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식장 휑할까 겁나.. 예비 신부들 '하객 품앗이'

최윤아 기자 2015. 8. 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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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카페서 5~6명 결속, 돈거래 없이 친구역할 해줘

오는 10월 결혼을 앞둔 학원 강사 김모(29)씨는 요즘 결혼식 걱정이 한가득이다. 결혼식에 와줄 친구를 아무리 꼽아봐도 다섯 명 안팎, 결혼식 당일 휑한 신부대기실을 떠올리면 한밤에도 잠이 달아난다. 김씨는 결국 '10~12월 서울에서 결혼하는 예비 신부들끼리 서로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할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예비 신부 전용 인터넷 카페에 올렸다.

글을 올린 지 이틀 만에 10명이 넘는 예비 신부들이 지원했고, 결혼식 장소와 날짜, 연령대를 감안해 5명을 추려 '하객 품앗이'를 만들었다. 김씨는 "돈을 주고 하객 아르바이트생을 구하는 방법도 있지만, 결혼 정보공유도 하고 싱숭생숭한 마음도 터놓을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하객 품앗이를 선택했다"며 "예비 신랑이나 식구들에겐 대학 때 아르바이트하며 만난 친구들이라고 소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결혼을 앞두고 하객 품앗이를 구하는 예비 신부들이 늘고 있다. 예비 신부가 자주 찾는 사이트에는 하객 품앗이 회원 모집 글이 수십건 올라오고, 글마다 많게는 30건 정도의 지원 글이 달렸다. 한 신생 웨딩사진 전문 업체는 하객 품앗이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며 고객 유치에 나섰다.

하객 품앗이는 5~6명의 예비 신부가 돌아가며 서로 결혼식에 참석해주기로 하는 일종의 '계(契)'다. 결혼식 전에 모여 서로 얼굴을 익히며 친분을 쌓고, 결혼식 한 달 전 웨딩드레스 선택부터 결혼식 당일 신부대기실이나 폐백장까지 동행해주는 식이다. 서로 돈을 주고받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결혼식 당일 고용하는 하객 아르바이트와는 다르다.

하객 품앗이가 유행하는 건 일면식도 없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식장을 채우는 기존의 '하객 알바'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다. 하객 품앗이에 지원한 이모(여·30)씨는 "하객 품앗이를 하면 일단 '남을 속인다'는 죄책감으로부터 자유롭고, 결혼식 전에 미리 만나 서로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결혼식에 참석하기 때문에 남편이나 시댁식구들에게 들킬 염려도 적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엔 가장 먼저 결혼한 신부가 품앗이 도움만 받고 다른 계원 결혼 때는 연락이 끊기는 경우가 종종 벌어지면서 10만~30만원 정도의 돈을 보증금으로 걸어두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멤버 중 한 명의 결혼식이라도 불참하면 이 돈을 돌려주지 않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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