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내가 그저 그런 선수로 보이시나요?.. 나 강정호야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2015. 8. 5.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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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 7월의 신인? 그래도 배고파 '王'자가 빠졌잖아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올 시즌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때까지만 해도 그저 백업 내야수 정도로 인식됐다. 아시아 출신 선수로 성공한 내야수가 거의 없었던 점도 한 원인이었다. 하지만 시즌 초 3루수 조시 해리슨과 유격수 조디 머서의 잇단 부상을 틈타 주전 내야수로 입지를 굳힌 그는 3루수와 유격수를 오가며 팀 내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 잡았다. 7월 들어 더욱 뜨거워진 방망이와 수준급 수비 실력을 뽐내면서 마침내 내셔널리그 '7월의 신인'으로 뽑혔다. 한국 선수로는 2003년 내셔널리그 4월의 신인 최희섭(당시 시카고 컵스)에 이어 12년 만이다. 이에 따라 강정호는 내셔널리그 신인왕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달아오른 방망이, 미친 존재감

데뷔 초반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적응에 애를 먹었다. 한국보다 넓은 스트라이크 존, 다양한 무기로 압박해오는 투수들, 그리고 들쭉날쭉한 출장이 괴롭혔다. 6월 한 달간 타율 0.221에 그쳤던 강정호는 지난달 완전히 다른 선수로 변신했다. 7월 25경기에 출전, 타율 0.379(87타수 33안타) 3홈런 9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출루율 0.443, 장타율은 0.621을 찍었다. 8개 2루타와 2개 3루타, 3개의 홈런으로 13개 장타를 쳐냈다. 이는 7월 내셔널리그에서 장타 공동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강정호의 변신은 주전 내야수로 자리 잡으면서 변화구 적응력이 커진 덕을 봤다. 초반 레그킥(타격 시 한쪽 다리를 들어올리는 행동)에 대한 우려도 말끔히 가셔 투 스트라이크 이후 레그킥을 하면서도 안타를 뽑아내고 있다. 이젠 공수에서 여유마저 느껴질 만큼 안정감을 찾았다.

3일 현재(한국시간) 강정호는 88게임에 나와 타율 0.294(282타수 83안타), 8홈런, 35타점에 출루율 0.367, 장타율 0.454를 거두고 있다. 아직 규정타석에는 미달하지만 이를 채울 경우 내셔널리그 타율 16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팀 내에서는 2위다. 4∼5게임 정도 더 출전하면 규정타석을 채울 수 있다. 출루율은 내셔널리그 12위에 해당한다.

강정호는 또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마무리투수인 글렌 퍼킨스(미네소타 트윈스), 트레버 로즌솔(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상대로 인상 깊은 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클린트 허들 감독은 “투수와 싸울 줄 아는 타자”라며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훈련이 잘돼 있고 파악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미국 언론들도 강정호를 신인왕 후보로 인정하는데 더 이상 인색하지 않다.

◇현재로선 5위 정도의 ‘올해의 신인상’ 후보

올해 내셔널리그는 예년에 보기 드문 신인풍년을 맞았다. 강정호의 경쟁자로는 타자에서 크리스 브라이언트(시카고 컵스), 작 피더슨(LA 다저스), 맷 더피(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투수 중에서는 크리스 헤스턴(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이 있다. 아메리칸리그에는 카를로스 코레아(휴스턴 애스트로스) 외에 이렇다할 신인왕 후보가 없다는 점에서 강정호로서는 불운이라 할 만하다.

브라이언트와 피더슨은 시즌 초부터 메이저리그 톱스타급으로 관심을 모았다. LA 다저스는 피더슨을 위해 팀 간판타자였던 맷 켐프를 트레이드하기도 했다. 피더슨은 3일 현재 102게임에 출전해 타율 0.223, 홈런 21개, 브라이언트는 95게임에 나와 타율 0.246, 홈런 14개를 기록 중이다. 타율보다 홈런을 우선시하는 메이저리그 분위기상 8홈런에 그친 강정호가 신인왕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이 7월부터 슬럼프에 빠진 것은 강정호에겐 호재다. 지난 한 달간 피더슨은 타율 0.169, 출루율 0.229에 그쳤다. 브라이언트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7월 타율이 0.176(91타수 16안타)에 머물렀다. 둘 모두 타격 슬럼프에서 빨리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신인왕 레이스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

오히려 더피가 더 무서운 경쟁자로 등장했다. 더피는 타율 0.304, 9홈런, 48타점으로 인상적인 성적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더블A에서 단 3개의 홈런을 쳤던 그가 올 시즌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투수에서는 선발 헤스턴이 강력한 후보다. 올 시즌 11승5패에 평균자책점은 3.24다. 6월 9일 뉴욕 메츠를 상대로 탈삼진 11개를 곁들여 노히트노런을 작성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는 더피와 헤스턴 두 명의 후보가 있어 기자단 투표에서 불리하다.

아직까지 강정호는 지명도에선 브라이언트나 피더슨의 상대가 되지 못하고, 성적에선 더피와 헤스턴에 다소 밀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편견과 지명도를 깬 순수 성적만 놓고 보면 강정호도 신인왕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 기록전문사이트 ‘베이스볼 레퍼런스’가 분석한 강정호의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WAR)는 3.5로 메이저리그 신인 653명 중 1위다. WAR 수치는 강정호가 대체선수에 비해 3.5승을 더 안겨줬다는 의미다. 더피가 3.2로 강정호를 뒤를 이었다. 브라이언트는 2.4, 피더슨은 2.2로 각각 타자 가운데 6위, 7위에 랭크돼 있다. 헤스턴은 투수 부문 8위(1.5)에 올라 있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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