린다. 하지만 모두에게 '프로'라는 이름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최승훈 코치 역시 프로의 냉정함 앞에 눈물을 삼켰다. 비록 프로의 길은 아니지만 이제 그가 걷고 있는 건 지도자로서의 길. 최승훈 코치. 그의 인생 2막을 응원해본다.
한편 군산 서해초는 지난 4일 소년체전 우승팀인 서울 삼광초와의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28-27로 승리하며 예선 3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 본선에 진출했다. 그리고 5일 준준결승행을 두고 상주 상산초와 맞붙는다.
#사진_점프볼 자료 사진
2015-08-05 정고은( goeun-07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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