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학 칼럼] 소식(小食)과 노화에 주목하는 이유

2015. 8. 4. 19:1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노화는 나이가 들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과정이고 생체의 전반적인 기능이 쇠약해지고 적응력과 면역력이 감퇴하는 현상이다. 노화와 함께 만성질병(예: 동맥경화, 암, 당뇨, 골다공증, 치매)에 걸릴 위험성이 증가하게 되며 이런 질환이 사망의 주된 원인이 된다. 노화는 자연적인 현상이지만 노화를 늦추어 수명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것은 인간이 지닌 기본적인 욕망 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노력은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려 서불이라는 신하에게 수천명의 일행을 딸려 보냈다던 기록에서부터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왔음을 알 수 있다. 현시대에는 좀더 과학적인 방법으로 노화와 장수의 비결에 대한 많은 노력과 연구가 진행되어 왔지만 아직까지 생명체가 어떻게 노화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노화를 늦추어 장수를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한 확증된 이론은 없으며 다만 여러 이론들(복제노화이론, 텔로미어 소멸이론, 자유기 이론, 미토콘드리아이론, DNA 복제오류/복구 이론, 소식이론)이 제시되고 있다. 이들 중에서 여러 가지 동물 실험결과에서 노화를 지연시키고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고 과학적으로 알려진 유일한 방법은 소식(적게 먹는것)이다.

소식이론이란 식생활에서 섭취하는 칼로리(열량)가 적을 때 노화가 느리게 진행된다는 이론으로 활동 및 생리현상에 꼭 요구되는 기본 영양분에 가깝게 소식할 때 수명이 연장된다는 설명이다. 이 소식이론은 현재까지 생물학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효모, 초파리, 거미, 물고기, 생쥐와 같은 다양한 동물모델실험을 통해 검증됐으며 식이제한(소식의 다른 명칭)을 했을 경우 실험 군에 따라 30~50% 혹은 그 이상의 수명연장 결과가 나타났다.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에서는 실제 수명이 길기 때문에 식이 제한의 효과에 대한 과학적 실험 및 검증이 쉽지 않지만 원숭이에 대해서는 이미 실험이 진행 중이다.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에서 20년 이상 인간과 가까운 붉은털 원숭이(Rhesus Monkeys)에 대해 진행된 실험 결과 당뇨, 암, 심혈관질환과 같이 노화와 관련된 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대조군에서 37% 인데 비하여 식이제한군에서 13%로 현저히 감소했음이 사이언스지에 발표됐다. 물론 이 연구도 과학적 실험인 만큼 논란이 있기도 했다. 유사한 실험을 진행했던 미 국립노화연구소에서는 자신들의 실험결과 대조군과 식이제한군의 수명변화가 통계적 유의성이 떨어진다는 보고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추후 논문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국립노화연구소의 결과는 대조군의 원숭이의 몸무게가 원숭이들의 평균 몸무게 대비 현저하게 감소되어 있어 대조군 실험이 이미 어느 정도 식이제한이 되어있는 상태로 진행됐으며 그로 인해 통계적 유의성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로써 현재까지 효모에서 영장류에 이르는 모든 동물군에서 식이제한은 수명을 연장시키고 노화 관련 질환의 발병을 지연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과학적 연구결과뿐 아니라 식이제한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사회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아직까지는 노화지연이나 장수를 목적으로 한 식이제한 보다는 미용을 위한 다이어트의 관점에서 더 많이 알려져 있었지만 점차 식이제한의 건강적 이점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모 지상파방송에 간헐적 단식으로 몸무게를 크게 감량한 개그우먼이 출연하여 소식과 건강에 대한 연관관계를 보여준 것이나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 고도비만에 해당하는 개그맨이 운동 및 식이조절을 통하여 몸무게를 감량하고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식이제한 및 운동이 노화와 관련된 질병예방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일반대중에게 보여준 것은 그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적 연구에도 불구하고 식이제한이 어떻게 수명연장이나 노화 관련 질환 지연과 같은 유익한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는지에 대한 자세한 기전적인 연구는 아직 많은 결과를 얻지 못한 상태다. 본 연구실에서는 이와 같은 식이제한의 기전적 측면에 관심을 가지고 식이제한에 따른 대사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식이제한의 노화억제 기전에 대한 연구가 기존에 대부분 단백질체와 유전체적 접근방법으로 이루어진 데에 반해 대사과정을 적절하게 연구할 수 있는 대사체학을 이용하여 대사와 식이제한간의 관계를 밝히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최근 암과 같은 질병도 결국 대사의 이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 많은 연구에서 제기되고 있고 이를 대사체학적으로 규명하려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식이제한에 대한 기전을 대사체학적으로 연구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소 전문적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본 연구실에서 대사체학을 이용한 연구 결과 식이제한시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는 생체내에 존재하는 제2상 해독대사과정의 증가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이는 생체내 스트레스 방어 기전에 중요한 Nuclear factor-like 2(Nrf-2)라는 단백질의 신호 전달 경로를 통하여 일어남도 알 수 있었다. 좀더 확장된 연구 결과에서는 식이제한이 생체내 여러 장기에서 제1상 해독대사과정과 암모니아 해독과정을 포함하는 일련의 대사과정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얻어 전체적으로 생체의 해독대사과정의 증가가 식이제한의 유익한 효과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약물을 이용하여 생체의 해독대사과정을 활성화함으로써 식이제한이라는 방법을 통하지 않고도 노화억제나 장수와 같은 유익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으로 향후 많은 연구가 기대된다.

박성혁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교수(MRC 내인성리간드 신호전달조절 항암제 연구센터)

< Copyrights ⓒ 디지털타임스 & d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