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안컵] 황선홍이 옳았다, 준비된 '시한폭탄' 김승대의 폭발

임성일 기자 입력 2015. 8. 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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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중국 후베이성 우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남자 축구 대회 한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한국의 김승대 선수가 상대문전 앞에서 수비수를 피하고 있다.2015.8.2/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년차 징크스’라는 말이 있다. 신인 때 특별한 모습을 보이던 이가 이듬해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조금은 달라진 마음가짐과 많이 달라진 외부의 견제 등이 합쳐져 나오는 현상인데, 스포츠계에서는 다른 분야보다 예를 찾기 쉽다.

2014년 포항의 김승대를 바라보는 시선도 그랬다. 2013년 프로에 데뷔한 김승대는 그해 21경기에 나와 3골 6도움을 올리면서 포항의 시즌 더블(정규리그+FA컵)에 일조했다. 하지만 그때는 든든한 형님이자 파트너 이명주가 있었다.

이명주가 중동으로 떠난 2014년, 과연 김승대가 신인 때만큼의 겁 없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따랐다. 적어도 외부의 시선은 그랬다. 하지만 황선홍 포항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특별히 말할 것이 없는 선수다. 그냥 지금처럼만 해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2014시즌 초 황선홍 감독의 말이다. 그리고 시즌이 끝났을 때 황선홍 감독은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이명주가 빠지면서 갑작스레 팀의 에이스가 된 김승대는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 속에서도 30경기에 출전해 10골 8도움을 기록하며 ‘2년차 징크스’를 마음껏 비웃었다. 그리고 기자단 투표를 통해 2014년 영플레이어상의 수상자가 됐다.

단 두 시즌 만에 김승대는 K리그 최고의 미드필더로 발돋움했다. 오프사이드 트랩을 절묘하게 깨뜨리는 움직임으로 ‘라인 브레이커’, ‘줄타기의 장인’이라는 수식어를 얻었고 지난 7월 열린 올스타전에서는 차두리에 이어 최다득표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실력과 인기를 겸비한 스타였다. 하지만 대표팀과는 좀처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막 부임했을 때 호출됐으나 경기에는 나서지 못했고 지난 1월 아시안컵에서도 이후 평가전에서도 김승대는 외면 받았다. 슈틸리케 감독이 ‘K리그용’으로 평가절하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다.

주위 평가를 떠나 김승대 스스로 맥이 빠질 수도 있던 상황이다. 라이벌 느낌이 나는 전북의 이재성이 슈틸리케호에 탑승해 주가를 높이고 있었으나 더 조바심이 생길 수 있었다. 그때 황선홍 감독은 또 도인처럼 전망했다.

황 감독은 지난 4월 김승대의 대표팀 발탁과 관련한 견해를 밝혔다. 3월27일 우즈베키스탄전, 31일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에 김승대의 이름이 없었을 때다. 당시 황선홍 감독은 “이제 김승대는 대표팀에 들어갈 준비를 해야 하는 수준에 왔다”고 전했다.

이어 “슈틸리케 감독이 구상하는 그림이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김승대를 부를 것”이라며 “결국 찾아온 기회를 어떻게 잡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준비를 하고 있어야한다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덧붙여 “스타일의 차이를 떠나, 나는 김승대가 (이)재성이에 비해 전혀 뒤처질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나으면 낫지 절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단순한 격려를 넘었던 그의 확신은, 결국 옳았다.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8월2일, 김승대는 중국에서 열린 중국과의 동아시안컵 1차전에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그리고 그는 전반 44분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면서 2-0 승리의 주역이 됐다. 골 장면은 김승대가 K리그에서 가장 잘하던 ‘라인 브레이커’ 모습 그대로였다. 이재성의 패스를 적절한 타이밍에 쇄도해 들어가면서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황선홍 감독의 예언은 적중했다. 시간만 기다리고 있었던 ‘시한폭탄’ 김승대는 결국 대표팀에서도 폭발했다. 물론, 언제고 주어질 기회를 잡기 위해 항상 준비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lastun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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