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김희갑 "4년 공부 끝에 완성한 작품이 '명성황후'"
"본격적인 곡 작업은 40일 만에 끝나…아내가 있어 가능"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뮤지컬 '명성황후' 곡을 만들기 전에 4년 동안 뮤지컬을 공부했습니다. 그러다가 펜을 들고 넉달 만에 100곡을 써내려갔지요."
뮤지컬 '명성황후'의 곡을 만든 작곡가 김희갑(79) 씨는 지난달 31일 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명성황후 공연 20주년 기념행사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20년 전 처음 곡을 쓸 때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킬리만자로의 표범', '사랑의 미로', '립스틱 짙게 바르고' 등을 포함, 수천곡에 이르는 대중가요와 영화음악을 만든 그이지만 뮤지컬 작품을 만들기는 '명성황후'가 처음이었다.
김 씨는 "(명성황후 제작자인) 윤호진 대표가 내가 만든 '향수'라는 가곡을 듣고 날 찾아왔다. 그 노래를 듣는 순간 '이 사람한테 작곡을 부탁해야겠다'고 생각했다더라"라고 이 작품에 합류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한번도 뮤지컬 작업에 참여해본 적이 없을 때였지만 그는 선뜻 응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장르에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뮤지컬을 잘 모르니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를 다니며 공연을 한참 봤어요. 그때는 (뮤지컬 시장이) 지금 같지 않았거든요. 어떤 장르를 선택할지부터 다 내 손으로 결정해야 했지요."
그런 그가 선택한 것은 중간에 대사가 거의 없는 오페라 형식이었다. 음악의 힘만으로 관객을 감동시켜야 하는 '정공법'을 선택한 것이다.
김 씨는 "준비기간만 4년이 걸렸는데 한번 방향을 정하고 나니 그다음부터 40일 만에 모든 곡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이 40일동안 만든 곡이 무려 100곡이다.
그중에 60여곡을 추려 1995년 뮤지컬 '명성황후'를 무대에 올렸다.
그는 "마음을 결정하기까지 오래 걸렸지 일단 결정이 됐으니 금방 썼다. 또 노랫말 쓰는 사람(아내인 작사가 양인자)이 바로 옆에 있으니 빨리 되더라"라고 말했다.
올해로 공연 20주년을 기념해 지난달 28일부터 재공연에 들어간 '명성황후'는 첫 무대와 비교하면 음악이 절반 이상 바뀌었다.
음악의 수정·보완 작업도 모두 김 씨의 손을 거쳐 이뤄졌다.
김 씨는 "버릴 건 버리고 뺄 건 뺐다"면서 "공연을 할 때마다 마음에 안드는 부분은 고친다. 이번에도 한 3곡을 새롭게 추가했다"고 말했다.
당연히 새롭게 쓴 곡도 모두 아내 양 씨가 노랫말을 붙였다.
이번에는 극 중 시위별감인 홍계훈 장군의 역할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홍계훈의 아리아를 추가했다.
그는 시대 변화에 따라 곡을 손볼 수밖에 없다면서 앞으로도 계속 명성황후 작업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
절반 가까운 곡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그가 가장 애착을 갖는 곡은 시해당한 명성황후가 혼이 되어 나타나 부르는 마지막 곡 '백성이여 일어나라'다.
백성들에게 험난한 앞날에 결연히 맞서 싸우라고 당부하는 가사를 점차 고조되는 멜로디에 얹은 이 노래는 관람객 대다수가 한목소리로 '하이라이트'라고 손꼽는 곡이다.
김 씨는 이 곡에 대해 "의외로 간단하다. 여덟 소절을 반복하면서 한음씩 올려 감정을 고조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이날 열린 명성황후 20주년 기념행사에서 아내와 함께 공로패를 받았다.
팔순이 가까운 그지만 그는 '명성황후' 외의 다른 음악 작업에 식지 않은 열정을 드러냈다.
지난해 다른 연주자들과 기타만으로 구성한 4인조 연주 공연을 선보인 그는 연주 콘서트도 계속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제가 작곡가이기에 앞서 기타 연주자잖아요. 요새 작곡도 계속하고 있지만 지난해 콘서트 반응이 좋아서 계속해서 연주도 선보이고 싶어요."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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