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 따라 고무줄 순위"..고개드는 '대학평가 무용론'

이진호 기자 2015. 8. 4.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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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 '훌리건' 행태까지.."서열화 조장 대학평가 지양해야"

[머니투데이 이진호 기자] [대학생들 '훌리건' 행태까지…"서열화 조장 대학평가 지양해야"]

국내·외 각종 대학평가 결과에 대한 효용성을 두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학 구성원들은 평가결과를 수긍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다수이고 전문가들은 장점보다 단점이 많다며 무용론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3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국내·외 다양한 형태의 대학평가를 두고 대학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평가마다 지표가 들쑥날쑥이어서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다. 재학생들은 평가 결과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대학간 서열에 따른 '훌리건' 행태를 보이는 등 부작용 또한 속출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세계대학랭킹센터(CWUR) 2015년 대학평가 순위에서 서울대는 24위, 연세대는 98위로 세계 TOP100에 들었고, 한양대는 192위, 성균관대는 211위를 기록했다. CWUR은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본부를 둔 기관으로, 2012년부터 세계 주요 대학들에 대한 평가 순위를 발표해 왔다.

CWUR 대학평가 순위가 발표된 직후 성균관대 커뮤니티 '성대사랑'에는 CWUR이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 기관이라는 주장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라이벌로 여기는 연세대에 100위 이상 낮은 순위를 받은 것에 대한 불만이다.

이에 성균관대 다른 학생은 영국의 대학평가 기관 'THE(Times Higher Education)'의 'World University Rankings 2014-15'를 가져와 "이게 제대로 된 랭킹"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평가에서는 서울대가 50위, KAIST가 52위를 기록했고, 성균관대는 148위로 조사돼 고려대의 201위, 연세대의 225위에 비해 큰 격차로 앞서 있었다.

평가기관마다 제각기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은 반영 지표의 차이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CWUR 주요 평가지표는 △주요 국제상을 받은 동문들의 수(25%) △주요 국제상을 수상한 연구자의 수(25%) △세계 주요 기업에서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동문들의 수(25%) 등이다.

반면 THE 대학평가는 △논문 피인용 수(30%) △교수당 연구비, 교수학술 논문 수 등 연구분야(30%) △교원 1명당 학생 수 등 교육여건(30%) △국제화 지표(7.5%) △산학협력 실적(2.5%) 등으로 평가한다. 기관의 평가 지표에 따라 대학의 순위가 요동칠 수 있는 구조다.

대학들은 평가의 객관성에 의구심을 표하며 겉으로는 결과에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문과대학장을 역임했던 전광진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는 "대학은 학교 별로 특화된 학문이 있고, 개성있는 연구를 하는 게 바람직한 모습"이라며 "단지 (지표를 통해) 대학을 줄 세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문하며 대학평가에 의문을 표시했다. 고교 교사 A씨도 "대학평가 지표에는 학풍까지 담을 수 없지 않냐"며 "학생들 진학 지도 시에 이를 고려하지는 않는다"고 밝혀 대학평가 무용론에 힘을 실었다.

여대들도 평가에 부정적이긴 마찬가지다. CWUR 지표에 따르면 동문들의 수에서 여대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번 CWUR평가에서는 국내 여대 중 이화여대만이 390위로 1000위권 안에 들었다. 1000위권에 진입하지 못한 한 여대 관계자는 "(여러 대학평가들의)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아 다른 평가에도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평가결과에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부 언론사 평가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서열화를 의식한 광고 유도 등에 대한 지적이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언론사를 비롯한 많은 대학평가들이 대학 서열화를 조장하고 있다"며 "일부 언론사 평가는 대학들의 광고를 유도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부모들은 아무래도 입시에 (적성과 진로보다는) 평가 순위을 고려하는 등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고 되짚으며 "서열화를 조장하는 대학평가는 지양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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