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신분' 팔아요.. 황금알 '담배판매권' 노린 꼼수

황인호 신훈 기자 2015. 8. 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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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주택가에서 GS25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4년째 장애인 B씨와 ‘동업’을 하고 있다. 말이 동업이지 실제론 사업자등록증에 B씨 이름만 올려져 있는 ‘무늬만 동업’이다. B씨가 A씨의 점포에서 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투자금 역시 ‘0원’이다. 그렇다면 왜 A씨는 B씨를 공동사업자로 등록했을까? 이들의 계약 이면에는 편의점 매출의 꽃이라는 ‘담배’가 얽혀 있다.

A씨는 가맹 계약을 맺었던 2012년 GS25 편의점 가맹본부인 GS리테일 관계자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고 했다. 담배소매인으로 지정받기 위해 장애인 명의를 빌리자는 내용이었다. 담배사업법 시행규칙은 지자체로부터 담배소매인 지정을 받아야 담배를 팔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 지역에서 다수 사업자가 담배소매인 지정을 신청할 경우 공개 추첨하는데, 신청자 중 장애인이나 유공자가 있으면 이들을 우선 선정토록 했다. 이 조항을 악용한 것이다. 이미 명의를 빌려줄 장애인도 섭외해 놓은 상태였다.

본사 측은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장애인 B씨를 A씨에게 소개했다. B씨는 자신의 이름과 장애인증을 A씨에게 빌려줬다. B씨도 담배소매인으로 지정돼 자신의 매장에서 담배를 팔고 있었지만, 당시 경쟁자가 없어 장애인 우선 선정 제도를 통하지 않고 일반 신청 절차에 따라 지정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A씨는 “B씨가 본사로부터 연 200만원 정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A씨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가맹계약 상 담배소매인으로 지정되지 않으면 가게 문을 열지 못할 처지였기에 A씨는 결국 본사 측의 조언대로 B씨 명의를 앞세웠다. A씨 외에 두 곳이 함께 신청했지만 장애인 명의로 신청한 덕에 추첨 없이 A씨 편의점은 담배를 팔 수 있게 됐다.

담배판매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장애인 명의를 빌리는 수법은 편의점 업계에서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편의점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여서 오히려 업체 측이 이를 권하는 실정이다. CU편의점을 운영했던 전직 가맹점주는 “개점 때 본사 영업사원에게 장애인 명의 대여 제안을 받았다”며 “당시엔 내가 장애인을 섭외해 소매인으로 지정받았었다”고 했다.

한국편의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편의점 매출의 39%를 담배가 차지했다. 담뱃값에 세금이 많이 포함돼 있어 매출만큼 이윤 비중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담배 구매자가 다른 상품도 함께 구매하는 ‘유인 효과’ 때문에 담배 판매의 중요성은 대단히 높다. 편의점 업체마다 담배판매권에 매달리는 이유다.

그러나 GS리테일 관계자는 “담배판매권은 가맹점주들이 알아서 하는 일”이라며 “본사에서는 장애인 명의 대여는 알지 못하고 따로 지시한 바도 없다”고 부인했다. CU편의점 가맹본부인 BGF리테일도 “본사에서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내용”이라고 했다.

황인호 신훈 기자 inhovator@kmib.co.kr 온라인 편집=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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