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불타고, 소녀 찔리고.. 격해지는 '유대 극단주의 테러'

남지원 기자 2015. 8. 4.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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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유대인 정착촌극단적 폭력·갈등 무대로이스라엘 이례적으로 "엄단"

지난 2일 이른 아침,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의 작은 마을 두마 주민들은 유대인 정착촌 청년들이 돌을 던지는 소리를 들었다. 누군가 마을 모스크로 달려가 메가폰을 잡고 소리쳤다. “정착촌 주민들을 쫓아냅시다! 모여주세요!” 청년 10여명이 모여들었다.

지난달 31일 이 마을에서는 유대인 주민의 테러로 추정되는 방화로 18개월 난 아기가 불타 죽고 아기의 부모와 4살짜리 형이 심각한 화상을 입은 사건이 벌어졌다. 이전까지 정착촌 사람들과 공존했던 두마는 순식간에 분노와 긴장으로 가득 찼다. 최근 며칠간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자경단을 꾸려 유대 극단주의자들의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4일 전한 두마의 풍경이다.

유대 극단주의 테러리즘이 위험수위를 넘었다. 아기가 희생되기 전날에는 한 유대 극단주의자가 예루살렘 게이 퍼레이드에 참가한 16세 소녀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지난 6월에는 예수의 ‘오병이어의 기적’을 기념해 지은 기독교회에 극단주의자들이 불을 질렀다. 해마다 성지순례객 수십만명이 찾는 교회는 크게 훼손됐다. 지난해 이스라엘이 50여일 동안 가자를 침공하게 된 발단도 유대 극단주의자들이 팔레스타인에 복수하겠다며 15살 난 팔레스타인 소년을 숲으로 끌고 가 불태워 죽인 사건이었다. 1995년 온건파였던 이츠하크 라빈 당시 이스라엘 총리는 유대 극단주의 조직 카흐네차이 조직원에게 암살됐다.

인권단체들은 이스라엘이 건국 이후 유대 극단주의 테러 범죄를 가볍게 취급해온 탓에 이런 일이 반복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스라엘 인권단체 예쉬딘이 5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인이 신고한 범죄행위 중 재판에서 유죄판결이 난 것은 1.9%에 그쳤다. “용의자를 찾거나 증거를 찾는 데 실패했다”며 기소조차 하지 않은 사건이 85.3%였다. 지난 1일 예루살렘에서 열린 테러 규탄집회에서 야당 시오니스트연합의 이츠하크 헤르조그 대표는 “유대인 테러도 무슬림 테러처럼 엄격하게 다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팔레스타인 땅을 이스라엘이 무단 점령하고 건물을 지어 주민들을 이주시킨 정착촌들은 팔레스타인 마을들과 뒤섞여 있는 탓에 폭력과 갈등이 극단적으로 벌어지는 무대가 된다. 날이 갈수록 유대인 정착촌 청년들은 극단화되고 있다. 이들 중에는 이스라엘이 유대 교리로 통치되는 ‘할라카(유대법) 국가’가 돼야 한다고 믿는 이들도 있다고 중동 언론 알모니터는 전했다.

이스라엘은 아기 방화 살해사건을 테러로 규정하고 유대 극단주의자들을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재판 없이 폭력행위 용의자들을 구금할 수 있게 했고, 3일에는 극단주의자 한 명을 체포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이례적으로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은 팔레스타인이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이 사건을 제소하려 하고 있는 데다 국제사회의 시선이 두려워서일 뿐이며 근본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많다.

미국 프린스턴대 저널리즘 교수를 지낸 팔레스타인 언론인 다우드 쿠타브는 알자지라 기고에서 “이스라엘이 이 공격을 단순 테러로 규정한 것은 이 사건으로 정착촌 건설의 정당성에 대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것이 두려워서다”라고 지적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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