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쇄신 신호탄 vs 2보전진 포석 '불출마의 정치학'

박경담 기자 2015. 8. 4. 03:3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박경담 기자]

20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불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선거 때마다 공천 투명성과 새 인물 확보가 혁신의 강도로 여겨지는 만큼 앞으로도 '자의 반, 타의 반' 불출마 선언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불출마 선언의 배경과 본질을 짚어본다.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53·경남 김해을)이 3일 "실력과 깊이를 갖춘 김태호로 다시 서도록 공부하겠다"며 내년 4월에 있을 20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속은 텅 비어가고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지금 이 순간 나 자신부터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불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그는 정계은퇴 선언은 아니라며 최고위원직은 유지하기로 했다.

그는 지난해 7월 당 지도부 입성 뒤 '최고위원직 사퇴'로 인한 파문, '유승민 사태 정국' 당시 막말 논란 등 '돌출행동'으로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차기 대권주자'의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 기득권을 포기하는 모습과 아울러 개인적 쇄신의 계기가 절실했다는 점이 이번 불출마 선언의 배경이라는 관측이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나온 그의 결정은 의도와 상관없이 정치권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우선 새누리당 텃밭인 영남권에서 나온 2번째 불출마 선언이라 영남지역 현역 의원들부터 압박을 느낄 것이란 분석이다. 앞서 지난 2월 이한구 의원(70·대구 수성구갑)은 영남권 의원 중 최초로 20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최고위원의 불출마가 정치혁신의 물꼬로 작용할 경우 정치적 파장은 영남권을 넘어 전국구로 확대될 수 있다. 불출마 선언의 대상은 고령·다선 의원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새누리당은 공천 혁신이나 불출마 선언에서 앞서갔다. 권력을 계속 획득해온 여당은 희생하는 모습을 보이더라도 나중에 자신에게 돌아올 파이가 (야당에 비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총선 불출마 선언은 총선 판도 자체를 흔들며 영향력을 끼쳤다.

이명박 정권시절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은 18대 국회에서 "당의 쇄신과 화합에 밑거름이 되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불출마 선언은 보좌관의 금품수수 혐의에 따른 것이지만 이후 여당의 총선 및 대선 승리를 위해선 당 중진이 불출마를 결심해야 한다는 '용퇴론'이 확산됐다.

박근혜 정부 정무수석으로 활동 중인 현기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 역시 18대 국회에서 2011년 박근혜 전대표가 당 비상대책위원장에 선임된 다음날 불출마를 선언했다. "총선 불출마가 박 위원장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밝혔던 현 의원의 불출마는 당내 주류로 부상한 친박계에 대한 자발적 쇄신 요구로 이어졌다. 17대 총선을 앞두고는 '차떼기 정당'의 오명을 벗겠다는 명분으로 한나라당 중진 26명이 대거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많은 경우 '불출마 선언'은 그 자체가 다음 단계의 도약을 위한 일보 후퇴, 혹은 거시적 정치구도를 염두에 둔 정치행위였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지난 2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며 차기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표의 결정은 혁신에 대한 강력한 의지로 읽혔으나 대권 도전을 위한 포석으로 비판받기도 했다. 김상곤 새정치연합 혁신위원장 역시 "혁신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지난 6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현실적으로 '정치의 벽'을 실감하거나 정치 행위 자체에 더이상의 흥미를 느끼지 못해 정치권을 아예 떠난 의원들도 없지 않았다. 18대 국회에서 비례의원인 이성남 민주당(현 새정치연합) 의원은 "지역구 의원에 잘 맞는 분이 계실 것"이라며 출마를 포기했고 국방부 장관 출신인 김장수 한나라당 의원(현 중국대사)은 "국회의원은 한번으로 족하다"며 불출마 선언을 했다. 박경담 기자 damdam@

박경담 기자 damdam@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