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진 '원 톱' 승계.. 롯데그룹 분리 경영이 타협점 될 듯

장학만 입력 2015. 8. 4. 04:50 수정 2015. 8. 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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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家 '왕자의 난'

후계구도 누가 이겨도 완승 어려워, 벌써부터 소송전 전망까지

한일 양분·산업군별 지주사 형식 등 형제 간에 나눠 운영 가능성 제기

얽히고설킨 순환출자 고리 탓, 지분 교환 현실적 난관 시각도

재계에서는 롯데가 경영권 분쟁이 최악으로 치달으면 그룹이 쪼개질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승자도 얻는 게 없는 '상처 뿐인 영광'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3일 재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한국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 결과를 승복하지 못할 경우 법적 소송을 거쳐 두 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그룹이 쪼개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우선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형제가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을 각각 분리 경영하는 방안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10여년간 신격호 총괄회장을 정점으로 형제가 한국과 일본 롯데를 각각 경영해 왔다. 이는 신 총괄회장이 후계구도를 위해 일찍부터 정리해 놓은 방안으로, 최근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이 되기 전까지 형제 간의 유효한 묵계였다.

따라서 서로 양보하지 못하는 지금의 분쟁 구도를 다시 바로잡으려면 원점으로 돌아가 현실적 타협점을 찾는 것이 최선이라는 논리다. 채이배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위원은"일본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어떤 결과가 나와도 지분 구조상 형제 중 어느 누구도 과거 신 총괄회장처럼 한ㆍ일 롯데그룹을 동시에 오가는 '원 톱'이 되기 어려워 보인다"며 "형제 간에 가장 적합한 타협점은 결국 한ㆍ일 롯데를 분리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한ㆍ일 롯데그룹을 떡 자르듯 양분하는 것이 어렵다는 시각도 많다. 일본 롯데홀딩스가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를 모두 지배하는 구조에서 양국 롯데 간에 얽히고 설킨 계열사간 순환출자고리를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롯데가 지배구조를 바꾸려면 우선 소유구조부터 정리해야 한다"며 "한국 롯데만도 계열사가 80개에 이르고 순환출자 고리가 418개인데 일본 롯데까지 합치면 순환출자 구조가'전자회로'보다 더 복잡해 지분 교환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도 "일본 광윤사와 일본 롯데홀딩스의 얽혀 있는 최상부 지배구조를 정리해야 한ㆍ일 계열사 지배구조를 바꿀 수 있다"며 "과거 한일 간의 분리경영이 이뤄질 때에도 이 부분 때문에 지분구조를 바꿀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차량에 타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따라서 일각에선 한ㆍ일 롯데의 분리보다 국적을 떠나 주요 계열사들을 비슷한 산업군으로 묶어 지주회사 형식으로 만드는 'LG와 GS' 방식의 그룹 분할 방식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예를 들어 롯데그룹을 '유통ㆍ상사와 금융 위주의 서비스 기업군', '호텔ㆍ식음료ㆍ제과 위주의 소비재 기업군'으로 분리해 지주회사를 만든 후 형제가 이를 나눠 경영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 방안 역시 계열사간 순환출자 고리를 형제가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가족들간의 원만한 지분교환이 이뤄져야 한다"며 "결국 형제 간의 화해 없이 롯데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장학만 선임기자 trend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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