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우한: 中축구, 럭셔리 스포츠카 타고 후진하다

윤진만 입력 2015. 8. 3. 12:46 수정 2015. 8. 3.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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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우한(중국)] 21세기 마천루와 역주행 오토바이가 공존한다. 중국 우한이다. 거기서 열리는 2015EAFF동아시안컵도 두 얼굴을 지녔다. 우한스포츠센터는 세계 어느 경기장에 견줘도 손색이 없다. 웅장함도 갖췄다. 하지만 직원들은 태연하게 담배를 문다. 각종 시설은 비위생적이다. 헷갈린다. 이 도시와 이 대회의 진짜 얼굴이 무엇인지.

알쏭달쏭한 채로 한국과 중국의 동아시안컵 1차전(8월 2일)을 맞이했다. 중국 남자 국가대표팀의 명암을 모두 봤다. 2시간 40분 전 열린 북일전에선 없던 관중이 4만 명 이상 들어찼다. 예전과 달리 응원 문화를 성숙해 보였다. 선수들은 4-1-4-1 대형을 유지해 알랑 페렝 감독의 주문을 실행했다. 전형 유지에 노력한다는 느낌이었다.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경기력은 한숨을 만들었다. 2015AFC아시안컵 8강에 진출했다. 4만 홈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았다. 상대(한국)는 주축이 거의 빠졌다. 준비 기간도 짧았다. 중국이 어느 정도 실력을 발휘해야 정상 아닌가. 중국은 기술과 끈기, 패기 모두 없었다. 마치 슈퍼리그 올스타팀 같은 느낌이었다.

힘이 떨어지는 후반전 내내 중국은 역주행했다. 후반 14분, 중앙선 부근에서 이재성이 렌헝을 압박했다. 당황한 렌헝은 자기 진영으로 부랴부랴 후진했다. 전반 39분에는 김주영이 위하이를 멀찍이 쫓아냈다. 몸싸움이 싫은지 자꾸 후진 기어를 넣는다. 후반 17분, 김승규가 펀칭한 공이 위하이의 앞에 떨어졌다. 발만 갖다 대면 되는 상황. 어이없는 실축. 곧바로 교체 아웃.

한국이 2-0으로 앞서던 후반 38분, 리우지안예(교체투입)가 이용재와 부딪혔다. '악' 소리를 내며 경기장에 쓰러진 채 고통을 호소했다. 동료들이 다가와 '옐로우타드' 분위기를 조성했다. 주심이 경기 속행을 지시하자 리우지안예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벌떡 일어났다. 후반 43분, 중국은 자기 진영에서 프리킥을 얻었다. 누구 하나 볼을 향해 달려가지 않았다. 가장 가까이 있던 펑샤오팅이 느릿느릿 걸어 발로 볼을 툭 찼다. 만사 귀찮다는 표정으로.

후반 추가시간, 주장 정즈가 부상을 호소했다. 중국 관중이 야유를 퍼부었다. 현 중국 대표팀을 상징하는 장면이 아닐까 싶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축구 굴기' 정책을 통해 중국은 급성장 중이다. 하지만 중국 축구의 얼굴인 대표팀은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아프다며 힘들다며 그라운드 위에 눕는다.

최근 중국 축구 대표팀은 분명한 기회를 맞이한다. 2010년 동아시안컵에선 공한증을 깼다. 2011아시안컵에선 강호 우즈베키스탄과의 대등하게 맞섰다. 2015년 아시안컵에선 8강에 진출했다. 그러나 치고 올라가야 할 때마다 끈을 스스로 놔버린다. 유명 감독도 중국 선수들의 본질까지는 뜯어고치지 못하는 모양이다. '한 명이면 용이 되지만, 세 명이면 벌레가 된다'는 말이 이제야 와 닿는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체제에서 한국은 천천히 전진 중이다. 아시아권의 꾸준한 성적은 플러스, 세계 강호와 맞대결을 해본 적 없어 마이너스. 신예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한 용단은 플러스, 항상 빠져나올 구멍을 만들고 소극적으로 실전에 임하는 슈틸리케 감독의 전략은 마이너스. 다행히 '플러스' 쪽이 조금 더 크다.

세대교체에 성공한 북한, J리그 자원이 풍부한 일본도 소리 없이 나아가는 이때, 동아시안컵 출전국 중 오직 중국만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세대교체 흔적도 없다. 중국 슈퍼리그는 외국인의 차지다. 교통 체증에 걸려 꼼짝 못 하는 럭셔리 스포츠카, 그 사이를 역주행하는 오토바이. 지금 중국 축구는 성장과 정체, 퇴보 가능성이 한데 얽히고설켜 있다. 갈팡질팡한다. 직접 경험한 우한이 그랬고, 그 안에서 관찰한 중국 대표팀도 그랬다.

글=윤진만,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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