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어든] '블랙번 입단 좌절' 김보경이 준 교훈

존 듀어든 입력 2015. 8. 4. 14:14 수정 2015. 8. 1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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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번 로버스의 오랜 팬으로서 팀을 둘러싼 모든 일들에 답답함을 느낀다. 그나마 괜찮았던 소식은 김보경의 블랙번 입단이 임박했다는 이야기였다. 블랙번으로서는 김보경과 같은 선수가 필요했는데, 결국 취업하가서인 워크퍼밋이 발목을 잡았다.

과거였다면 취업허가서가 그리 큰 문제로 작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랭킹 70위 안에 든 국가 소속으로 2년 동안 치른 A매치의 75% 이상을 뛴 선수라면 허가서를 받을 수 있었다. 또한 1차 심사에서 거절되더라도 구단과 에이전트는 추천서 등의 다른 방법을 통해 뜻하는 바를 이룰 수 있었다. 과거의 통계를 보면 재심 요청의 80% 정도는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구단과 에이전트가 나서 '해당 선수에게 특별한 재능이 있으며 잉글랜드 축구리그에 도움이 되는 잠재력이 있다'고 말하면 거의 통과되었다.

올시즌 초 영국 챔피언십(2부리그) 위건에서 활약했던 김보경.

이제는 상황이 변했다. 김보경의 케이스를 보면 잉글랜드는 한국 선수들의 현실적인 옵션에서 빠지게 될 것 같다. 아시아리그에서 곧바로 잉글랜드 진출을 노릴 경우 취업허가를 얻기가 극단적으로 어려워질 것으로 여겨진다.

기본적으로는 국가랭킹이 50위에 들지 못하면 취업허가를 얻지 못하는 것으로 조건이 바뀌었다. 아직도 재심 제도는 남아있지만 성공할 확률은 예전에 비해 극히 낮아졌다는 게 축구계의 예상이다. 최근 한국 선수들은 독일로 많이 향하고 있었는데, 앞으로는 분데스리가 진출이 더 인기를 얻을 듯하다.

지금 한국은 FIFA 랭킹 50위에 미치지 못하기에 아시아에서 잉글랜드로 직접 향하는 선수들의 취업허가서 발급은 가능성 자체가 매우 낮다. 취업허가서 발급을 위한 랭킹과 출전 경기수의 차등 조건은 다음과 같다 (이는 비유럽권 선수들에게만 적용되는 규정이다. EU 국가 소속 선수들은 취업허가서가 필요 없다)

FIFA 랭킹 1-10위 국가 선수: A매치의 30% 이상

FIFA 랭킹 11-20위 국가 선수: A매치의 45% 이상

FIFA 랭킹 21-30위 국가 선수: A매치의 60% 이상

FIFA 랭킹 31-50위 국가 선수: A매치의 75% 이상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이 작업을 위해 이민성과 함께 움직였다. 낮은 수준의 선수들이 잉글랜드로 몰려오는 현상을 막겠다는 것이 목표다. 그와 동시에 잉글랜드의 어린 선수들에게 더 많은 프로축구 출전 기회를 주겠다는 의미도 있다. 개인적으로 잉글랜드 유망주들의 EPL 기회가 제한적이라는 사실에 공감하지만, 이러한 정책이 문제 해결의 답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영국 젊은이들을 EPL에서 더 자주 보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더 나은 선수를 키워내는 것뿐이다. 외국 선수들을 오지 못하게 하나고 해서 자국 어린 선수들의 실력이 올라가지는 않는다. 이미 실력에 비해 몸값이 너무 높은 잉글랜드 선수들을 더 비싸게 만들 우려만 생겨난다. 토종 유망주들이 실력 자체로 치고 올라와 1부리그 1군에 정착하는 것만이 건전한 길이라고 생각된다.

어쨌거나 김보경의 상황은 어렵게 됐다. 올해 초에도 나는 '김보경이 팬들의 시야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지금 현실로 나타나고 있어 안타깝다. 잉글랜드리그 시즌이 시작되기 직전이지만 김보경은 소속팀이 없다. 5월 중순부터 자유이적 선수였는데도 팀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선수들에게 좀 더 현명한 충고를 해줄 사람들이 필요하다. 위건 관계자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위건은 김보경과의 계약을 원했다고 한다. 다만 금액이 너무 비싸서 이견이 생겼다고 했다. 김보경이 차라리 새 규정이 효력을 발휘한 6월 전에 위건의 오퍼를 받아들였다면 어땠을까?

김보경은 당연히 매우 좋은 선수다. 나도 그의 플레이를 좋아한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잉글랜드는 김보경을 위한 행운의 무대가 아니었다. 일단 원하는 만큼의 출전 시간을 보장받은 적이 없었다. 몇 달을 꾸준히 기용해 그가 유용한 자원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2부리그에서 아니고 프리미어리그에서 말이다.

● 김보경 카디프시티 시절 활약상

이제 잉글랜드에서 뛸 수가 없어졌기에 다른 무대로 눈을 돌려야 할 때다. 안타까운 점은 이 과정이 두 달 전에 일어났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때는 시간적 여유도 있었기에 새 팀에 가서도 프리시즌을 치르며 컨디션을 끌어올릴 기회가 있었다.

지금도 몇 가지 옵션은 있겠지만 시간이 촉박하다 (키프로스는 옵션에 포함되지 말아야 한다) 잉글랜드를 떠나는 것은 괜찮은 일이지만, 이는 김보경 자신의 결정으로 나온 결과여야 옳은 일이다. 영국 정부의 규정에 의해 밀려나는 것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이제 김보경의 축구 인생은 다른 곳에서 펼쳐져야 한다. 또한 이번 사건과 함께 한국 선수들의 유럽 진출에서 잉글랜드는 급격하게 제외될 것이 분명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대표팀에서 크게 한 일이 없는 김보경이 동료와 후배들에게 '이제 잉글랜드는 잊고 다른 곳을 노리자'라는 중요한 충고를 건네게 됐다.

축구 칼럼니스트/ 번역: 조건호

존 듀어든 'Overhead Kick' ▶ 시리즈 모아보기(http://goo.gl/X0oeS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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