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는 되는 '리빌딩', LG는 왜 안 되나

2015. 8. 4.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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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태(왼쪽) KIA 감독-양상문 LG 감독.

김기태 KIA 감독은 올 시즌 지휘봉을 잡으면서 프리에이전트(FA)를 영입해주겠다는 구단의 제안을 완곡하게 거절했다. 우승이나 5강을 위해 화룡점정을 이루고자 할 때 필요한 것이 외부 FA 영입이라는 것이 김 감독의 지론이었다. 안치홍(경찰)과 김선빈(상무), 이대형(kt) 등 주축 야수들이 대거 이탈한 상황에서 김 감독은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

KIA 구단도 김 감독과 손잡으면서 파격적으로 계약 기간(3년) 동안 성적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몇 년 동안 성적을 포기하는 '리빌딩'은 김 감독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다. 승부의 세계, 그리고 팬이 있기에 승패를 초월한 프로야구단은 존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주전 선수들이 빠진 자리에 시즌 초반엔 강한울과 최용규를 기용해 재미를 봤고, 최근엔 김호령과 박찬호를 발굴해 내ㆍ외야진에 시너지효과를 유발했다.

예상을 깬 선전으로 5강 싸움에 다시 뛰어든 KIA와 대조되는 건 가을 야구에서 점점 멀어지는 LG의 무기력한 행보다. 양상문 LG 감독 역시 시즌 초부터 꾸준히 젊은 선수 육성에 초점을 맞췄지만 아직까지 기존 선수를 밀어내고 자리를 잡았다고 평가할 만한 선수는 없다. 최승준을 개막전 4번타자로 기용한 것을 시작으로 채은성, 양석환, 박지규, 황목치승, 이민재, 김영관, 백창수 등을 고루 써 봤고 그 중 가능성을 보인 선수도 있었지만 수시로 엔트리 등록ㆍ말소를 반복해 어정쩡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무엇보다 KIA와 LG의 가장 큰 차이는 신구 조화 여부다. 김기태 감독은 부상으로 이탈하긴 했지만 은퇴 위기에 몰렸던 최희섭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KIA에는 그보다 한 살 많은 37세의 김원섭도 뛰고 있으며 마운드에서도 여전히 최영필, 김병현 등 중고참 선수들이 중용되고 있다. 김 감독은 베테랑, 스타 플레이어들에게 나머지 선수들과 공정한 경쟁 기회를 주는 것을 넘어 오히려 기득권까지 인정해주는 스타일이다. 그간의 공로와 검증된 기량만으로 충분히 그런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 LG는 양상문 감독의 부임 후 이런 저런 이유로 2년 전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일군 주역들이 대거 유니폼을 벗거나 팀을 떠났다. 류택현(LG 코치)과 김선우(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현재윤(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은퇴했고, 임재철(롯데)과 권용관(한화), 이상열(SK)은 방출됐다. LG의 상징이자 정신적 지주인 이병규(등번호 9)는 활용도가 없다는 이유로 기약 없는 2군 생활을 하고 있다.

누구도 주전 자리를 장담할 수 없다면 경쟁심을 유발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베테랑 선수들에게도 해당된다면 구심점이 사라지면서 팀의 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막내 구단 kt를 배제하면 9위 LG는 최하위와 다름없다. 앞선 2년 연속 4강에 진출한 팀이 꼴찌를 하는 건 유례없는 몰락이다. 송진우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베테랑 선수들을 인위적으로 배제하는 리빌딩은 리빌딩이 아니다"고 말했다.

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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