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에 휘청이는 에너지 기업들..해고 물결

2015. 8. 3. 10:4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전세계 2000억달러 규모 새 사업 보류

3개월간 미국서 5만여명 추가 감원

과잉생산 등으로 저유가 계속 전망

국제유가 하락의 충격으로 에너지 기업들이 휘청대고 있다. 세계적 에너지 기업들이 2000억달러 규모의 신규 사업을 보류했고, 미국 에너지 기업들은 지난해 10만여명을 감축한 데 더해 최근 3개월 동안 5만여명을 추가로 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유가가 급락하면서 세계 에너지 기업들이 모두 2000억달러에 이르는 신규 사업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또 구리·금·광물 자원 가격 하락, 중국 경제성장 둔화 우려와 해외 원유 생산량 증가 등이 맞물려 블룸버그상품지수가 6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함에 따라 기업들이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비용 절감에 나섰다고 전했다.

글로벌 에너지·자원 컨설팅 회사인 우드매켄지는 지난해 여름부터 계속된 유가 하락으로 200억배럴의 원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46개의 대규모 원유·가스 사업이 연기됐다고 밝혔다. 사업을 보류한 기업 가운데는 세계적 에너지 기업인 영국의 비피(BP)와 영국·네덜란드 합작법인 로열더치셸, 미국의 셰브론, 노르웨이의 스타토일과 오스트레일리아의 우드사이드 등이 포함됐다. 지난 5월 노르웨이의 에너지 컨설팅 회사 라이스타드 에너지는 1180억달러 상당의 사업이 보류됐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현재 개발이 보류된 원유의 절반 이상은 걸프만, 멕시코와 서아프리카의 심해에 묻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심해 굴착 장비를 사용하려면 하루에 수천만달러나 들어, 계약비용이 현격히 떨어져야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단일 지역으로 캐나다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는데, 이는 매장량의 상당 부분이 채굴 비용이 많이 드는 오일샌드여서 약 56억배럴 상당의 개발 사업이 연기됐기 때문이다. 우드매켄지는 보고서에서 석유 업계가 빠른 속도로 개발 투자 결정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북해산 브렌트유 값은 미국의 셰일에너지 개발 등 과도한 원유 생산에 더해 석유수출기구(OPEC·오펙)가 감산하지 않기로 한 결정으로 지난해 반토막 났다. 올 3월 유가가 안정을 찾으며 5월 초 5개월 만에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이란 핵협상 타결에 따른 이란의 원유 수출 증가 가능성으로 다시 7월 들어 20% 급락해, 브렌트유는 배럴당 55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서부텍사유(WTI)도 마찬가지다. 서부텍사스유 역시 올 2분기 들어 반등했으나, 7월말 기준 4개월 만에 최저치인 48달러를 기록하며 6주 만에 20% 이상 떨어졌다. 일시적으로 회복세를 보인 유가를 보며 일부 생산자들이 바로 시추작업을 재개하고 고용을 늘리기 시작한 것도 최근 다시 유가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유가가 다시 떨어지자 굴착 작업을 돕는 회사들부터 인원감축 상황을 공개했는데, 애초 발표보다 훨씬 심각했다. 합병을 준비하고 있는 유전 서비스 업체 핼리버턴과 베이커휴스는 최근 양쪽에서 모두 2만7000여명을 정리해고했다고 밝혔다. 2월에 밝혔던 예상 인원 1만3500명의 2배였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3개월간 미국 에너지 기업들이 5만명에 가까운 인원을 감축했다고 전했다. 이보다 앞서 유가가 떨어지기 시작한 지난해 가을부터 이미 10만명이 해고된 것을 더하면, 해고자 수는 훨씬 많다.

올해 초 진행된 정리해고의 주 대상은 블루칼라 노동자 위주였지만, 이제는 엔지니어와 과학자들까지 대상에 오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휴스턴의 에너지 컨설팅 업체인 그레이브스앤코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큰 석유·가스 탐사 개발회사인 코노코필립스는 올 들어 약 1500개의 일자리를 감축했는데, 올가을 그 수가 수천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코노코필립스 쪽은 "우리 직원들에게 감축이 예상된다고 알린 상태"라면서도 규모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미국 에너지 기업들은 상반기만 해도 밀려드는 월가의 투자금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월가는 석유·에너지 산업의 반등을 점쳤다. 하한선을 보장하는 유가 헤지상품도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신규 사업을 부추겼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다시 제자리를 찾지 못하면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현재 기업들이 직면한 문제는 사실상 기업들이 자초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신규 사업을 보류해도, 현재 석유 생산량 자체로도 과잉 공급 상태라는 것이다. 가파르게 증가하던 미국의 원유 생산이 5년 만에 제자리걸음을 하는 모양새지만, 미국 에너지청은 미국에서 생산되는 원유만 하루 970만배럴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1971년 이후 최고치다. 이에 더해 이란 핵협상 타결로 대이란 경제제재가 풀리면 이란은 내년 중으로 하루 최대 100만배럴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을 유가 하락으로부터 보호해줬던 유가 헤지상품들 또한 올가을이면 만료되기 시작해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저유가 상황에 노출될 예정이다.

모건스탠리는 현재의 유가 하락이 1986년 석유파동보다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만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가 생산을 줄이지 않고 이란과 리비아가 생산을 재개한다면 향후 3년간 계속 유가가 60달러를 밑돌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독도에 일본 순시선이 다가왔다'친일' 김무성 아버지가 애국자로 둔갑하고 있다'형제의 난' 롯데, 한국 기업일까? 일본 기업일까?[포토] 스마트폰 앞에서 연인 사이 대화가 죽는다[화보] 지구에서 가장 거대한 동굴 들어가보니…별천지!

공식 SNS [통하니][트위터][미투데이]| 구독신청 [한겨레신문][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