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기·매타석이 소중하고 행복" 넥센에서 꽃을 피운 윤석민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2015. 8. 5.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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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윤석민이 지난달 30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를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목동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넥센 윤석민이 지난달 30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를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목동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넥센 윤석민이 지난달 30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를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목동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

모든 스포츠가 그렇지만, 야구에서도 트레이드되고 난 뒤 자신의 잠재력을 모두 폭발시키는 선수들이 가끔씩 나온다. 올 시즌 넥센의 하위타순에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주고 있는 윤석민(30)도 팀을 옮긴 뒤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내고 있는 선수다.

두산 시절 ‘제2의 김동주’로 불릴 만큼 잠재력을 높이 평가받았지만,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해 주로 2군에서만 머물렀던 윤석민은 지난 2013년 겨울 넥센으로 트레이드 된 뒤 조금씩 자신의 기량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주전으로 경기에 꾸준히 나서고 있는 올해, 자신의 커리어하이 시즌을 만들며 날개를 펼치려 하고 있다.

오랜 2군 생활, 그리고 넥센에서 맞은 기회. 윤석민은 두 번 다시 쓴 경험을 겪지 않기 위해 매 경기 매 타석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윤석민을 만나 넥센 이적 후 겪었던 모든 것들을 들어봤다.

■올 시즌 목표는 3할·20홈런

풀타임 주전으로 뛰는게 거의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이 더운 한 여름 체력관리를 어떻게 하느냐로 인터뷰는 시작됐다. 윤석민은 시즌 첫 두 달간 타율 2할9푼9리에 8홈런 34타점을 기록해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인 10개를 넘어서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였다. 하지만 6월 들어 2할9푼4리의 나쁘지 않은 타율을 기록했음에도 장타는 홈런 없이 2루타 3개를 치는데 그쳤다. 덕분에 7월이 되어서야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기록을 쓸 수 있었다.

사실 6월의 윤석민은 몸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윤석민은 “그 때 장이 무척 안 좋았다. 살도 많이 빠졌고, 식욕도 없었다. 병원에서는 단순히 체중 감소라고 그랬다. 6월에는 체력적으로 힘이 많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물론 지금은 괜찮다. 윤석민은 “병원에서 두 달치 약을 타 와 계속 먹고 있다.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민은 7월 한 달간 타율 3할5푼6리 4홈런 18타점을 쓸어담으며 건재함을 입증했다.

상황이 어찌 됐건 윤석민이 개인 최고 시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5일 현재 타율 3할4리 12홈런 63타점을 기록 중인 윤석민은 이 페이스라면 18홈런 97타점으로 시즌을 끝낸다. 조금만 더 욕심을 낸다면 타율 3할·20홈런·100타점도 꿈은 아니다. 윤석민은 “내가 장타에 욕심이 좀 많다. 올해는 타율 3할에 20홈런은 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놓친 주전 유격수의 꿈, 후회는 없다

2004년 드래프트 2차 3라운드로 두산에 입단한 3루수 유망주 윤석민은 곧 2군에서 맹타를 휘두르며 김동주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낙점 받았다. 하지만 곧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1군 주전의 꿈은 좀처럼 다가오지 않았다. 2012년 109경기에서 10홈런 48타점을 기록하며 마침내 자리를 잡나 싶었지만 이번에는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윤석민은 “김동주 선배의 벽을 도저히 넘을 수가 없었다. 2군 경기가 끝나고 집에 와서 TV를 틀어놓은 뒤 1군 경기를 보면서 ‘내가 저기에 있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랬던 그에게 넥센으로의 트레이드는 깜짝 놀랄만한 사건이자 기회였다. 하지만 넥센의 3루는 김민성이 확고하게 지키고 있었다. 윤석민은 또 다시 백업으로 시즌을 준비해야 했다.

2014년 상대 투수에 맞게 이성열과 번갈아가며 지명타자를 소화했던 윤석민은 그럼에도 홈런 10개를 쳐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시즌 후 넥센 주전 유격수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행이 확정되자 염 감독은 윤석민을 주전 유격수 후보로 두고 있다는 얘기를 꺼냈다. 3루수만 맡아왔던 윤석민은 스프링캠프에서 후회없을 정도로 열심히 유격수 훈련을 했지만, 결국 후배 김하성에게 주전을 넘기고 말았다.

의외로 윤석민은 덤덤했다고 했다. 윤석민은 “스프링캠프 가기 전부터 설령 주전 유격수 경쟁에서 밀린다고 하더라도 후회가 들지 않을 만큼 열심히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며 “결국 경쟁에서 밀렸지만 후회는 들지 않는다. 그만큼 내 자신에게 후회가 없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다시 찾아온 기회, 이번에는 놓치지 않았다

또다시 백업으로 시즌을 맞이해야 하는 순간, 윤석민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시즌이 시작된 지 얼마되지 않아 서건창이 오른쪽 무릎 후방 십자인대 부분 파열이라는 큰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이 불가피하게 됐고, 김민성도 발목을 다치면서 넥센 내야에 큰 구멍이 생겼다.

이번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3루수로 나서며 공격에서 큰 힘이 된 것은 물론 수비도 열심히 했다. 염 감독이 “윤석민이 해 준 활약이 정말 크다”며 공개적으로 칭찬을 했을 정도다.

윤석민은 “2군에서 오래 뛰었기 때문에 2군 생활이 얼마나 힘든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인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소중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마침내 진가를 드러내면서 친정팀 두산을 만날 때마다 옛 동료들로부터 핀잔을 듣곤 한다. 지난해 이적 첫 홈런을 두산 홍삼삼으로부터 만루홈런으로 장식했던 윤석민은 올해도 두산을 상대로 타율 4할에 2홈런 12타점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윤석민은 “두산 선수들이 이따금 ‘우리랑 있을 때 잘하지 왜 넥센에 가서 잘하냐’고 농담을 던진다. 올해 보니까 내가 두산전 성적이 좋던데 그래서 그런지 ‘왜 우리랑 할 때 이렇게 잘하냐’는 소리도 듣는다”며 미소를 지었다.

■한국시리즈 우승하고 그라운드에서 동료들과 기쁨 나누고파

지난해 LG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윤석민은 대타로 나와 경기를 뒤집는 역전 3점 홈런을 날려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에서는 4경기에서 6타석 들어서 무안타로 침묵했다. 백업이었던 윤석민은 그라운드보다 벤치에서 동료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는 일이 더 많았다.

그래서인지 윤석민의 꿈은 한국시리즈와 무관하지 않다. 윤석민은 “한국시리즈에서 주전으로 나가 팀이 우승할 때, 나도 동료들과 함께 그라운드에서 함께 기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감추어뒀던 소망을 밝혔다.

넥센이 올 시즌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윤석민이 올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을지도 아직은 모른다. 하지만 넥센이 한국시리즈에 올라갔을 때, 윤석민이 그 어느 때보다 투지를 불사를 것이라는 사실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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