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스 USA' 산체스 "피앙새에게도 태권도의 매력 가르칠래요"

피주영 입력 2015. 8. 3. 06:01 수정 2015. 8. 3. 09:5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간스포츠 피주영]

'악!'

미스USA 출신 니아 산체스(25)의 힘찬 기합 소리가 지난달 27일 세계태권도연맹(WTF) 서울본부를 가득 메웠다. 그 순간 '취미로 태권도를 한 외국인이 잘 하면 얼마나 잘 하겠냐'며 팔짱 낀 채 지켜보던 취재진과 태권도 관계자들은 흠칫했다. 하늘을 향해 발끝까지 꼿꼿하게 모은 산체스는 태권도 교본에나 나올 법한 발차기 시범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좌중을 향해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날 WTF 홍보대사로 위촉된 산체스를 이틀 뒤 서울 역삼동의 한 호텔에서 기다리며 조금 불안했다. 산체스의 방한을 도운 홍상용(58) 태권도 타임즈 대표가 "당초 계획에 없던 인터뷰라 매니저가 반대한 데다 연일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지쳤다"고 귀뜸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종주국 태권도인들을 놀라게 할 만큼의 완벽주의자라면 인터뷰 내내 도도하고 쌀쌀맞을 것 같았다.

산체스는 약속한 오후 7시 정각 호텔 로비에 모습을 드러냈다. 긴 생머리는 밴드로 질끈 묶었고 편한 민소매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인사를 건네자 "호텔 앞 식당에서 숯불갈비를 먹었더니 힘이 좀 나는 것 같아요. 나는 인터뷰를 시작할 준비 다 됐어요(I'm ready to go)"라며 털털하게 고개를 뒤로 젖히며 웃었다.

- 지난 사흘 동안 한국 이곳저곳을 다녔다고 하는데.

"한국은 친절한 나라다. 가는 곳마다 나를 너무 반갑게 맞아줘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좋은 사람들에게 좋은 대접을 받고 있어서 행복하다. 한국 사람 못지 않게 한국 음식도 매력적이다. 뭘 먹어도 맛있다. 특히 바베큐 요리의 '끝판왕'이라고 생각하는 숯불갈비는 사흘 내내 먹고 있다."

- 태권도는 어떻게 시작했나.

"8살 때 아버지가 부끄러움 많고 내성적인 내 성격을 바꾸기 위해 태권도를 억지로 시켰다. 처음엔 태권도장이 너무 가기 싫어서 아버지 손에 질질 끌려갔다. 아버지는 내가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함께 태권도를 배웠다. 2년 뒤 아버지는 우리가 다니던 도장까지 인수했다. 그렇게 한두 해가 지나면서 첫 시합을 출전해 이겼다. 당시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때부터 나는 태권도에 푹 빠졌던 것 같다."

- 태권도 종주국에 꼭 와보는 게 꿈이었다고요.

"태권도를 시작하면서부터 한국에 오고 싶었다. 한국은 태권도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태권도 역사의 중심인 국기원에서 시범을 보일 기회까지 주어져 영광이다."

산체스는 2014년 제63회 미스USA 선발대회에서 네바다주 대표로 참가해 1위에 올랐다. 그는 빼어난 미모 외에도 '태권도 공인 4단'이라는 이력 덕분에 대회 기간 내내 주목받았다. 특히 대회 심사위원인 영화배우 루머 윌리스가 '미국 여대생 19%가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해결책을 묻자, 산체스는 자신의 태권도 이력을 언급하며 "여성 자신도 캠퍼스 내 성폭력에 맞서기 위해 스스로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이 한마디는 '미스USA 4수생'인 산체스를 '미국 최고의 미녀'로 만들었다.

- 여성이 '스스로 방어하겠다'는 생각을 하긴 쉽지 않다.

"여섯 살 때 부모님이 이혼을 했다. 나는 어머니를 따라 나섰다. 그런데 당시 어머니는 주부로 평생 살아오셨기 때문에 경제력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 모녀는 넉 달간이나 여성보호시설에서 지내야 했다. 어머니는 늘 '스스로 일어나는 법을 배우라'라고 강조하셨다. 내가 세상 앞에서 쓰러지지 않게 강하게 키우셨다. 당시 경험은 내가 태권도에 더 많은 열정을 쏟게 된 이유일 수도 있겠다."

- 5수 끝에 마침내 미스USA 왕관을 썼다. 끊임없이 도전한 이유는.

"평생 꿈이였기 때문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미스USA가 되고 싶었다. 나는 미스USA가 되는 게 미국과 전 세계 곳곳의 불우한 여성들을 도울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했다. 미스USA가 되면 각종 봉사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그 누구보다 많다. 또 한 가지, 누구든지 꿈을 꾸면 이룰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바로 태권도 정신이기도 하다. 내가 5수 끝에 꿈을 이뤘듯 다른 사람들에게도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미스USA는 내 열정을 드러낼 수 있는 도구였다."

-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선수로 활동했다. 국제대회서 우승도 여러 차례 해봤다. 엘리트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는 아니지만 참가자들의 수준은 꽤 높았다. 나는 여러 차례 미국 대표로 출전해 품새, 창작품새, 겨루기에서 모두 좋은 성적을 냈다."

- 태권도로 몸매도 가꿨다고.

"태권도는 내 몸매 유지의 비결이다. 일주일에 두 세번은 시간을 내 2시간 정도 운동을 하는데 반드시 태권도를 30분 이상 한다. 태권도를 하고 나면 온 몸에서 땀이 줄줄 난다. 정말 훌륭한 전신운동이다. 태권도는 내가 여성들에게 자신있게 권할 수 있는 몸매 관리 방법이다."

산체스는 태권도를 하는 것만큼이나 행복한 일을 앞두고 있다. 바로 결혼이다. 산체스는 오는 10월 헐리우드에서 영화배우로 활동 중인 다니엘 보코(32·미국)와 캘리포니아주 샌디애고 근교에서 야외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 미래의 남편도 태권도인인가.

"태권도의 '태'자도 모르는 사람이다. 하지만 내가 태권도를 가르칠 예정이다. 테니스, 농구, 미식축구 등 못하는 게 없을 정도로 운동신경이 좋은 친구이기 때문에 태권도도 금방 배우지 않을까."

- 태권도와 남편 중 하나를 택하라면.

"짓궂은 질문이다. 평생 해온 것과 평생 함께 할 사람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겠는가. 둘 다 놓치고 싶지 않다, 하하."

- 니아 산체스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

"태권도인으로선 세계 태권도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다양한 행사에 참여해 태권도를 알리고, 세계태권도연맹의 세계선수권을 응원할 것이다. 개인적으론 어려운 여성들을 더 돕고 싶고, 리포터, MC 등 다양한 일도 경험하고 싶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사진=IS포토, WTF 제공

동아시안컵 한국 중국에 2-0 완승, \"다음은 일본이다\"

박인비,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기적적인 역전우승

[이순철 진심] 로저스, 13경기 8승은 해야 투자 대비 성공

송재우 해설위원 "'스윙맨 경험' 로저스, 한화에 적합"

조범현 감독, 원정 감독실 찾아 '옛제자' 박세웅 칭찬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