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중 방귀도 2점 .. 학생들 벌점 두려워 성추행 쉬쉬했다

노진호.백민경 2015. 8. 5.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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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설 G고교 도 넘은 권위문화규정 없는 것까지 벌점 매겨20점이면 수상·진학 불이익"평소 학교 나쁜 얘기 말라 해부당 지시도 문제 제기 못해"

여교사 성추행과 여학생 성희롱이 집단적으로 벌어진 서울 G고 학생들은 “타 학교에 비해 벌점제가 너무 엄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또 “학교 안에서 벌어진 안 좋은 일에 대해 입을 열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도 했다.

 이 학교의 성추문은 한 여교사가 지난달 서울시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학교 밖으로 알려졌다. 자녀가 성희롱당한 사실을 뒤늦게 안 학부모가 지난 2월 이 학교 물리교사를 경찰에 고발했으나 학생들의 목소리는 그 이후에도 학교 담장 밖을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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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학년 여학생은 “평소 선생님 말을 잘 안 듣는 아이에게는 여러 구실을 붙여 벌점을 매겼다. 수업 시간에 방귀를 뀌었다고 하품을 했다고 벌점을 먹기도 했다”고 말했다. 2학년 학생은 “다른 학교도 풍기문란 벌점이 있는 걸로 알고 있지만 우리 학교는 좀 심하다. 남학생과 여학생 이 손을 잡으면 벌점 3점을 받는다”고 말했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벌점제가 아이들이 부당한 지시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수 없게 만드는 통제 수단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G고교를 감사한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실 관계자는 “(피해) 학생들과 면담하면서 충격을 받았다. ‘고통스러웠는데도 어디 한 군데 하소연할 데가 없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G고교의 선도 규정 책자엔 총 35개 항목에 걸쳐 벌점이 부여되는 상황이 적혀 있다. 여학생의 화장은 입술·눈썹 등 부위마다 1점씩이 부여된다. 한 부위에 두 종류 이상의 화장을 하면 벌점이 3점이다.

 문제는 벌점이 20점 이상 쌓일 때 벌어진다. 선도위원회에 회부되는데 그 즉시 반장이나 회장 등 임원 자격이 박탈된다. 대입 수시모집 때 대학에 제출할 수 있는 교내상 수상 자격도 제한된다. 두 차례 이상 선도위원회에 회부된 학생은 경시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 대학 진학이나 유학을 갈 때 필요한 추천서 발급도 제한된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고교 교장은 G고의 벌점제 운영에 대해 “교사의 편의만을 강조했고 처벌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 특히 추천·진학·수상 등과 연계시킨 부분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의 한 고교 교장은 “신설 학교의 특수성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생긴 지 얼마 안 됐지만 학교에 질서가 잡혀 있다는 평가를 듣기 위해 더욱 엄격하게 학교 운영을 하려 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추측이다.

 통상 벌점제는 학부모·교직원 등 학교 구성원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정해진다. 하지만 G고교에서는 그런 과정이 없었다. 한 학부모는 “평소 학교에서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며 나쁜 얘기를 가급적 하지 말라고 아이들에게 말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3학년 학생은 “OO 선생님이 좀 안 좋은 행동을 한다는 얘기를 다른 애들한테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아무도 교육청에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은 피해 사실을 지금까지도 숨기고 있다. 한 학생은 “한 선생님이 내게 ‘무릎 위에 앉으라’고 한 적이 있다. 지금 고3이기도 하고 그 선생님이 지금 학교에 나오고 있지 않아 얼마 전 교육청 설문 때 피해 사실을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개교 당시 이 학교 교감이었던 S장학관은 “신설 학교라서 학교의 기틀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엄격했던 건 사실이지만 다른 학교에 비해 유별난 정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 학교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감사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2월 노래방에서 동료 여교사를 성추행한 혐의로 고발된 A교사가 다른 학교로 전출되는 과정에서 성추행 사실을 알게 됐지만 징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지난 2월 물리 교사가 피해 학생 학부모로부터 고발당했을 때도 이를 통보받았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G고교의 특별감사를 책임지고 있는 김형남 감사관의 자질 문제도 논란거리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김 감사관은 6월 초 감사관으로 온 이후부터 폭언을 일삼아왔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김 감사관은 6월 17일 감사관 환영식과 지난달 2일 자체 연수 이후 회식 자리, 지난달 22일 회식 자리에서 부하 직원에게 폭언했다. 이 관계자는 “회식 자리에서 먼저 자리를 뜬 직원들에게 전화를 해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부었다. 이 때문에 지난달 23일에는 욕설을 들은 여직원이 해명을 요구해 사과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 감사관이 지난달 28일 G고 피해 여교사에 대한 조사 때도 술을 마시고 감사에 임해 다른 직원들과의 마찰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교육청 일반직공무원노동조합은 4일 ‘잦은 욕설과 음주 감사로 물의를 일으킨 김형남 감사관을 퇴출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5일 발표하고 곧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노진호·백민경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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