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호의 스탯볼] 강정호는 어떻게 '이달의 신인왕'을 따냈나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15. 8. 4.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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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03년 4월이었다. 한국에 ‘이달의 신인왕’이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 알려진 것이. 최희섭(현 KIA)이 전형적인 `머니볼 타자(타율 0.241 출루율 0.431 장타율 0.556 OPS 0.986)'에 걸맞는 성적에 5홈런 14타점 13득점으로 신인왕에 오른 이후 한국 선수의 이달의 신인왕 계보는 무려 12년 넘게 끊겼었다. 하지만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다시 이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상을 다시금 거머쥐었다. 강정호는 어떻게 이달의 신인왕을 수상할 수 있었을까.

▶타자에선 적수가 없었다

강정호는 내셔널리그 신인 중 7월 최고 플레이어로 인정받았다. 내셔널리그 신인들로만 제한을 둔다면 강정호에 비견될 선수도 거의 없다. 타자 쪽은 더 그렇다(모든 성적은 7월에 한정).
강정호 : 25경기 타율 0.379 출루율 0.443 장타율 0.621 3홈런 9타점 18득점

그나마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오두벨 에레라(외야수)가 강정호과 비교될 만 했다.
에레라 : 타율 0.362 출루율 0.389 장타율 0.580 2홈런 8타점 11득점

이외에 맷 더피(타율 0.316 1홈런 9타점)나 신인왕이 유력하다고 봤던 크리스 브라이언트(타율 0.168) 등은 완전히 무너지며 강정호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7월만큼은 신인 타자들이 전혀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강정호만이 두드러진 것이다.

▶투수 신더가드의 존재

이달의 신인왕은 신인 타자와 투수를 통틀어 평가된다. 타자만 이겼다고 해서 강정호가 안심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특히 투수 노아 신더가드(뉴욕 메츠)의 폭주는 강정호가 이달의 신인왕을 따내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신더가드 : 선발 5경기 34이닝 2승1패 평균자책점 1.32 38탈삼진 WHIP 0.85

물론 ‘노히터’ 크리스 헤스톤 역시 뛰어난 성적(5선발 34.1이닝 3승 무패 평균자책점 1.57 20탈삼진)을 거두긴 했다. 그러나 신더가드는 이닝당 1이 넘는 탈삼진률이라는 무시무시한 성적은 물론 내셔널리그 4위에 해당하는 낮은 평균자책점으로 강정호를 위협했다.

▶신더가드를 넘을 수 있었던 이유

강정호도 뛰어났고 신더가드도 뛰어났다. 하지만 어떻게 강정호는 신더가드를 넘어 신인왕을 따낼 수 있었을까.

포지션 가중치를 생각해야한다. 강정호는 7월 25경기 중 유격수로 10경기나 출전했다. 유격수가 포수와 함께 모든 포지션 중 가장 수비부담이 큰 포지션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강정호의 타격 성적은 더 놀랍다.

게다가 강정호는 7월 딱 2번의 대타출장을 제외하곤 전 경기에서 중심타자로 활약했다(4번 6경기, 5번 19경기). 신인타자가 한 팀의 중심타선을 꿰찼다는 점도 가산점을 받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또한 조시 해리슨에 이어 조디 머서까지 연달아 부상을 당한 시점에서 내야진의 공백을 최소화했고 팀 성적 또한 핵심선수 2명이 빠졌음에도 7월 16승9패라는 놀라운 승률을 거둔 것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신더가드의 메츠는 7월 12승11패에 그쳤고 신더가드도 잘해냈지만 팀내 3선발급 정도의 위치(맷 하비, 제이콥 디그롬의 존재)였다는 점, 5경기에서 승리가 2번밖에 없었다는 점도 강정호에게 부족하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7월의 강정호, 메이저리그 전체 `톱10'이었다

신인으로 한정짓지 말고, 내셔널리그로도 제한을 두지 않는 7월의 강정호는 어땠을까. 실망보다는 놀라움이 더 크다.

세이버매트릭스의 정수로 손꼽히는 fWAR(대체선수 이상의 승수)에서 강정호는 7월 딱 한 달 동안 WAR1.5를 기록했다. 이는 메이저리그 전체 타자 중 6번째로 높은 수치였고 투수를 합쳐도 9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1위 마이크 트라웃 2.3). 단적으로 현재 역사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는 LA 다저스의 잭 그레인키가 7월동안 WAR1.5를 올렸다면 강정호의 활약상을 이해하기 더 쉬울지 모르겠다.

당연히 신인 중에서 가장 높은 WAR을 올렸고 강정호는 자신의 총 WAR 2.7 중 55%에 해당하는 수치를 한 달 만에 올렸다.

강정호의 타율 3할7푼9리는 메이저리그 7위이며 최다안타에서 10위(33안타)였다. 유격수로 한정지어도 WAR 1위(2위 카를로스 코레아 1.2), 3루수로만 봐도 역시 WAR 1위(공동 1위 조시 도날드슨 1.5)였다. wRC+(Weighted Runs Created+·구장 특성과 리그 수준 등의 변수까지 고려해 타자의 득점 생산력을 계산한 것)에서는 메이저리그 전체 7위였다.

즉 세부기록, 일반 기록 모두 통틀어도 메이저리그 탑10안에 들기에 모자람이 없었던 강정호의 뜨거운 7월이었다. 강정호에겐 지난 7월은 자신 인생 가장 화끈하고 뜨거운 활약을 펼친 날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성적은 이제 강정호 최고의 순간을 언급할 때 항상 나오는 기준이 될 것이다.

사진= ⓒAFPBBNews = News1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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