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엿'도 안 팔려..수능 D-100 선물 '新풍속도'

김종훈|김민중 기자|기자 2015. 8. 5.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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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기·대입제도 변화로 수능선물 '실속형'으로 전환..유통업계선 고가·고급화 전략 여전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김민중 기자] [불경기·대입제도 변화로 수능선물 '실속형'으로 전환…유통업계선 고가·고급화 전략 여전]

경제 불황의 여파가 '수능 D-100일' 맞이 선물 시장의 '신풍속도'를 불러왔다. 대표적 수능 선물인 엿의 경우 예년에 비해 판매량이 감소하는 '기현상'이 벌어졌고, 비싼 가격의 선물 대신 정성이 담긴 작은 선물과 편지 등을 주고받는 걸 선호하는 학부모와 학생들도 늘어나는 표정이다. 반면 일부 유통업체들은 여전히 '고가'의 수능선물 마케팅에 몰두하며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수능선물 쌍두마차, 찹쌀떡·엿 인기 "예년만 못해"

4일 오픈마켓 G마켓에 따르면 올해 대표적 수능 선물 찹쌀떡의 지난 1주일 동안 판매량은 올해 1월 대비 78% 증가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을 비교할 때 2013년의 경우 135%, 지난해 145% 늘어났던 것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셈이다.

찹쌀떡과 함께 수능 선물의 '쌍두마차'였던 엿의 판매량은 오히려 감소했다. 지난해 수능 100일을 앞둔 1주일 동안 G마켓의 엿 판매량은 1월 대비 184%까지 치솟았던 반면 올해는 같은 기간을 비교할 때 27% 줄었다. 수능 D-100일이라는 이벤트조차 쪼그라든 소비심리를 이겨내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선물의 주 소비자인 학생들은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는 표정이다. 경기 모 여고 교사 신모씨(30)는 "지역별 편차가 있겠지만 경기침체로 지금 학생들이 내가 고교생이던 10여년 전보다 더 돈을 아끼는 것 같다"며 "선물을 사기 위해 3000원 쓰는 것도 부담스러워 하는 학생도 많다"고 말했다. 비싼 선물보다 편지 등 '정성'이 담긴 선물을 선호한다는 분석이다.

◇대입전형 '수능' 비중 낮아져…D-100일 의미 '퇴색'

수능 D-100일을 차분하기 보내기 위한 학교 차원의 지도도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이다. 신씨에 따르면 이 학교에서는 최근 수능 100일을 앞두고 고1·2 후배와 고3 선배들 사이에서 실속형 선물이 오갔다. '포스트잇' 편지 모음, 편지를 말아 '빼빼로' 과자처럼 만든 선물 등 후배들의 정성이 담긴 선물이 큰 호응을 얻었다. "동아리 단위에선 아예 선물을 주고 받지 않고 풍선 파티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었다"는 게 신씨의 전언이다.

수능 100일 선물의 또 다른 소비자인 교사들 역시 미지근한 반응이다. 경기 모 고교 교사 조모씨(30)는 "한 선생님이 수십명의 제자를 챙겨야 하는 상황"이라며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고3 담임을 맡고 있는 교사들이 비싼 선물보다 값은 덜 나가지만 정성이 담긴 편지 같은 선물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특히 대입전형이 수능 중심에서 점점 학생부·논술·실기 중심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는 것도 수능 100일의 주목도가 과거에 비해 퇴색되는 요소라는 분석이다. 교사 조씨는 "수능에 치중하지 않는 고3 학생을 둔 교사와 학부모들은 자연스레 수능 100일 선물을 덜 챙기게 된다"고 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2007학년도 50% 수준이었던 수시모집 비중은 2017학년도 70%까지 커질 전망이다.

◇유통업계 '고급화' 경쟁…'수능만점 금도끼 카드' 등 특이상품도

일부 유통업체는 여전히 고급화·고가 전략을 고수하고 있어 '어긋난 상혼'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이날 A백화점 온라인몰에서는 '3.75g짜리 24k 금도끼'가 들어있는 '수능 순금도끼 카드'가 정상가 25만8000원에 팔리고 있다. 이 카드를 판매하는 업체는 "수험생 성명, 생년월일을 넣어 제작돼 수험생 응원과 절 시주, 기도에 더 큰 힘이 돼 드릴 것"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순금상품임을 감안해도 가격은 터무니없는 수준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일 종가 기준 24k 금 현물 거래가는 1g당 4만1550원이다. 이기준으로 따지면 3.75g짜리 금도끼의 가격은 약 15만5800원. 가공 비용 등을 감안해도 10만원 이상의 차이는 지나치다는 평가다.

또 다른 백화점의 온라인몰에서는 찹쌀떡 20개(개당 95g)가 정상가 3만원에 팔리고 있었고, 엿 세트는 27개(개당 45g) 들이에 2만5600원이었다. 찹쌀떡 판매 업체는 "찹쌀떡에 쓰인 찹쌀, 팥, 밤 모두 100% 국내산"이라며, 엿 판매업체는 국내산 재료와 고급 포장을 썼다며 높은 가격을 책정하기도 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김민중 기자 mi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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