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줌인]'징비록' 종영, 제2의 '정도전' 기대해서 미안

이우인 2015. 8. 3. 06:5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TV리포트=이우인 기자] '정도전'의 벽이 너무 높았다. 제2의 정도전으로 기대감 속에 방송된 '징비록'이 '용두사미' 결말로 시청자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지난 2일 오후 방송된 KBS1 대하드라마 '징비록'(정형수 정지연 극본, 김상휘 김영조 연출) 마지막회에서는 임진왜란은 끝이 났지만 노량해전에서 이순신(김석훈)이 전사하고, 류성룡(김상중)이 파직을 당하는 장면이 중점적으로 그려졌다.

이순신은 일본으로 줄행랑을 치는 왜적을 고이 보내줄 수 없었다. 지난 7년 동안 조선을 짓밟은 왜적을 전멸시키고 말겠단 그의 의지는 노량해전에서 빛을 내뿜었다. 왜군의 적장들은 이순신의 무시무시함에 혀를 내둘렀다. 이순신은 두 번 다시 왜군이 조선땅을 밟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그는 그러나 왜적이 괴멸을 앞둔 순간 적이 쏜 포탄을 맞고 눈을 감는다. 죽기 직전까지도 이순신은 자신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고 끝까지 싸울 것을 명했다. 백성의 안위를 위해 목숨을 기꺼이 바치는 이순신의 충심은 자신의 보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만 급급한 선조(김태우)의 모습과 대비됐다.

임진왜란 내내 백성을 위해 일했던 류성룡은 파직을 당한다. 선조가 아닌 광해(노영학)를 지지하는 세력에 의해 희생양이 된 것. 류성룡은 선조와의 마지막 독대에서 선조에게 책임을 물었다. 그는 선조가 백성을 위해 왜군과 싸워보려고도 하지 않고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 도망쳤던 일, 의병장들을 숙청한 일 등을 언급했다.

류성룡은 선조에게 영민하지만 군주로선 자질이 부족하다며 '돌직구'도 서슴지 않았다. 선조는 그러나 자신의 결단이 최선이었다며 자기 합리화를 했다. 류성룡은 어느 것 하나 책임지려 하지 않는 선조에게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는 마지막 간청이라며 선조에게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신신당부한다. 류성룡은 끝까지 백성과 군주를 생각했다.

'징비록' 말미에서는 류성룡이 임진왜란에서 얻은 교훈을 담아 '징비록' 책을 집필한 뒤 사망하고, 그가 이순신에게 말하듯이 이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남기는 장면이 그려졌다. 잘못된 일은 반드시 바로잡고 대비를 해야 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이후 조선은 류성룡이 피로 쓴 교훈을 간과했고, 병자호란을 치르게 된다.

'징비록'은 지난해 정통사극의 부활을 일으킨 '정도전'의 아성을 이을 작품으로 큰 기대감 속에 막을 올렸다. 김상중과 김태우의 캐스팅만으로도 절반은 성공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극본을 맡은 작가도 '다모'와 '주몽' 등 인기사극을 쓴 스타작가 정형수였다. 믿고 보는 배우와 작가의 만남, 실패를 의심하기가 더 어려운 조건이었다.

그러나 기대감이 클수록 실망감은 더 컸다. '징비록'은 '정도전'을 뛰어넘긴커녕, '정도전'이 어렵게 이뤄낸 정통사극에 대한 시청자의 기대감을 거품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야기는 여러 차례 산으로 갔고, 등장인물의 캐릭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배우들의 분투가 안쓰러울 만큼  '고급 재료'로도 살리기 어려운 캐릭터와 이야기였다.

한편 '징비록' 후속으로는 송일국 주연의 과학 역사 휴먼 사극 '장영실'이 내년 1월 방송될 예정이다.

이우인 기자 jarrje@tvreport.co.kr/사진=KBS1 '징비록' 방송 화면 캡처, KBS

Copyright © TV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