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푸-식품 치료' 선진국 2배.. 머리카락 더 빠져

이용권기자 2015. 8. 4.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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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가 말하는 '잘못된 탈모치료'

탈모증은 국내 25세 이상 성인 남성 중 14.1%, 여성 중에서는 5.6%에게서 나타날 만큼 유병률이 높은 질환이다. 치명률은 높지 않지만 심한 스트레스로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대인관계를 꺼리게 만들어 사회 적응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는 등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는 게 환자는 물론 전문가들의 평가다. 하지만 국민 대부분이 탈모증이 질환이라는 인식을 거의 못하고 있으며, 사회적·국가적 지원이 없어 올바른 의학적 치료를 받는 경우는 10%가 채 되지 않는다. 특히 탈모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국민들은 대부분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샴푸(화장품), 식품 등의 허위 과장광고에 속아 큰 비용을 투자하지만 효과를 보지 못해 경제적·정신적·육체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피부과 전문의와 탈모 환자들을 통해 국내 탈모치료현황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지난 7월 28일 대한모발학회와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이 개최한 탈모증에 대한 토론회에서 강훈 가톨릭의대 피부과 교수는 "탈모증은 검증되지 않는 방법으로 자가 치료를 하다가 조기치료 시기를 놓치는 환자가 많다"며 "사회적으로 탈모가 단순한 증상이 아닌 '질환'이라는 인식을 정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허창훈 서울의대 피부과 교수는 비의학적 치료가 중심이 된 기형적 구조의 탈모 시장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탈모 환자들이 병원을 찾기 전에 자가 치료를 시도하는 횟수를 조사한 결과 한국은 4.2회로 프랑스(2.1회), 독일(2.3회), 스페인(2.6회), 일본(3.1회), 미국(3.4회)보다 많았다. 병원 방문 이전에 치료방법으로 선택하는 것은 '탈모 샴푸와 에센스' 등 헤어케어 제품이 86.3%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같은 비의학적 치료방법의 비용도 10만 원 이상 100만 원 미만이 43%였으며, 100만 원 이상 사용하는 경우도 21%에 달했다.

하지만 비의학적인 치료 효과에 대해 만족한다는 의견은 10%에 그쳤다. 특히 국내 탈모 환자들은 탈모 증상이 나타난 뒤 병원을 찾는 데 걸리는 기간이 평균 7.3년에 달했다. 탈모 증상이 시작된 뒤에 샴푸 등 비의학적 자가치료를 시도하다가 효과를 보지 못하고 결국 병원을 찾는데 7년 이상 소모한 것이다. 허 교수는 "이는 의약외품과 화장품 등이 과장된 효능과 효과를 표기하며 허위 광고를 진행해 환자에게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의약외품과 화장품 등에 제품의 효능을 표기하도록 허용해 준 것도 허위 과장광고로 연결되는 문제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에 따르면 의약외품 샴푸에 대해 '탈모 방지, 모발 굵기 증가' 표기가 가능하도록 개정됐다.

하지만 이러한 표기는 일반인들이 해당 샴푸를 사용하면 마치 탈모를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는 탈모 환자를 대상으로 헤어케어 제품의 불만족 사유를 조사한 결과 '모발량 감소 개선이 없음'이 55%, '모발 굵기가 개선되지 않음'이 35%로 조사된 설문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날 탈모 환자 대표로 참석한 배우 윤사비나 씨는 "13년간 난치성 중증 원형탈모증을 앓으면서 고가의 샴푸·화장품·오일·연고와 같은 의약외품 사용은 물론 한의학 치료까지 온갖 비의학적 치료를 해봤지만, 증상이 나아지기보다는 경제적·정신적 손실만 커졌다"며 "비의약품의 과대광고가 환자에게 직접적인 상처를 줄 수 있는 만큼, 이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개선 방안이 마련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또 헤어케어 제품에 표기된 '기능성 시험결과'도 혼란을 부추긴다는 것이 학계 분석이다. 의약외품의 탈모방지 및 양모의 효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해당 가이드라인을 준수한 임상 시험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이 말 그대로 권고 수준이어서 임상 시험기간이 짧거나, 피험자 수도 적고, 모발과 탈모 굵기 개선 등의 측정 방법도 표기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허 교수는 "더 큰 문제는 기존 의약외품 탈모 샴푸와 성분, 규격 등이 같을 경우 효능 증명을 위한 임상을 진행하지 않아도 승인 허가가 가능하다"며 "또 원본에 문제가 있더라도 카피 제품 허가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 탈모 환자의 상당수가 남성인 것을 고려해 남성형 탈모에 효과가 없는 제품도 남성 모델 등을 등장시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강 교수는 "탈모증 환자의 혼란을 일으키는 의약품·의약외품·화장품 등 탈모 치료 효과에 대한 올바른 교육 등 제도적인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며 "조기치료를 방해하는 과장 및 과대광고를 억제해 사회적 비용도 줄이고 건강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중등도 이상 원형탈모증 환자의 경우 외모 장애를 인정하고 가발의 의료장애인보조기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광성 인하의대 피부과 교수는 광범위한 난치성 원형탈모증을 지닌 환자 치료에 가장 추천되는 치료법 중 하나인 디페닐시클로프로메논(diphenylcyclopropenone·DPCP) 면역치료법이 국내에서는 불법 치료 행위로 간주되고 있다며, 국내에서 정식 의약품으로 등재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DPCP 치료는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연구가 충분히 발표돼 대한피부과학회 교과서 및 전 세계 모든 중요 피부과학교과서에서 가장 추천되는 치료법으로 기술되고 있으며, 올해 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원료의약품으로 등재가 결정됐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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