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푸드] 토마토주스, 유독 기내서 불티나는 이유?

2015. 8. 3.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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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헤럴드=정주원 기자]바야흐로 일일 비행기 탑승객 800만명 시대다.

기내 서비스와 콘텐츠도 갈수록 다양해져 비행기 탑승 자체에도 소소한 재미를 선사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승객들이 방송 콘텐츠나 기내 면세쇼핑 품목 등을 선택할 때 평소와는 사뭇 다른 기호나 행동패턴을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평소에는 탄산음료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유독 기내에서는 음료로 토마토주스를 1순위로 선택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이처럼 토마토주스가 ‘천상의 음료’로 자리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외국에서 나왔다. 미국 올브라이트 대학의 교수이자 항공역사학자인 기욤 드 시온은 토마토주스는 세계 항공산업이 공중교통으로 상업화된 초기 시절부터 꾸준히 제공돼온 ‘기내 전통 음료’라고 주장했다고 최근 외신이 보도했다.

[사진출처=123RF]

그에 따르면 항공 상업화 초기 당시에는 이른바 ‘하늘을 나는 금속 차’에 공포를 느끼는 승객들이 많았기 때문에 토마토주스는 항상 제공되는 품목이었다. 시온 교수는 “그 시절에는 비행기 소음과 엔진소리가 지금보다 굉장히 컸고, 난기류에 따른 흔들림도 많았기 때문에 놀란 신경을 안정시키기 위한 방법이 바로 (토마토)음료 섭취였다”고 했다.

또 긴 항공 시간을 조금이라도 빨리 보내기 위해 잠을 청하는 승객들은 기내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술을 다량 섭취했다고 한다. 특히 대서양을 건너는 긴 운항편에는 술이 거나하게 취해서 승무원이나 세관직원의 애를 먹이는 ‘진상 승객’들도 많았다. 그러다 급속한 세계화에 힘입어 항공산업이 비약적인 성장을 하고, 여객기의 사이즈와 승객수도 덩달아 증가했다. 승객수의 증가로 항공사들은 주류 무료제공을 지속할 수 없게 돼 점차 유료화로 전환했다. 이에 대한 반사이익으로 만취 승객의 수도 줄일 수 있었다.

1970년대에 이르러서는 미 정부의 항공산업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여객 항공사들간의 경쟁이 격화됐고 수익이 줄어들자, 유료화 품목은 더욱 많아졌다. 그러나 술과 달리 ‘블러디 메리(토마토와 보트카를 섞은 칵테일)’ 등의 믹서(mixer) 주류는 여전히 무료 제공됐기 때문에, 변치않는 인기를 구가했다. 게다가 토마토주스와 섞어 마시면 술냄새가 상대적으로 덜 나서 세관을 통과할 때 어느 정도 면피가 됐기 때문에 더욱 환영 받았다.

21세기인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토마토주스의 인기는 여전히 식을 줄 모른다. 몇년 전 독일 항공사인 루프트한자는 캔맥주의 기내 제공량이 5만9000갤런이 소비될 때 토마토주스는 5만3000갤런 소비됐다고 밝힌 바 있다. 루프트한자의 케이터링 임원인 에른스트 데렌탈은 “독일인의 맥주사랑을 감안하면 (토마토주스의 부동의 인기는)매우 유의미한 현상”이라고 말한다.

‘왜 토마토주스인가’라는 물음은 항공사들도 궁금해하는 질문이다.

데렌탈에 따르면, 루프트한자는 기내에서 토마토주스가 인기 있는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독일의 리서치 기관인 프라운호퍼 소사이어티(Fraunhofer Society)에 의뢰한 일까지 있을 정도다. 프라운호퍼 소사이어티는 시뮬레이터에 캐빈 압력, 흔들림, 엔진 소리 등을 조절해 3만 피트 상공위를 비행중인 에어버스 A310의 기내 환경을 재현했다. 창문으로는 하늘과 구름의 사진도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실험 참여자들에게 기내식과 음료를 제공하고, 맛을 평가하도록 했다. 놀랍게도, ‘가짜 비행기’에 탑승한 참여자들은 토마토주스의 맛을 평소보다 ‘맛있게’ 인식했다.

데렌탈은 “실험실 밖 ‘지상’에서 토마토주스를 마셨을 때는 ‘신선하지 않고 맛도 텁텁하다’고 혹평한 참여자들이 가짜 비행기에서는 ‘신선하고 미네랄이 풍부한 맛’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실험실 안팎에서 제공된 토마토주스는 같은 브랜드의 같은 제품이었는데도 말이다.

프라운호퍼 소사이어티는 토마토주스가 맛있는 이유를 ‘저기압’으로 꼽았다. 해수면 위로 약 1마일 위 이상의 고도에 진입하면 캐빈 압력이 낮아진다. 이에 따라 신체 내 혈액에 흡수되는 산소의 양이 줄어들면서 혀의 미각기관(taste buds)과 후각기관의 감지 기능이 둔화된다. 또 대다수의 항공사는 기내 습도를 약 10%~15%로 유지하기에 승객의 코와 입이 건조해지기 때문에 단맛이나 짠맛, 향신료나 허브의 냄새도 지상에서보다 상대적으로 덜 지각된다. 기내식음료의 맛이 싱거워지기 때문에 담백한 토마토주스의 맛이 오히려 각광받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데렌탈과 루프트한자 측은 이 같은 보고서에 만족하지 않고, 직접 탑승객에게 물어보는 ‘경험칙’도 수집하기에 이르렀다. 데렌탈과 캐빈크루가 지켜본 바에 따르면, 승객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토마토주스를 선호했다. 일부 승객은 토마토주스가 다른 음료에 비해 배가 부르기 때문에, 일부는 속이 진정되는 느낌과 멀미증상 개선을 위해, 또 어떤 이들은 “특별한 이유없이, 주니까 마신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데렌탈은 앞 사람이 토마토주스를 주문한 것을 보고 자신도 덩달아 주문하는 승객도 많다고 전했다. 2분내 다가올 기내 승무원들을 보면서 무엇을 주문할지 생각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지만, 선택장애가 온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 앞 차례의 사람이 토마토주스를 주문하는 것을 듣고, 괜찮은 선택인 것 같다고 느껴서 자신도 덩달아 주문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기내 토마토주스의 인기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joowon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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