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구수 감소' 통해 본 김광현의 미래 가치

정철우 2015. 8. 3. 10: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광현. 사진=SK 와이번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SK 에이스 김광현이 드디어 10승을 해냈다. 2일 문학 LG전서 개인 통산 6번째 10승 달성. 현역 투수중 가장 많은 10승(공동)을 달성한 선수가 됐다.

김광현에게 10승은 그리 대단한 훈장은 아니다. 올 시즌 첫 공을 던진 순간 부터, 많은 사람들은 김광현이 충분히 두자릿수 승수를 달성할 수 있을거라 믿었다. 그만큼 구위가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7월 이후의 김광현은 또 다른 투수다. 힘 있고 빠른 공만 던질 수 있는 투수가 아니다. 완급 조절을 통해 경기를 운영하는 능력이 업그레이드 됐다. 투구수를 보면 그의 가치가 다시 한 번 높게 증명된다.<표 참조>

김광현 월별 투구수 변화. 자료제공=베이스볼S
김광현은 4월 등판서 이닝당 평균 17.3개를 던졌다. 5월에는 좀 더 늘어나 17.7개가 됐다. 그러나 6월 들어 15.9개로 줄어들더니 7월 이후로는 1.38개로 눈에 띄는 감소세를 보였다.

이닝 당 이상적 투구수는 15개라고 말한다. 6회를 던졌을 때 90개 정도가 되는 수치다. 최대 7이닝을 105개 투구수로 끝낼 수 있는 숫자가 바로 1이닝당 15개다. 지금의 김광현은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직접적으로 비교를 해 보면 투구수 절약의 효과를 보다 가깝게 느낄 수 있다.

김광현의 5월과 7월 이후 투구수는 거의 이닝당 4개 차이가 난다. 5회를 던졌다고 가정했을 때 20개 차이가 난다. 1이닝을 더 던질 수 있는 힘을 갖고 5회 이후를 던지는 것과 한계 투구수에 다다른 채 그 이후를 책임지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김광현의 투구수 절약이 더욱 눈길을 끄는 건 그가 투수로서 보다 업그레이드 됐음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갑자기 제구력이 좋아져서 이 처럼 큰 폭의 변화를 가져왔다고 볼 수 없다. 물론 9이닝 당 볼넷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투구수 감소는 또 다른 곳에서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김광현은 4월 평균 자책점이 4.88이었다. 승리는 하지만 상대를 압도하지는 못했다. 당시에 내부에서 나온 진단은 구종의 단조로움에 있었다. 직구와 슬라이더 위주의 빠르기만한 투구는 상대 타자의 커트를 불러온다는 것이었다.

직구 타이밍에 맞춰 스윙이 나오다 슬라이더임을 직감하면 걷어내는 일이 잦아지다보니 투구수가 늘어나고 끝내 제구력까지 흔들린다는 분석이었다.

커트만으로 김광현을 무너트릴 수는 없어도 차곡차곡 쌓이면 부담을 줄 수 있었던 것 만은 분명했다.

그러나 김광현은 스스로 그 어려움에서 벗어났다. 완급 조절 능력이 향상되면 상대의 노림수를 복잡하게 만들었고 자연스럽게 투구수 감소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2일 LG전도 그랬다. 100km에도 미치지 못하는 커브를 섞어 던지는가 하면 슬라이더의 속도 조절도 현란하게 이뤄졌다. 그의 투구수 감소가 우연이 아님을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이런 노력은 그의 10승이 마지막이 아니라 출발을 알리는 것임을 상징하고 있다.

정철우 (butyou@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