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갈 한국 선수? 이젠 손흥민 말고 '자격미달'

김현기 2015. 8. 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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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박진업기자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손흥민 말고는 잉글랜드 진출할 선수가 없다?

박지성이 ‘축구종가’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지 10년, 그러나 이젠 한국인 선수들을 잉글랜드에서 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세계 최고의 축구시장으로 발돋움한 그들의 현실이 오히려 ‘코리안리거’에게 장벽으로 다가왔다.

◇김보경 블랙번행 불발 왜?

지난 주말 축구계 화제는 김보경(26)의 블랙번행 실패였다. 자유계약 신분인 그는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블랙번 입단을 국내에서 합의하고 지난달 17일 출국, 영국 현지에서 세부협상까지 마친 상황이었다. 그러나 불의의 변수가 그의 길을 막았다. 영국 노동청이 발급하는 워크퍼밋(노동허가)가 나오지 않은 것이다. 잉글랜드축구협회는 2015~2016시즌부터 잉글랜드 각급 리그에서 뛸 수 있는 비유럽 선수 자격을 강화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0위 이내 국가의 최근 2년간 대표팀 일정을 75% 이내 소화한 선수가 그 것인데, 종전 70위 이내에서 순위가 훌쩍 상승했다. 한국은 7월 FIFA 랭킹이 52위로 이에 부족하다. 게다가 김보경은 75% 기준에도 못 미쳤다. 이에 블랙번은 잉글랜드축구협회에 특별 심사위원회 구성을 요청한 뒤 심사를 받았으나 김보경의 입단은 결국 허락되지 않았다.

김보경은 3년 전 챔피언십 카디프 시티에 입단할 때도 워크퍼밋 기준과 어긋났으나 이 땐 문제 없이 통과했다. 사실 2005년 박지성을 비롯해 이동국 김두현 조원희 이청용 윤석영 등 잉글랜드 1~2부리그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 대부분이 워크퍼밋 자격에 미치지 못했으나 특별 심사를 통해 입단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 김보경 사례는 올 여름부터 적용되는 워크퍼밋 기준에 예외가 거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유럽시장에 발을 두고 있는 한 에이전트는 “이번 사례로 한국인 선수들은 잉글랜드 구단 입단을 크게 망설일 것 같다. 독일 등으로 눈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중동행이 더 많아질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축구종가 갈 사람? 손흥민 말고 없다

잉글랜드 프로축구의 상업적 성공이 한국 선수들에겐 역풍으로 다가왔다는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프리미어리그는 날로 흥행성을 더해가며 세계 최고의 축구 시장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뛰는 잉글랜드 선수들은 정작 성장하지 못했고, 최근 국제대회에서 드러난 잉글랜드 대표팀의 실패는 아프리카와 중남미, 아시아 지역 외국인 선수 입단 규제로 이어졌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박지성 이영표가 진출하던 2005년만 해도 프리미어리그는 이탈리아 세리에A,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와 경쟁하던 시기였고, 리그 발전을 위해 좋은 외국인 선수들의 필요성이 거론되던 시기였다”며 “그러나 이젠 다르다. ‘26살로 클 만큼 큰 김보경 정도의 선수가 프리미어리그 혹은 챔피언십을 뛰는 게 과연 우리에게 어떤 도움이 될 것인가’란 근본적 의문을 잉글랜드 축구가 던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결국 강화된 워크퍼밋을 적용할 경우, 프리미어리그에 새로 진출하게 될 한국인 선수 후보는 지금으로선 손흥민 말고 없다. 잉글랜드축구협회는 이적료 1000만 파운드 이상을 호가하는 대형 선수의 경우는 워크퍼밋 자격에 못 미치더라도 잉글랜드 구단 입단을 허락하도록 만들어놓았다. 당장은 레버쿠젠에서 뛰는 손흥민이 유일하게 이를 충족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이청용이나 윤석영처럼 K리그에서 뛰다가 100~200만 파운드 이적료에 프리미어리그로 곧장 가는 일은 사라지게 됐다. ‘코리안 리거’들의 유럽행 지형도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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