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축구 해부] ① 이름도 섬뜩한 '빨치산 공격전법'

피주영 2015. 8. 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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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피주영] "북한 선수들, 대체 뭘 먹었길래 저렇게 잘 하는 거죠?"

2일(한국시간) 중국 우한스포츠센터에서 만난 국제 축구해설가 존 헬름(73·영국)은 북한 축구에 매료됐다고 했다. 북한 남·여축구대표팀은 2015 동아시안컵의 최대 화두다. 여자대표팀은 지난 1일 열린 대회 1차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난타전을 벌이며 4-2로 이겼다. 일본은 지난 7월 끝난 2015 캐나다 여자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세계적인 강팀이다. 남자대표팀도 질 세라 막강 전력을 자랑했다. 북한 남자팀은 2일 펼쳐진 일본과의 대회 첫 경기에서 2-1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일본 남자팀은 2013 동아시안컵서 우승팀이다. 특히 평균 31~32도를 웃도는 고온과 평균습도 70%의 악조건 속에서도 지칠 줄 모르는 북한팀의 체력과 투지를 본 현지 관중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북한이 언급했던 '빨치산 공격전법'을 보는 듯했던 북한의 일본전 첫번째 골 장면. 유튜브 영상 캡처

◇ 축구 강국 꿈꾸는 섬뜩한 '빨치산 공격전법'

"북한은 국가적 차원에서 '스포츠 강국'을 목표로 축구를 비롯한 각종 스포츠 종목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재일동포 축구 칼럼니스트 하종기씨는 "북한 축구가 몇년 전부터 당 지도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 저변에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축구 관심'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격수 웨인 루니의 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동아시안컵 개막을 앞두고 만난 북한 공격수 김영광은 "지난달 평양서 열린 2018 월드컵 아시아예선 우즈베키스탄전(북한 전반에 4골 몰아쳐 4-2승)처럼 통쾌한 장면 다시 보여주겠다. 원수님(김정은 위원장) 밑에서 빨치산 공격전법을 쓴다면 무조건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섬뜩한 얘기였다. 빨치산은 6·25 전쟁 전후 한국 각지에서 활동했던 공산 게릴라를 이르는 말이다. 이들은 주로 적의 배후에서 공격해 빠른 시간 내에 목표물을 제압하는 전술을 썼다.

일본전에서 북한이 선보인 전술도 김영광이 언급한 빨치산 공격전법과 닮았다. 전반 초반 일찌감치 골을 내준 북한은 수비에 무게중심을 둔 채 일본의 파상공세를 견뎌냈다. 북한은 후반 중반까지도 일본의 공격을 묵묵히 참아냈다. 하지만 경기 종료 10여 분만을 남기곤 돌변했다. 북한은 후반 33분 중앙선 후방에서 순식간에 롱패스를 시도했고, 이 공은 왼쪽에서 일본 수비진 뒤로 침투하던 박현일을 거쳐 반대쪽으로 쇄도하던 리혁철의 골로 연결됐다. 불과 5초 만에 동점을 만들어 냈다. 이때부터 일본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북한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후반 43분 북한은 상대진영 왼쪽에서 생각보다 빠른 타이밍에 크로스를 올렸다. 일본 수비진이 미처 준비를 하지 못한 상황에서 박현일이 가장 먼저 뛰어올라 역전골로 연결했다. 이날 북한의 공격은 후방에서 빠른 공격으로 상대를 치는 '원샷 원킬'의 정석이었다. '젊은 피'로 구성된 북한은 익숙한 듯한 시나리오대로 경기를 운영하는 것처럼 보였다.

◇ 세대교체 왜? '리우 키즈' 완성 목표…투자 정책

북한 돌풍의 원동력은 '2016 리우 키즈'다. 북한은 2010 남아공 대회에서 브라질·포르투갈·코트디부아르와 함께 죽음의 G조에 편성되면서 힘 한 번 못 쓰고 3전 전패(1골·12실점) 했다. 44년 만에 밟은 본선 무대에서 세계 축구의 높은 벽을 실감한 북한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북한은 2016 리우올림픽을 목표로 삼고 2011년을 기점으로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남아공 대회 간판 골잡이 정대세(31) 등 주축으로 활약했던 베테랑들 대신 당시 후보였던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들로 팀을 다시 꾸렸다. 북한은 이번 대회에서도 전원을 20대(평균연령 24.4세)로 채웠다. 특히 그동안 북한 축구의 공수를 조율해온 핵심선수 량용기(33), 차종혁(30)을 빼고 '에이스' 박광룡(23)까지 제외한 가운데서도 막강한 전력을 과시해 세대교체가 완성 단계에 이르렀음을 암시했다. 중국 현지에서 만난 북한축구 전문가 A씨는 "북한은 지금 내년 올림픽에 모든 역량을 쏟고 있다. 이번 대회 북한은 강하지만 어제 일본전 베스트11도 사실 완전체가 아니다. 박광룡도 경기에 나서지 않았고 현 올림픽대표팀 멤버 중 몇 명은 이번 대회에 나오지 않고 중국서 올림픽예선을 대비한 전지훈련 중"이라고 전했다.

북한은 2013년 6월 평양에 국제축구학교를 열고 전국 각지의 남녀 학생 중 200여 명을 선발해 축구를 가르치고 있다. 북한축구협회는 매년 유·청소년 유망주 40명을 선발해 유럽 연수를 보내고 있다. 공격수와 미드필더 20명은 스페인, 수비수 20명은 이탈리아의 전문 교육기관에서 훈련한다. 전문가 A씨는 "유럽축구를 본 북한 선수들이 많이 변했다. 일본전서 드러났듯이 투지로 단순하게 축구하면서도 개인기가 좋다"고 강조했다.

과감한 투자를 받은 북한 축구는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주관한 23세 이하(U-23) 5개 대회에서 모두 결승에 오르며 아시아 무대를 점령했다. 투박한 축구를 벗어나 빠르고 화려한 발기술을 자랑하는 북한 남자팀은 U-16 AFC 챔피언십에서 우승했고, 여자팀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서 금메달을 수확했다.

우한(중국)=피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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