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의택의 제대로축구] '무리뉴를 잡다니' 벵거의 속풀이 한 방

홍의택 2015. 8. 3.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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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홍의택 기자= 말싸움이 잦았다. 몸싸움도 벌였다. 매번 당하는 느낌이었다. 그라운드 내 본 게임에서 숱하게 얻어맞았기 때문일 터다.

6무 7패. 변명도 안 통한다. 이탈리아로, 스페인으로 날아가 한동안 볼 일 없었다. 급작스레 돌아왔다. 또, 속을 박박 긁었다. 말로도, 축구로도 이길 수 없었다. 고장 난 패딩 지퍼만큼이나 성가셨다.

그랬던 벵거가 무리뉴에게 이겼다. 그것도 처음으로. 아스널이 2일 영국 런던 웸블리에서 열린 '2015 FA 커뮤니티 실드'에서 첼시를 1-0으로 꺾었다. 전반 24분 터진 체임벌린의 한 방에 열세 번 묵은 체증이 내려갔다. 그 어떤 사이다보다도, 그 어떤 해장국보다도. 속 시원했을 것이다.

전체 내용을 복기했을 때, 아스널 진영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볼 점유 50%가 안 된 아스널은 번번이 뒤로 밀렸으나, 수비를 곧잘 해냈다. 골문은 물론, 페널티박스부터 사수하려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머리를 먼저 밀어 넣고, 악착같이 싸웠다. 전투적으로 맞서며 파울을 범하기도 했다. 다행히 치명타를 입을 수준은 아니었다.

운도 따랐다. 라인 사이를 완벽히 파고든 아자르에게 일대일 찬스를 내줬다. 눈 질끔 감았을 상황, 볼이 크로스바 위로 솟구쳤다. 팔카오는 물론, 교체 아웃된 레미도, 2선의 세스크도, 아자르도 인플레이에서의 파괴력이 떨어졌다. 하미레스가 간간이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최전방 공격수나 2선이 좌우, 혹은 후방으로 넓게 흩어져 있을 때 순간적으로 올라가 욕심도 내봤다. 단, 마무리 짓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뭐니뭐니해도 첼시 공격은 윌리안이었다. 탈압박 과정이 탁월했다. 볼이 발에 붙어있는 듯 터치가 좋았고, 덕분에 돌아서는 과정도 수월했다. 상대가 발을 넣어 개입할 여지조차 주지 않았다. 앞쪽으로의 시야를 확보한 뒤에는 날카로운 패스를 뿌렸다. 볼을 넣어주는 판단, 동료를 보는 정확성에 여유가 넘쳤다. 몸 상태도 팔팔해 보였다. 직접 침투해 공간을 만들고, 볼을 받으려는 움직임도 매서웠다. 하지만 아스널을 부수진 못했다.

아스널은 전방 지향적이었다. 패스 시도가 대부분 도전적이었다. 첼시가 세운 수비 조직도 절대 만만찮았으나, 그 좁은 통로를 통과하려 애썼다. 선이 굵고, 긴 패스에 재능을 보이는 자원이 있었다면 반대로 크게 전환하는 전개 빈도가 더 높았을 것. 대신 아스널은 숨 막히는 공간을 썰어갈 '재간둥이'를 여럿 보유했고, 패스를 짧게 짧게 돌려놓는 방식으로 상대를 곤욕스럽게 했다.

전반 24분 나온 결승골도 도전적인 패스에서 시작했다. 빙빙 도는 대신 앞을 보고 나아간 결과다. 상대 골문을 마주한 채 골망을 흔드는 것이 축구의 궁극적인 목적. 횡, 백패스도 결국엔 전진하기 위한 우회로인 셈인데, 그 자체로 끝나버리니 지루해진다. 이 점에서 아스널은 특별했다. 후방에서 뽑아낸 패스를 기막히게 잡아뒀고, 앞으로 전달하며 속도를 붙였다. 실수를 겁내 한 템포 죽였다면 첼시 진영으로 진입하기가 절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종패스로 잡은 찬스는 횡패스 단계로 넘어간다(하단 캡처 참고). 반대편 동료를 향한 전환 패스는 한쪽에 쏠린 상대 수비 라인을 휘청이게 한다. 볼 위치에 따라 부랴부랴 반대 쪽으로 전형을 옮기던 첼시. 수비수 개개인의 간격 조절이 나쁘진 않았으나, 또 다른 공격 빌미를 흘린다.

월콧을 거쳐 체임벌린에게까지 운반된 볼은 매우 빠르고 정확했다. 첼시의 중원 영향력이 파괴된 것도 이 때문. 마티치-하미레스 라인의 견제가 부재하자, 중앙 수비 존 테리가 전진했다. 여기에 측면 수비 베예린까지 움직임을 보탠다. 공격 전개 방식의 정석으로 기어가 착착 맞아 돌아갔다.

다음 국면에서는 체임벌린과 풀백 베예린의 협업이 이뤄진다. 빠르면서도 부지런했던 베예린은 어떻게 몸을 던져야 동료를 살릴지 알았다. 마티치를 유인해내면서 체임벌린에게는 일대일 찬스를 선사한다. 아스필리쿠에타vs체임벌린. 이 경우 보통은 먼저 볼 처리 방향을 택할 수 있는 공격수가 더 유리하다. 뒤에 있던 월콧이 볼을 내어달라고 손짓했으나, 직접 도전했다. 왼발로 오차 없이 임펙트를 줄 만큼 발목 힘 및 슈팅 타이밍 포착에서 자신이 있었던 모양이다(하단 캡처 참고).

후반 20분, 월콧 대신 지루가 투입됐다. 페널티박스 안 무게감이 확연히 달라졌다. 팔을 쓰며 상대 수비를 견제하고, 그 와중에 발을 내밀어 슈팅까지 연결했다. 월콧만큼 빠르게 달릴 수는 없어도, 뛰어들어갈 때를 정확히 인지했다. 큼지막한 보폭으로 달려가 상대 수비를 끌어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얻어낸 천금의 기회는 카솔라가 놓쳤다.

경기 막판에는 카솔라 본인이 직접 밥상을 차린다. 마티치를 등지며 완벽하게 볼을 쟁취한 깁스와 원투 패스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절호의 일대일 찬스를 또다시 살리지 못했다. 양 팀 모두 추가 골을 얻지 못했고, 아스널이 1-0 승리를 굳혔다.

마지막까지 애태우긴 했어도, 벵거는 속을 풀었다. 단, 기쁨의 유효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아스널과 첼시는 내달 19일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재회한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SBS Sports 중계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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