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첨단기술 사냥, 미국 '안보기업'까지 정조준

2015. 8. 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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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칭화유니 마이크론 인수 시도

GSR벤처스 50억달러 펀드 조성

첨단기술 확보 정책적 목표

1980년대 말 미국 반도체 업계는 일본 회사들의 거센 공격 앞에 망연자실하고 있었다. 신생기업이었던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일본의 도전에 최후의 반격을 시도했다. 마이크론은 현재 인텔, 삼성전자, 퀄컴, 에스케이(SK)하이닉스에 이은 세계 5위의 반도체 기업이다. 이제 미국 반도체 업계는 또 한번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첨단기술 확보를 위해 기업 인수에 발벗고 나선 중국의 도전이다.

중국 칭화유니그룹(쯔광그룹)이 최근 마이크론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1993년 설립된 칭화유니의 전신은 1988년 설립된 칭화대과학기술개발총공사로 중국의 명문 칭화대가 설립한 첫 산학연계 종합 기업이다. 준국유기업으로 분류되며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상용설비, 시스템 통합 등의 부문을 아우르고 있다. 인터넷 안보 등의 전략개념을 중국에 도입한 것도 칭화유니였다.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반도체가 중국의 과학기술 투자 및 개발에서 핵심으로 떠오르자, 이 회사는 정책 지원을 등에 업고 반도체 칩 설계 및 개발, 제조 분야에 뛰어들었다. 최근 반도체 기업 스프레드트럼과, 아르디에이(RDA)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를 사들여 중국 최고의 반도체 설계기업이 된 칭화유니는 지난해 9월 인텔의 x86 마이크로프로세서 칩 개발권을 확보한 데 이어 올 3월에는 휼렛패커드의 자회사인 에이치3시(H3C) 테크놀로지의 지분 51%를 인수하기도 했다.

중국이 세계 전자제조업에서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을 고려하면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것은 국가적 목표가 됐다. 마이크론 매출액의 약 41%가 중국 제조업체와의 거래에서 발생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중국이 세계 전자업계의 중심 지위를 공고히 하려는 노력은 결국 자국 반도체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하지만 칭화유니의 마이크론 인수 시도는 반발을 불렀다. 미국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미국이 반도체 메모리칩 업계의 주요 지위를 상실한다면 국가안보에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중국 전자정보산업발전연구원의 반도체 전문가 라오샤오핑은 "마이크론이 미군 당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미군이 마이크론의 메모리칩을 많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인수에 걸림돌이 많을 것"이라고 <중국전자보>에 말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국 내 반발을 고려하면 칭화유니의 마이크론 인수 성사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이것은 중국 과학기술 발전이 곧 새로운 단계로 진입할 것이라는 첫번째 표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칭화유니의 마이크론 인수 시도는 최근 중국이 전방위로 펼치고 있는 해외 첨단 기술 사냥의 한 예에 불과하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중국 벤처캐피털 회사인 지에스아르(GSR) 벤처스가 해외 자산 매입을 위해 5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고 보도했다. 이 회사는 세계 시장에서 정보기술, 인터넷, 바이오 기업 인수를 목표로 기금을 조성할 예정이다. 지에스아르 벤처스는 2004년 중국 정보기술 기업가들이 만든 회사다. 미국의 오크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가 올 3월 필립스의 조명사업부 지분 80%를 28억달러(약 3조2000억원)에 인수하는 데 참여해 이름을 알렸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에스아르 벤처스는 성장이 유망하다고 보는 분야에서의 기업 인수를 목표로 삼았다"며 "펀드 조성은 중국이 수입하는 기술들을 확보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짚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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