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의 안목, 새 비전을 제시하다

임기환 2015. 8. 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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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안목이 또 한 번 빛을 발했다. 2015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중국 동아시안컵을 대비해 차출한 어린 선수들이 영롱한 빛을 내며 슈틸리케호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2일 밤 10시(한국 시각), 중국 우한(武漢)에 위치한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킥오프된 2015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동아시안컵 남자부 1차전서 한국이 중국을 2-0으로 완파하고 상쾌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한국은 전반 45분 김승대의 선제골과 후반 12분 이종호의 추가골을 묶어 홈팀 중국을 물리치고 대회 우승을 향해 기분 좋게 출발했다.

승리 이상의 의미가 있던 중국전이었다. 슈틸리케호의 가장 큰 소득은 어린 선수들의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평균 연령 24.3세의 어린 선수들로 동아시안컵 엔트리를 꾸렸다. 이번 대회가 FIFA(국제축구연맹) A매치 기간에 들어가지 않아 유럽파를 차출할 수 없었던 탓도 있지만 새싹들을 발견하려는 목적이 더 컸다.

한국의 중국전 스쿼드는 절반 정도는 실험에 가까웠다. 최전방의 이정협, 2선의 이재성, 3선의 장현수, 포 백의 김영권과 김주영, 최후방의 김승규를 제외한 5명의 선수들이 슈틸리케 감독 체제에서 거의 활용되지 못했던 자원들이었다. 이재성과 2선에서 호흡을 맞춘 이종호와 김승대, 3선의 권창훈, 오른쪽 측면 수비를 본 임창우는 이날이 A매치 데뷔전이었다.

이겨도 본전, 비기거나 지면 손해인 상황에서 시도한 슈틸리케 감독의 과감한 실험은 성공으로 귀결됐다. 개막전서 개최국을 꺾었다는 결과는 물론, 재밌고 유기적 패싱 축구를 선보이며 내용까지 동시에 잡았다.

K리그 새싹들의 가능성을 발견한 건 이날 가장 큰 수확이었다. 이종호·김승대 등은 어린 나이에도 소속 팀에서 입지가 탄탄한 선수들이었다. A대표팀 선발 때마다 예비 자원으로 이름이 빈번히 오르내렸다. 비록 이들이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을 통해 가능성을 보이긴 했어도 성인 무대에서까지 통할지는 의문이었다. 성인 레벨의 국제 무대서 검증된 바가 없었다.

흙 속에 묻혀 빛을 보지 못했던 새싹들이 A매치 데뷔전에서 한꺼번에 발아했다. 김승대는 전반 45분 이재성의 스루 패스를 자신의 장기인 라인 브레이킹으로 이어받아 데뷔전 데뷔골을 기록했다. 이어 후반 12분엔 이종호가 김승대의 패스를 받은 뒤 감각적 기술로 골키퍼까지 제치고 추가골을 넣었다. 어린 선수들에게 원정 대회의 부담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끈적끈적한 무더위도 그들을 가로막지 못했다.

중원에선 권창훈의 활약이 빛났다. 권창훈 역시 지난해 12월 제주 전지훈련 때 슈틸리케호에 이름을 올렸지만 실전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전혀 처음 같지 않았다. 어린 나이답지 않게 노련했고 패기가 넘쳤다. 측면과 중앙 가리지 않고 폭넓게 움직이며 슈틸리케호의 엔진 역을 톡톡히 했다.

이 밖에 간만에 뽑힌 홍철은 전반전 눈 부위에 피를 흘리는 부상을 입고도 끝까지 투혼을 발휘했으며, 임창우 역시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오래간만에 치른 A매치를 무난히 소화했다.

비록 한 경기지만 어린 선수들의 발견은 슈틸리케호로선 희소식일 수밖에 없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과 16강을 노리는 슈틸리케호의 잠재적 위험 요소는 주전과 비주전의 전력 편차였다. 손흥민과 기성용을 중심으로 한 유럽파들의 실력은 뛰어났지만, 그들이 없을 때 생긴 비상 상황에서 마땅한 대체 자원을 찾기 힘들었다. 부임 이후 두 번째 국제 대회를 치르는 슈틸리케 감독으로서도 새로운 자원을 실험할 기회가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이번 동아시안컵은 슈틸리케 감독으로선 새로운 얼굴을 발견할 실험의 장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목적에 걸맞은 엔트리를 구성해 첫 경기부터 실험의 성과를 봤다. 이제 갓 A매치 5경기 출전에 불과한 이재성은 이청용의 빈자리를 느끼기 힘들 정도로 성장했고, 데뷔전을 치른 이종호·김승대·권창훈도 기존 주전들의 존재감이 희미해질 만큼 좋은 활약을 펼쳤다. 외려 전방에서 만드는 콤비네이션의 시너지는 이전 주축들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상대가 중국이란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동아시안컵을 맞아 새로 구성된 슈틸리케호는 한 경기 만에 새싹들의 가능성을 보며 산뜻한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생장을 고대했던 새싹들 역시 자신들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에게 확실한 존재감을 알렸다. 슈틸리케 감독이 발견한 새싹들은 첫판부터 제 몫을 다하며 A대표팀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글=임기환 기자(lkh3234@soccerbest11.co.kr)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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