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매미소리 더 시끄럽다면?

이영욱 2015. 8. 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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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단지에 심은 플라타너스·벚나무로 개체수 많은 탓
"올해 매미 소리는 유난히 더 시끄러운 것 같다."

매년 여름, 장마가 끝나고 본격 찜통더위가 시작되면서 듣는 소리다. 매미 울음소리가 더 시끄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둘 중 하나다. 생물학적 요인이든 환경적 요인이든, 실제 매미 울음소리가 커졌거나 아니면 매미 개체 수가 늘었기 때문일 것이다.

매미 울음소리는 수컷이 낸다. 짝짓기를 위해 암매미를 부르는 소리다. 수컷 몸통 안쪽에 있는 근육이 옆구리 진동막을 흔들어 소리가 난다. 매미 배는 속이 비어 있다. 매미가 소리를 내면 이 빈 공간에서 진폭이 증가하는 '공명(共鳴)' 현상이 일어나면서 소리가 70~80데시벨(㏈)까지 커진다. 70~80㏈은 청소기나 알람시계, 도로변 자동차들이 내는 소리와 맞먹는 수준이다. 소리를 희미, 작음, 큼, 매우 큼, 고통스러울 정도의 5단계로 구분한다면 70~80㏈은 큰 소리에 해당한다.

일단 매미 울음소리가 더 커졌다는 생물학적 증거는 없다. '매미 소음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윤기상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교사는 "매미 소리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며 "다만 매미 크기가 소리 강약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덜 성숙한 매미는 소리가 작고 건강하고 덩치가 큰 매미는 큰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윤 교사는 "매미가 더 큰 소리를 낼 수 있으려면 소리를 내는 기관이 변하는 등 모종의 진화를 거쳐야 하는데 유전자 변형이 그렇게 단시간 내에 이뤄질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환경적 요인이 있지 않을까. 자동차나 공사장 등 생활 소음에 노출된 수컷 매미가 짝짓기할 암컷을 찾기 위해 더 큰 소리로 울 수밖에 없을 거라는 추론이다. 하지만 이 역시 근거 없는 이야기다. 윤 교사는 '파브르 곤충기'의 저자 장 앙리 파브르가 매미 청력에 대한 실험을 한 예를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파브르는 매미가 매달린 나무 옆에서 대포를 쐈는데 매미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포 소리 주파수 영역이 매미 가청 영역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즉 사람에게는 큰 소음으로 들리는 대포 소리가 매미에겐 들리지 않은 것이다.

윤 교사는 "수컷 매미가 짝짓기할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우는 소리를 '컬링 송'이라고 부르는데 자동차나 각종 생활 소음과 주파수 대역이 다르다"며 "사람 귀는 고막, 달팽이관 등 모든 기관이 주파수 대역에 관여해 가청 영역이 매우 넓지만 매미는 귀 구조가 단순해 들을 수 있는 소리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매미가 주변 소리에 반응해 더욱 큰 소리로 운다는 것은 낭설이다.

전문가들은 매미의 소리 내는 능력이 좋아졌다기보다 매미 개체 수가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매미 생애주기는 종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4~6년 정도다. 80㏈의 큰 소음을 내는 말매미는 6년 정도다. 6년마다 말매미가 등장한다면 지금 우리 주변에서 울고 있는 말매미는 2009~2010년 사이 짝짓기와 산란으로 태어난 후손이다.

윤 교사는 "당시 벌목·개발 등 인재나 태풍과 같은 천재지변에 의해 부모 세대 매미의 짝짓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면 몇 년 뒤 매미 개체 수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미를 채집해 연구하는 아마추어 연구자들 이야기를 종합해 보니 올해 매미 개체 수는 지난해와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지역별로 개체 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이는 환경적 요인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는 "급격한 도시화가 말매미가 늘어난 주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1970년대 서울 지역에서 급격한 개발이 이뤄지면서 아파트 단지에 플라타너스나 벚나무 등을 많이 심었는데 이는 말매미가 좋아하는 나무다. 좋아하는 나무가 증가하면서 매미 수도 덩달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매미 울음소리 대역이 사람이 잘 들을 수 있는 주파수에 해당하는 것도 매미 소리를 큰 '소음'으로 인식하는 데 한몫한다. 사람의 가청 영역은 20~2만헤르츠(㎐)인데 3000~4000㎐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매미 소리는 3000~9000㎐ 정도로 이 영역에 해당돼 우리가 매미 소리에 불쾌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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