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길·밤 운전, 차선 왜 안 보이나 했더니 ..

김선미 2015. 8. 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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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5년간 발주공사 64%가30~40% 싼 부실 도료 시공반사율 떨어져 사고 위험
<strong>밤에 안 보이는 차선 … 잘 보이는 차선</strong> 사진은 경부고속도로 서울~대전 구간. 반사율이 높은 도료를 써 새로 시공한 차선(오른쪽 사진)이 시공하기 전의 기존 차선(왼쪽 사진)보다 눈에 잘 보인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예산을 2배 가까이 늘려 유리 알갱이가 혼합된 고급 도료를 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진 한국도로공사]

택배기사 김모(46)씨는 지난달 13일 오후 트럭을 운전하고 서울 강남의 한 도로를 지나가던 중 차선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애를 먹었다.

 마침 장대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눈을 비벼 가며 정신을 집중했지만 굵은 빗줄기에 가려 중앙선도 잘 보이지 않았다. ‘직진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옆 차선을 침범해 달리고 있었다. 갑자기 핸들을 꺾다가 옆 차로 차량과 충돌할 뻔한 아찔한 상황도 벌어졌다. 김씨는 “비 오는 날이나 밤에는 흐릿해진 차선 때문에 아찔할 때가 많다”며 “심한 경우 황색선도 잘 안 보여 마주 오는 차를 보고 깜짝 놀랄 때도 있다”고 했다. 서울 신길동에 사는 직장인 한모(30)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강북의 한 도로를 운행하던 중 가변차로가 제대로 보이지 않아 차선을 여러 번 침범했다. 옆 차로 운전자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한씨는 “차선이 헷갈려 경적을 들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왜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는 걸까. 원인은 대개 도로 차선을 그릴 때 부실 도료(塗料·칠 재료)를 사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도로 차선은 유리 가루 등을 섞은 특수도료를 사용해 반사율이 높게 만들어져야 함에도 기준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경찰청이 지난해 1월 황색선 반사율 기준을 2배 가까이 높인 이후에도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본지 확인 결과 2010~2014년 서울시내 6개 도로사업소와 25개 구청이 발주한 차선 도색 공사 132건 가운데 64%에 달하는 84건에서 규격 미달 도료가 사용됐다. 또 같은 기간 공사를 진행한 79개 업체가 한 차례 이상 부실 도료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특수도료와 일반도료를 5대 5, 6대 4 등의 비율로 섞어 시공하는 게 관행화된 상태”라며 “또 시공업체 대부분이 도로가 아니라 아파트 외벽 도장 등의 전문업체라서 특수도료 기술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도색업체 M사 관계자는 “일반도료와 특수도료는 재료비가 30~40%까지 차이가 난다”며 “낮에 볼 때는 큰 차이가 없어 유혹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부실이 잇따르자 경찰도 수사에 나섰다. 지난 5월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차선 도색 공사에 불량 도료를 사용하고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로 유모(49)씨 등 137명을 적발했다.

 전문가들은 도로 위의 부실 공사를 막기 위해서는 공사 입찰과 감리 과정에서부터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차선 도색 공사는 건설업면허 중 도장공사업 분야에 포함된다. 일반 도장업체들도 차선 도색 공사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 도장업체가 공사를 수주해 일부 수수료를 떼고 도색 기술을 갖춘 전문업체에 하청을 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박진형 서울시의원은 “차선 도색 공사업 면허를 따로 신설하기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강남·강북의 두 권역으로 나뉘어 있는 감리 체계도 세분화해 부실을 솎아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반사율=물체가 빛을 받았을 때 이를 다시 튕겨내는 정도. 단위는 빛의 세기 측정에 사용되는 ‘칸델라(candela)’를 쓴다. 경찰청은 지난해 1월 황색선 반사율 기준을 90밀리칸델라(mcd)에서 150mcd로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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