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사람]영철버거 이영철 대표 "영철버거는 다시 돌아옵니다"

2015. 8. 4.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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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7일 서울 고려대 앞 명물 먹거리 ‘영철버거’ 폐점 소식이 들렸다. 고려대와 인연이 없는 이들도 얼마 남지 않은 ‘자영업자 신화’의 실패를 안타까워했다. 이영철 영철버거 대표(47)는 이날 매일경제와의 짧은 인터뷰만 남기고 소식을 끊었다. 7월 30일 자정이 넘어서야 어렵게 이 대표와 연락이 닿았다.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이 대표는 ‘굳은 얼굴’과 ‘벌게진 눈’을 했다고 한다. 직접 들어본 이 대표의 목소리는 과거 잘나가던 시절처럼 밝았다. 그는 “새벽에 잠도 잘 오지 않고, 밖에 돌아다니더라도 혹시 아는 사람을 만날까봐 숨어다닌다”면서도 “나는 좌절한 게 아니다. 영철버거 브랜드는 내가 끝까지 가져가겠다”고 말했다.

2000년 고려대 앞 노점상으로 시작한 영철버거는 1000원짜리 길거리 버거로 유명세를 탔다.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이 매일 몰려들었다. 싼값에 고기가 가득한 버거를 먹을 수 있는 데다, 동네 형 같은 이 대표의 푸근한 미소와 입담이 성공 비결이었다. 이 대표는 2007년쯤을 전성기로 꼽았다. 매년 형편이 어려운 고대 학생들에게 2000만원의 장학금을 주면서도 ‘내집 마련의 꿈’을 이뤘다. 2005년에는 버스 정류장 바로 앞에 기존보다 두 배 이상 넓은 매장을 얻었다.

2004년 당시 이영철 대표의 모습

‘자영업자 신화’가 막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때문일까. 이 대표는 폐업만큼이나 영철버거를 둘러싼 여러 가지 오해를 견디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영철버거의 ‘값싼’ 이미지를 바꿔야 한다는 고대 경영대 학생들의 잘못된 컨설팅 때문에 장사가 안됐다는 주장에 대해 이 대표는 망설임 없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매출이 전성기에 비해 30% 정도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이익은 더 남겼다는 것이다. 건물주의 ‘갑질’이 있었느냐는 의심에 대해서도 그는 “내가 이 자리에서 10년 동안 장사했다. 건물주도 영철버거가 아닌 가게는 들일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문을 닫은 진짜 이유는 뭘까. 이영철 대표는 “돈을 많이 벌었을 때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 탓”이라고 말했다. 영철버거는 2009년 정부의 유망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선정된 이후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에 나섰다.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직영점과 체인점을 늘렸다. 하지만 체인점은 본점처럼 ‘명물 먹거리’로 쉽게 자리매김하지 못했다. 이 대표는 “금방 갚을 줄 알고 여기저기서 돈을 빌렸다. 그런데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어느새 보니 한 달에 이자만 1000만원을 넘게 내고 있었다. 2012년부터 집에서 시작해서 이것저것 다 팔아넘기고 본점만 남았다”고 말했다. 본점의 이익으로도 이자를 내기가 벅찼고, 결국 가게 자체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끝으로 이런 말을 남겼다. “학생들, 젊은이들에게 노력하면 뭔가 된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초등학교 4학년을 중퇴한 사람도 실천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싶었다. 밤 늦게 도서관에서 나오는 학생, PC방이나 술집에서 나오는 아이들과 허물없이 지냈던 시간들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기억들이다. 아무리 시간이 많이 걸려도 영철버거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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