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기자 메일] 박정배의 눈물, 잠시 흘려도 괜찮은 이유

2015. 8. 3.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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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태우 기자] 남자들의 세계에서 '눈물'은 약함의 상징이 되곤 합니다. 요새야 감성의 표현 방식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아졌지만, "남자는 울지 않아야 한다"라는 뿌리 깊은 고정관념이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죠. 그런데 2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는 남자 중의 남자라는 한 선수가 눈물을 훔쳤습니다. 어깨 부상을 극복하고 1군 마운드에 돌아온 박정배(33, SK) 선수가 그 화제의 주인공입니다.

박정배 선수는 2일 인천 LG전에서 8-2로 앞선 9회 등판해 1이닝을 깔끔하게 막아내고 '하이파이브 투수'가 됐습니다. 1군 마운드는 2014년 7월 13일 대구 삼성전 이후 무려 385일 만이었습니다. 그리고 기대대로 멋진 투구 내용을 선보이며 팬들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140㎞ 후반에 이르는 빠른 공에 전매특허인 포크볼과 커브로 삼진 두 개를 잡아내는 등 퍼펙트 피칭으로 화려한 복귀전을 치렀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은 뒤부터 서서히 붉어지던 눈에서는 어느새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마운드를 내려오면서는 그 눈물을 감추기 위해 연신 눈가를 닦아내고 있었죠. 눈물을 보기 쉽지 않은 그라운드에서는 이색적인 일이기도 했습니다. 또 담당기자 사이에서 박정배 선수는 평소에 항상 진중하고, 남자다운 선수로 평판이 높습니다. 그래서 더 놀라운 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사연은 이랬습니다. 박정배 선수는 경기 후 "경기가 끝나고 나니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라고 머쓱해했습니다. 하지만 원인 없는 결과는 없는 법이지요. 이어간 이야기에 답이 있었습니다. 박정배 선수는 "재활하면서 고생을 했던 부분 때문은 아니었다. '1년 만에 꼭 돌아가자'는 목표를 이룬 부분과 그 동안 주위에서 많이 신경 써 준 가족들과 코치님들 때문에 눈물이 난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고마운 사람들과의 지나간 일이 주마등처럼 떠올라 울컥했던 것이지요.

2012년 SK에 입단한 이후 팀의 핵심 불펜 요원으로 뛰고 있는 박정배 선수는 지난해 전반기 막판 어깨에 탈이 났습니다. 부상자들이 많은 팀 불펜 사정상 많은 경기와 이닝을 소화한 후유증이었습니다. 시술 결정이 나자 담당기자들도 놀랐던 것이 기억납니다. 아프다는 이야기 한 번 안 했던 선수, 그리고 올스타전까지 감사한 마음으로 뛰었던 선수가 갑자기 부상으로 빠진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수술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부위가 너무 민감해 주위에서 많이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너무 가혹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으나 어깨에 손을 댄 선수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온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박정배 선수는 "순조롭게 흘러가도 재활에만 1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이 무색하게 빠른 재활 페이스를 선보였습니다. 경기장에서 가끔 마주칠 때마다 표정은 계속 좋아지고 있었습니다. 의학기술이 좋아져서, 재활 프로그램이 좋아져서 그런 것도 있을 겁니다. 그래도 그런 빠른 추이에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스스로의 노력이었습니다.

지난해 박정배 선수의 재활을 도왔던 김경태 SK 루키팀 코치는 "정말 엄청나게 노력을 했다"라며 혀를 내두르더군요. '1년 안에 반드시 돌아가겠다'라는 목표를 지키기 위해 옆에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린 것이죠. 그 결과 예정보다 훨씬 빠른 시점에서 투구를 재개할 수 있었습니다. SK 퓨처스팀(2군)이 위치한 강화도에서 "불가사의하다"라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니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겠죠. 땀이 배신을 하지 않은 셈입니다.

박정배 선수의 가세가 SK 불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개인적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감각을 찾는 데 조금 더 시간이 걸릴 수는 있을 겁니다. 부위가 민감해 어쩌면 한창 좋았던 모습을 되찾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갈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팀 전력 자체를 떠나, 야구 인생의 도박을 걸었던 한 선수가 다시 마운드에 서 힘차게 공을 던졌다는 것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경기장을 찾으신 많은 팬들이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신 것 또한 그 때문일 것이라 짐작해봅니다.

복귀전을 치른 박정배 선수는 소박한 희망을 남겼습니다. "아프지 않고 던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라면서 "이 행복을 좀 더 오래오래 유지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야구를 할 수 있다는 자체로 행복하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래서 문뜩 이런 생각이 듭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야구계에서 부상으로 고생하고 있는 선수들이 박정배 선수와 같은 행복을 만끽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눈물바다가 되도록 많은 선수들이 감격의 눈물을 흘려도 괜찮겠습니다. 그 감격의 눈물이 지금도 재활과 씨름하고 있는 다른 선수들에게 희망이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요. /skullboy@osen.co.kr

SK 담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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