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병원 X선·조직검사, 큰 병원서 생략하면 53만원 절약

이에스더 2015. 8. 4.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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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4000명 비용 비교동네병원 검사 결과 온라인 제공중복검사 안 해 총비용 13% 덜 들어종합병원선 "수익 줄어든다" 기피공유하면 의료비 연간 3000억 줄어

경남 사천시에 사는 서모(56)씨는 지난해 연말 한 달 넘게 기침이 떨어지지 않자 집 근처 A병원(2차 의료기관)을 방문했다. 여기서 엑스선 촬영과 폐 조직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는 폐암. 서씨는 치료를 위해 서울에 있는 상급종합병원인 B병원(3차 의료기관)에 가기로 했다. 그는 다니던 병원에서 진료의뢰서와 검사 결과지 등이 담긴 의무기록 사본을 받아다 B병원에 제출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재검사가 필요하다”고 해 서씨는 엑스선을 다시 촬영하고, 조직검사도 또 받았다. 동네 병원에서 이미 30만원가량의 검사료를 냈지만 대형병원에서 같은 검사를 진행해 50만원의 비용이 더 들었다. 서씨는 “돈도 돈이지만 가뜩이나 아픈 몸에 같은 검사를 또 받는 것도 고역”이라며 “이렇게 중복 검사를 할 바엔 진료의뢰서나 의무기록사본은 왜 떼오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동네 병·의원과 상급종합병원 사이에 진료 정보가 공유되지 않다 보니 환자는 검사나 처방을 중복해 받고, 진료비도 이중 부담해야 한다.

 현재 전국적으로 병·의원은 3만1011곳, 종합병원은 281곳, 상급종합병원은 43곳이 있으나 병원끼리 환자 정보를 공유하는 곳은 극소수다. 분당서울대병원과 경기 성남시 병·의원 35곳, 대구시가 자체 시범 사업 중인 경북대병원과 대구시 병·의원 100여 곳 등을 제외하면 의료기관 간 진료 정보 공유가 되는 곳은 없다.

 일부 서울지역 대형병원은 전국 병·의원과 자체적인 협력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협력 병원’이란 간판만 걸어뒀을 뿐이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환자가 그 병원을 거쳐 우리 병원을 예약할 경우 예약 편의를 제공하는 정도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환자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 이유는 병원 수익과 관련돼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황희 의료정보센터장은 “진찰·검사·처방 등 진료 건수가 병원의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병원들이 서로 환자 기록을 공유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황희 의료정보센터장과 서울대 공대 박하영 교수팀이 1차 의료기관과 상급종합병원 사이에 진료 등 의료 정보를 공유하면 환자 부담 진료비가 13% 절감된다는 연구 결과를 3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09년 6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진료받은 환자 4000명을 두 집단으로 나눠 진료비를 분석했다.

 한쪽은 진료 기록을 공유하는 병원 35곳을 거쳐 온 환자였다. 이들의 진료 기록은 본인 동의를 받아 병원의 온라인 보안시스템을 통해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진에 실시간으로 공유됐다. 다른 쪽은 진료 기록이 공유되지 않는 병원 59곳에서 온 환자였다. 이들은 기존 방식대로 직접 병·의원에서 진료의뢰서와 의무기록사본 등을 떼어 제출한 뒤 진료를 받았다. 양쪽의 환자가 지출한 평균 진료비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진료기록이 공유된 환자는 외래에서 24만4049원, 입원 치료 시 212만3910원을 썼고, 그렇지 않은 쪽은 외래 27만4622원, 입원 265만6634원을 썼다. 공유 환자 쪽이 비공유 환자보다 외래 진료 시에 3만573원(11.1%), 입원 진료 시엔 53만2724원(20.1%) 정도 병원비를 적게 내 전체적으론 환자 부담이 13% 줄었다.

 환자 한 사람이 받은 검사·치료 처방건수도 63% 줄었다. 2013년 기준 전국 상급종합병원 환자들이 각종 영상진단·검사료로 지출한 병원비는 2조9923억원이다. 정보 공유를 통해 이중 10%만 절감해도 한 해 3000억원 가까운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대병원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환자의 약 처방·검사 기록, 치료 계획, 가족력 등이 사전에 상급종합병원으로 전달되면 불필요한 중복 검사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큰 병원으로 옮길 때마다 비슷한 검사를 다시 받는 환자들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대안이라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다. 최재욱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장기적으로 보면 동네 병원이 상급종합병원에 위성병원처럼 예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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