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품격] 물대포 쏘는 야구장 '이런 놀이 또 없습니다'

장강훈 입력 2015. 8. 4. 06:25 수정 2015. 8. 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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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케이티 위즈파크는 지난 1, 2일 열린 2015 KBO리그 롯데와 홈 경기에서 kt가 홈런을 치거나 득점하면 응원단상에서 관중석으로 시원한 물줄기를 쏘는 특별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사진제공 | kt 위즈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지난 주말 수원 kt 위즈파크에서는 독특한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kt를 응원하기 위해 1루쪽 응원단상 근처에 자리를 잡은 관객들이 물에 흠뻑 젖은 것이다. 땀이 아니다. 워터파크에서나 볼 수 있는 물쇼가 펼쳐졌다.

물을 맞을 수 있는 방법은 간단했다. kt 선수들이 홈런을 치거나 득점하면 응원단상 뒤쪽에 설치된 물대포가 웅장한 소리를 내며 분수쇼를 펼친다. ‘물쇼’ 경고를 알리는 사이렌이 수원구장에 울려퍼지면 열광하던 관중들도 마음의 준비를 한다. 2층 관중석 높이까지 뿜어져 나가는 물줄기에 몸을 맡기는 팬들의 표정은 환희와 희열이 묻어났다. kt 관계자는 “휴가철이기도 하고, 폭염 속에서도 응원을 보내주시는 팬들께 특별한 추억을 안겨드리고 싶은 마음에 기획했다. 워터파크 등으로 피서를 떠날 수도 있는데 그 시간을 야구장에서 보내시는 게 아닌가. 구단 입장에서 당연히 팬들에게 감사를 표해야하는데, 물과 관련된 퍼포먼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끝에 고안 한 이벤트”라고 설명했다. 물론 홈페이지 등을 통해 ‘물쇼가 펼쳐질 예정이니 우의나 우산 등을 미리 준비하시라’고 공지도 했고, 입장관객에게 우의를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다. 실제로 수원구장을 찾은 관중들은 대부분 우의 대신 맨몸으로 물 세례를 받으며 그라운드 위의 환희를 함께 느꼈다.
광주-KIA 챔피언스필드는 어린이 팬들을 위해 외야 관중석 한켠에 간이 수영장을 만들어 개방하고 있다. 부모는 야구를 즐기고 어린이들은 물놀이를 즐기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사진제공 | KIA 타이거즈
광주-KIA 챔피언스필드는 어린이 팬들에게는 훌륭한 피서지가 된다. 외야 전광판 좌측에 간이 풀장을 개장한다. 공기 주입식으로 설치하기 때문에 안전상 문제도 없고, 홈런 타구가 날아들면 보안요원과 함께 온 부모가 언제든 지켜준다. 조명탑에 불이 켜진 뒤 녹색 그라운드를 바라보며 물놀이를 즐기는 어린이 팬들은 그야말로 ‘망중한’에 빠져든다. 이들에게 야구장은 단순히 야구를 보는 곳이 아닌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더위를 잊게 하는 훌륭한 놀이터다.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을 즐겨찾는 젊은이들은 금요일 밤을 비롯해 주말밤 펼쳐지는 클럽 파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목청껏 응원을 하고 나면, 승패와 상관없이 진한 아쉬움과 허탈함이 교차하기 마련이다. 조명탑에 불이 꺼지고, 형형 색색의 핀조명이 클럽을 연상케 하는 ‘비주얼’을 뽐내며 응원단상을 둘러싼 관중석을 비춘다. 심장 박동소리 같은 음악이 울려퍼지고, 치어리더를 포함한 응원단과 함께 리듬에 몸을 맡긴채 한 바탕 춤사위를 펼치면 더위를 느낄 감각이 사라진다.
[대전=스포츠서울 최승섭기자] 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2015 KBO리그 KIA전은 한화의 시즌 18번째 매진 속에 치러졌다. 폭염에도 구장을 찾는 팬들의 사랑을 선수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thunder@sportsseoul.com
구장을 직접 관리하는 세 구단이 폭염에도 불구하고 구장을 찾는 팬들에게 다양한 놀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불쾌지수가 극을 향해 달려가는 8월에 구장을 찾는 팬들의 정성과 열정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팬들에게 할 수 있는 최상의 보답은 단연 최고의 플레이를 펼치는 것이다. 하지만 승부는 정해지기 마련이고, 홈 팀이 매번 승리한다는 보장이 없다. 이기면 승리의 감흥을 더 유지하고 싶고, 패했을 때에도 스트레스를 구장에 내려놓고 가고 싶어하는 팬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마케팅은 모든 구장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요즘 같은 날씨에는 거리를 걷다가 낯선 이와 스치기만 해도 짜증이 말려온다. 사람 많은 곳은 열기가 더하다. 이런 날씨에 구장을 찾아 땀에 젖은 옷은 말릴 새도 없이 응원을 보내주는 팬들은 프로야구가 존재하는 또 하나의 이유와 다름없다. 외야 한켠이나 백네트 뒤쪽 가장 꼭대기 층에서 조용히 야구 자체의 깊이에 빠져드는 팬들도 소중하고, 서너시간 신나게 즐기다 가기 위해 구장을 찾는 팬들도 야구계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분들이다. 그라운드에서 매 순간 집중하는 선수들도 체력전을 펼쳐야 하지만, 관중들도 못지 않다. 여름 레이스가 뜨겁게 달아오를 수록 팬들의 응원 또한 열기를 더한다. 관중석에 있는 모든 시선이 그라운드로 향하듯 그라운드 위에 있는 선수들도 마음의 시선만큼은 팬들을 향해 열어두면 어떨까. 두 시선이 마주치면, 그라운드에 서 있다는 것 자체가 더 행복해질테니까.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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