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의 박상천' 그는 박수칠 때 떠났다

CBS노컷뉴스 조백근 대기자 2015. 8. 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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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태 전 의장과의 질긴 인연..'하지만 달랐다'
왼쪽부터 故 박상천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과 박희태 전 국회의장 (자료사진)
박상천 전 민주당 대표가 4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과거 YS(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박희태'가 있었다면 DJ(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는 '박상천'이 있었다.

두 사람은 우리나라 현대 정치사의 영원한 맞수였던 YS-DJ 못지 않는 전설의 '쌍벽'이었다.

박상천 전 민주당 대표는 고향 전남에서 '고흥 천재'로 통했다.

그가 초등학교 시절 교과서를 1페이지부터 마지막 장까지 줄줄 외우고 다닌 것은 유명한 일화다.

교과서를 통째로 외울 필요는 없지 않았느냐는 기자 물음에 "나도 모르겠다. 외우려 한 것은 아니고 그냥 외워졌다"고 할 정도로 암기의 DNA가 몸속에 흘렀다.

그는 1957년 서울법대에서 숙명의 라이벌이자 정치인생 동반자인 박희태 전 국회의장을 만나게 된다.

이후 두 사람은 50성상(星霜)을 헤아릴 정도로 질긴 인연이 이어진다.

둘은 검사 임용 동기이기도 하지만 훗날 모두 법무부 장관 자리에 오르기까지 박 전 대표가 박 전 의장보다 항상 한발씩 늦었다.

정계 입문도 같아 박 전 대표는 전남 고흥에서 야당인 평민당으로, 박 전 의장은 여당인 민정당 소속으로 1988년 13대 총선에서 나란히 당선됐다.

국회에서도 법사위원, 당 대변인, 원내총무 등을 같은 시기에 역임하며 용호상박의 대결을 벌였다.

故 김대중 전 대통령 (자료사진)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기는 13대부터 16대 국회까지 내리 4선에 당선된 시기다.

박 전 대표는 법조계 출신답게 지방자치법, 통합선거법, 안기부법 개정 등 굵직굵직한 입법을 주도해 '법안 제조기'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의정 활동 점수도 에이플러스였다.

두 사람의 화려한 역정에서 당 대변인 시절을 빼놓고 얘기할 수는 없다.

대변인은 정치적 이슈나 사건이 터졌을 때 기민하게 논평이나 성명을 내는데 당시 글을 통해 주고받은 두 사람의 공방은 가히 절창같았다.

박 전의장은 유명한 고사나 사자성어, 한시의 구절까지 적절히 인용해가며 촌철살인의 맛깔나는 글솜씨를 뽐냈다.

반면 박 전대표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꼼꼼함과 법리적 해박함을 바탕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자신의 논리를 관철시키는 저돌성이 행간에까지 묻어났다.

하지만 박 전 대표에게는 박 전 의장에 비해 없는 게 몇 가지 있다.

박 전의장에게 치명적이었던 딸의 대학 부정입학과 고승덕 전의원이 폭로한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그리고 캐디 성추행에 이르는 스캔들이 박 전 대표에게는 없다.

정계은퇴 이후까지 추문으로 얼룩져 시끄럽게 했던 박 전 의장에 비해 박 전 대표의 마무리는 조용했다.

◇ 역정은 비슷했지만 끝은 달랐다

2012년 2월 9일 총선불출마 기자회견을 가졌던 박상천 상임고문 (사진=황진환 기자)
두 사람이 정치무대를 떠나는 순간도 너무 달랐다.

2012년 2월 9일 두 사람의 드라마틱한 정계은퇴는 지금도 두고두고 회자되는 대목이다.

두 사람은 20분 간격을 두고 퇴장 발표를 한다.

노정객 박 전 의장은 '돈봉투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산 뒤 결국 국회의장직을 사퇴한다는 '부끄러운 퇴장'의 모습을 보였다.

이에 비해 박 전 대표는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 총선출마를 않겠다는 '아름다운 퇴장' 발표로 대조를 이룬다.

그는 당시 친구이자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박 전 의장이 "의장직을 잘 수행해 명예롭게 마감했으면 좋았을텐데…"라며 매우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한 시대를 풍미한 DJ와 그가 아끼던 박상천은 이제 모두 고인이 됐다.

[CBS노컷뉴스 조백근 대기자] cbsjb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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