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청의 발롱도르] 중국의 패배, 중국 축구의 실패와 동의어 아냐

풋볼리스트 입력 2015. 8. 4. 15:03 수정 2015. 8. 4. 15:03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그러면 그렇지. 역시 중국이야'승리는 짜릿하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2일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첫 경기에서 개최국 중국을 2-0으로 눌렀다. '한국이 중국을 격파했다'는 표현이 어울릴만한 경기였다. 중국은 슈틸리케 감독이 대회 전부터 "중국이 우승후보"라고 할 정도로 좋은 실력과 선수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한국의 상대는 아니었다.그날 경기는 확실히 그랬다. 중국 축구를 잘 아는 이장수 전 광저우헝다 감독은 "중국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모두 나온 경기였다. 의지력, 책임감, 대표 선수로서의 사명감 같은 게 거의 보이지 않았고, 전반 45분이 지나자 체력까지 무너졌다. 반면 한국 선수들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게 우한의 더위를 이겨냈다"라고 평했다.승리는 달콤했다. 하지만 승리에 대한 도취는 한 경기에 그쳐야 한다. 중국이 패한 뒤 '리그에 엄청난 투자를 하더라도 중국 축구는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반은 맞는 이야기다. 현 시점에서 천문학적인 투자가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이 바라는 건 현 시점에서의 성공은 아니다. 물론 패배에 그들도 기분이 많이 상했을 것이지만 말이다.중국 축구는 이 시간에도 분명 달라지고 있다. 이미 슈퍼리그의 변화는 우리가 느낄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변화는 보이지 않는 곳, 창문을 통해서는 보이지 않는 얼굴 아래서 벌어지고 있다. 중국은 하부구조인 유소년시스템을 완벽하게 바꾸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미 청사진까지 내놓았다. 허울뿐이던 클럽의 유소년 시스템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중국 축구가 한국 축구를 위협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중국은 이미 갈 길을 정했고,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출발선에 섰다. 하루 아침에 한국을 넘어서는 대표팀과 유럽을 호령하는 선수를 갖추지는 못하겠지만, 생각보다 빨리 근육을 늘려 당당히 한국과 세계 축구에 도전하게 될 것이다.중요한 것은 우리다.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붇는 중국을 이긴 데에서 우리의 강함을 찾는 게 아니라, 우리의 축구구조를 돌아볼 때다. K리그와 대표팀의 위기 혹은 어려움은 밖에서 온 게 아니다. 중국이나 일본이 강해지는 게 문제가 아니다. 일시적인 어려움은 누구나 겪을 수 있다. 브라질과 독일 그리고 이탈리아와 같은 나라도 부침이 있다. 이들은 부침이 있어도 다시 일어난다. 저변이 튼튼하기 때문이다.

대표팀이 좋은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축구문화나 저변이 좋아지는 게 아니다. 우리는 그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승리는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거둔 대표팀의 성공이 저변으로 이어졌다면, 30살을 넘긴 K리그가 현재 연봉공개와 선수유출의 상관관계를 놓고 격론을 벌이지 않았을 것이다. 초등학교 선수가 중학교로 진학하는 과정에서 천 만원이 넘는 스카우트비가 들고, 이 비용이 학생이 아닌 학교에게 돌아가는 현상도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대표팀 실력과 그 나라의 축구발전은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동아시안컵 중국전 승리를 중국 축구에 대한 한국 축구의 승리로 보기는 어렵다. 한국 대표팀은 분명 중국 대표팀보다 강하지만, 앞으로 한국 축구는 중국 축구보다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 대표팀이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최하위에 그쳐도, 중국 축구가 실패하는 건 아니다. 반대로 한국이 우승한다고 해도 한국 축구가 성공으로 가는 건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굴이 아닌 다리다.중국이 이미 세워놓은 계획을 충실히 이행한다면 10년 안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다. 이 전 감독은 "계획대로 움직인다면 아마 7~8년 안에는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 같다"라고 평했다. 모든 학교에 축구부를 만들어 아이들을 교육하면 저변도 넓어지고 좋은 선수들도 많이 배출할 수 있다. 물론 원론적인 계획과 실천과의 괴리는 있을 수밖에 없지만, 중국 정부의 의지가 약해지지 않는다면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더 크다."이렇게 많은 친구들이 고생을 하고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저 뒤편에 굉장히 힘들게 축구생활을 하는 친구들이 많아 놀라웠다"축구판 미생들을 완생으로 만들겠다고 나선 청춘FC, 그 팀의 감독을 맡은 안정환이 한 말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지금 고생하는 많은 친구들을 만들어내는 우리의 축구 구조에 대해 더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 튼튼한 다리 혹은 구조가 밝은 미래를 보장한다.그게 중국 축구의 도전을 정말로 이겨내는 길이다.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 류청은 '팔방미인은 쪽박 찬다'는 속설에 개의치 않고, 두리번거리기를 즐기는 기자다. '발롱도르'는 축구와 연결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다루고, "객관은 하나의 신화"라는 명제를 기본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마당이다.풋볼리스트 주요 기사[우한 라이브] 심서연, 우측 무릎 십자인대 파열…4일 귀국[우한 라이브] 한일전 준비에 폭염 이겨낸 대표팀 열정[한준의 작전판] K리그산 '매직 트라이앵글', 한국형 축구의 진화'[오피셜] 하파엘, 맨유 떠나 프랑스로 이적![심층분석] 메시, 호날두의 발끝에 숨겨진 은밀한 비밀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