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번이 퇴짜 맞은 보고서, 당신에게 없는 두 가지

백승권 2015. 8. 4. 13:3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백승권의 생존글쓰기⑧] 핵심과 요약

[오마이뉴스 백승권 기자]

생존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가운데 하나는 짧게 쓰는 것이다. 짧으면 짧을수록 좋은 것이 생존글쓰기다. 당신 회사에선 당신을 포함한 모든 직원들에게 '한 장짜리 보고서(One Page Report, One Page Proposal)'로 정리하라고 주문한다.

당신은 회사가 왜 이렇게 짧게 쓸 것을 강조하는지, 그 이유가 궁금할 것이다. 그 이유는 의사결정에 필요한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시간을 줄이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의사결정의 지체로 중요한 기회를 잃어버릴 위험도 피해갈 수 있다.

특히 보고서를 읽고 최종 판단을 하는 의사결정권자의 시간은 그 조직의 가장 큰 자산이다. 의사결정권자가 보고서를 읽고 그 내용을 파악하는데 몇 시간씩 소비하는 것은 조직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당신 회사의 대표가 보고서를 읽는데 몇 시간을 사용했다고 치자. 그 시간 동안 대표는 다른 중요한 일을 미루거나 포기해야 한다. 반대로 보고서를 읽는데 시간이 너무 걸린다는 이유로 대충 읽고 의사결정을 내린다면 이것 또한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한 장짜리 보고서'를 쓰는 이유와 목적

 당신의 회사가 짧은 보고서를 선호하는 이유
ⓒ sxc
그렇다면 당신은 어떻게 해야 짧게 쓸 수 있는가. 당신에게 이 방법을 설명하기 위해 예전에 유행했던 '코끼리를 냉장고에 집어넣는 법'이란 우스개 이야기를 꺼내보겠다.

당신이 사람들에게 코끼리를 냉장고에 집어넣는 법은 무엇인가, 라고 물으면 다양한 답이 돌아올 것이다. 이 우스개의 답을 간추리면 '1. 냉장고 문을 연다, 2. 코끼리를 넣는다, 3. 문을 닫는다'다.

우스개의 세상에선 이런 말장난이 가능하다. 현실에선 어떨까? 두 가지 방법 밖에 없다. 코끼리도 들어갈 수 있을 만큼 냉장고 크기를 키우든지, 아니면 냉장고에 들어갈 만큼 코끼리를 잘라 일부만 넣든지.

이 우스개를 한 장짜리 보고서 작성 과정에 대입하면 이렇다. 당신이 의사결정권자에게 보고할 내용은 코끼리처럼 아주 크다. 그러나 당신에게 허용된 분량은 가정용 냉장고처럼 아주 작다. 결국 보고할 내용 중에서 허용된 분량만큼만 보고서에 담아낸다. 당신은 허용된 분량을 더 넓게 쓰기 위해 활자 포인트, 행간을 줄이고 편집용지의 좌우여백을 늘린다. 그래 봤자 보고할 내용의 극히 일부분만 담아낼 수밖에 없다.

이런 당신의 보고서로 상관이나 의사결정권자의 OK가 떨어지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결코 벌어지지 않는다. 보고서를 올리자마자 상관이 당신을 부른다. "도대체 무슨 내용이야? 아무리 읽어도 알 수가 없네." 그때부터 당신은 보고서에 담지 못했던 내용을 주저리주저리 설명하기 시작한다.

당신이 설명을 한 지 이십분 쯤 지나서야 상관은 보고 내용을 파악한다. "답답한 사람이네. 아니, 그러면 지금 말한 내용을 보고서에 집어넣어야지 그걸 빼먹으면 어떻게 알라고?" "보고 내용을 한 장으로 정리하라고 해서 불가피하게..." 상관은 '뭐, 이런 직원이 있나' 하는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본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당신이 한 장짜리 보고서를 물리적 분량으로만 이해했기 때문이다. 한 장짜리 보고서를 쓰는 목적이 무엇인가?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보고서에 가장 먼저 담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핵심 내용이다. 그것을 추출해서 상관과 의사결정권자가 알고 싶은 순서대로 정리하는 것이다.

방대한 분량의 내용도 핵심과 참조로 나뉜다

아무리 방대한 분량의 내용이라고 해도 그것은 핵심과 참조로 나뉜다. 의사결정 혹은 판단을 내리는데 결정적으로 필요한 내용이 핵심이다. 핵심을 더 풍부하게, 자세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 내용이 참조다. 아래의 예문을 통해 핵심과 참조를 구분해보자.

이 글은 노원구청이 발표한 보도자료 일부다. 이 보도자료에서 핵심과 참조는 어떻게 구별될 수 있는가? 이 보도자료에서 가장 핵심은 ①이다. 국유지와 공유지를 서로 맞바꾼 사업의 요지가 ①에 담겨 있다.

②부터 ⑤까지는 이 사업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한 경과와 배경이 담겨 있다. 이 경과와 배경도 핵심과 참조로 나눌 수 있다. ⑤가 바로 핵심이고 ②③④가 참조다.

기획재정부와 서울시 간 체결한 업무협약이 아니었다면 ①의 사업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②③④는 업무협약을 체결하기까지 과정과 경과를 담고 있다. ②③④는 ⑤의 핵심내용을 더 풍부하게, 자세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 사업을 한 장짜리 보고서에 담는다면 ①과 ⑤를 중심으로 내용을 구성하고 ②③④는 생략하거나 첨부자료로 처리하면 된다.

다음은 국회의 <의원의 영리업무 종사금지 강화 방안> 입법 추진 보고서다. 본 보고서의 앞머리에 첨부된 요약 부분이지만 이것도 핵심만 추려내면 더 줄일 수 있다.
당신에게 일본의 전통 시가 하이쿠 한 편을 들려주고 싶다. 하이쿠는 3구, 17자로 이어진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 가운데 하나다. 일본 에도 시대 하이쿠 시인 마쓰오 바쇼(1644~1694)는 이렇게 읊었다.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번개를 보면서도
삶이 한 순간인 것 모르다니
○ 편집ㅣ최유진 기자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응원하는 방법!
☞ 자발적 유료 구독 [10만인클럽]

모바일로 즐기는 오마이뉴스!
☞ 모바일 앱 [아이폰] [안드로이드]
☞ 공식 SNS [페이스북] [트위터]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