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전: 안 보고 본 척할 수 있는 다섯 장면

홍재민 2015. 8. 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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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 일요일 밤은 우울하다. 월요일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니까. 그래서 하하 웃는 <개그콘서트>가 인기를 누리는지 모른다. 하지만 8월 첫 일요일은 밤늦게까지 모두가 하하하 웃었다. '슈틸리케호' 덕분이다.

2일 밤 10시 열린 2015 동아시안컵 중국과 첫 경기에서 대한민국은 2-0 완승했다. 깔끔했다. 내용, 투지, 스코어라인까지 모든 면에서 앞섰다. 최근 중국 슈퍼리그의 위세가 떨떠름했던 터라 K리그 팬들이 더 신났다. 이틀 연속 한국 팬을 기쁘게 해준 중국 축구의 배포가 역시 '대륙'급이다.

혹시 이 경기를 못 보신 분들을 위해 월드 No.1 풋볼매거진 <포포투>가 준비했다. 월요일 출근길 지하철에서 이것만 훑어보면 사무실에서 '경기 본 척'하실 수 있다.

# 36분: '빵훈이' 스타 될 수 있었는데!

권창훈(21, 수원). 일반 팬에겐 낯선 이름일지 모른다. 프로 3년차로 수원에서 올 시즌 맹활약 중이다. 그 덕분에 이번 대회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내친김에 A매치 데뷔전까지 치렀다. 부모님께서 빵집을 운영하시는 덕분에 별명이 '빵훈이'다. 수원블루윙즈 공식 페이스북은 정형돈을 닮았다고 '공식 인정'하기도 했다.

그런 권창훈에게 전반 36분 황금 기회가 찾아왔다. 오른쪽 측면에서 이종호가 기막힌 크로스를 올렸다. 골문은 비어있고 권창훈은 아무런 방해 없이 자유롭게 있었다. 붕 떠서 헤딩슛. 떴다. A매치 데뷔전, 데뷔골이란 '신데렐라 기회'가 날아갔다. 90분 내내 잘 뛰었지만, 선수 본인에겐 이 장면이 두고두고 아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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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분: 페인팅이 아주 감쪽같지?

전반 종료 직전, 오른쪽 측면에서 이재성이 날카로운 패스를 찔렀다.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선 김승대(24, 포항)에게 정확히 연결되었다. 이런 장면에서 볼을 잡고 때리는 플레이는 '스틸타카' 멤버답지 않다. 논스톱 슛이다. 어라? 슛을 했는데 볼이 아직도 김승대의 발목 옆에 있다. 김승대가 침착하게 다시 밀어 넣었다. 선제골!

첫 번째 헛발질이 모두를 속였다. 특히 중국 골키퍼가 '낚였다'. 잠깐 움찔하면서 어리둥절해하는 그의 제스처가 안타까울 정도였다. 김승대의 '다시' 슛에 반응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손이 닿지 않았다. 볼이 발목에 맞고 튕기거나 그냥 지나쳐갈 수도 있는데, 고맙게 헛발질 후에도 김승대의 발목 근처를 떠나지 않았다. 무더위 속에서 열심히 뛴 노력에 대한 선물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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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7분: 볼터치가 예술이야!

이종호(23, 전남)를 보면 활어(活魚)가 생각난다. 펄떡펄떡 뛴다. 힘과 투지가 넘친다. '광양 루니'라는 별명이 주는 어감 그대로 이종호는 뛴다. 중국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왼쪽 윙포워드로 나선 이종호는 킥오프부터 활발하게 뛰면서 전방 압박과 공격을 동시에 해치웠다. '일내겠어'라는 기대가 절로 생겼다.

1-0으로 앞서던 후반 12분. 김승대가 양보해준 패스가 이종호와 골키퍼 사이로 흘러갔다. 충돌해서 넘어지거나 슛을 하거나 아니면 골키퍼에게 잡히거나. 힘차게 달려온 이종호가 '비단결' 터치로 볼을 골키퍼 위로 살짝 넘겼다. 그리곤 몸을 날려 골인. 스코어를 2-0으로 만들 뿐 아니라 상대에게 실력 차이를 각인시킨 효능을 선보인 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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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7분: 두 골 모두 이재성의 작품이었지 후후

김승대와 이종호의 득점 활약 뒤에는 이재성(23, 전북)이 있었다. 지난 시즌 혜성처럼 등장한 이재성은 이미 K리그 절대강자 전북현대의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 중이다. 가냘픈 몸매와 플레이스타일 덕분에 '제2의 이청용'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개최국 중국의 콧대를 '팡팡' 두들긴 2골을 모두 이재성이 만들었으니 그런 기대가 당연하다.

두 골의 출발점이 똑같았다. 오른쪽 측면에 이재성이 있고, 중앙으로 동료가 달려들어 간다. '찌르다'라는 술어가 적합한 패스가 이재성의 발로 만들어졌다. 추가골 장면에선 이재성을 더 칭찬해야 한다. 상대 진영에서 혼자 두 번 달려들어 빼앗은 볼로 공격 기회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투지와 집중력, 실력이 합쳐야만 가능한 플레이였다. 그걸 이재성이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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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8분: 중국의 압박은 대륙처럼 광활하다

예전 중국 축구의 이미지는 '거친 반칙'이었다. 다소 황당한 태클과 몸싸움을 곧잘 선보였다. 덕분에 상대 선수는 다치거나 '을용타'로 맞서기도 했다. 최근 엄청난 자금이 투입되면서 중국 축구는 빠르게 발전한다고 한다. 부정적인 모습을 벗고 선진 축구로 나아가려고 열심히 배우는 중이라는 말도 들린다.

그러나 한국을 상대한 중국 대표팀은 기대 이하였다. 실력을 둘째치고 투지가 너무 부족했다. 기량이 앞서는 한국 선수들이 오히려 거칠게 몸싸움을 벌였다. 두 골을 뒤진 후반전 중반 이후부터 중국은 투지를 상실한 것처럼 보였다. 전방 압박을 위해 하프라인을 넘어섰지만 넉넉한 거리를 주며 한국 선수들을 편하게 했다. 중국 대표팀에겐 유럽 감독보다 해병대 조교가 더 필요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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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홍재민, 사진=JTBC 중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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