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뷰] 피보다 진한 '212kg 봅슬레이 형제' 원윤종·서영우.."운명을 믿게 됐어요"

김용일 2015. 8. 3. 05:5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봅슬레이 대표팀 원윤종(왼쪽), 서영우가 지난달 30일 스포츠서울 스튜디오에서 상의를 벗은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둘의 몸무게 합은 212kg. 봅슬레이 기록에 절대적인 스타트 향상을 위해 체중 늘리기에 공을 들였다. 그럼에도 근육으로 다져진 매끈한 몸을 자랑하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은연중 만난 무언가가 운명이 되는 경우가 있다. 봅슬레이 2인승 국가대표 원윤종(30) 서영우(24·이상 경기연맹)도 썰매가 인생의 항로를 온전히 바꿀 줄 꿈에도 몰랐다. 같은 대학 체육교육과에 다니면서도 뚜렷한 교류도 없었다. 공교롭게도 나란히 썰매를 만나 태극마크까지 달게 됐고, 1년 중 11개월을 함께 동고동락하며 같은 꿈을 꾸는 피보다 진한 형제가 됐다. 지난 3월 독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썰매 사상 최고 성적인 5위를 기록한 봅슬레이 형제는 어느덧 3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메달 후보로 꼽히고 있다.
썰매의 불모지와 다름없는 한국에서 이토록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자가 드물다. 최근 평창 스타트 훈련장에서 스타트 기록을 1년 만에 0.1초 단축할 정도다. 한때 열악한 환경에서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 받던 봅슬레이는 둘의 선전을 앞세워 다수 스폰서가 참여, 국내외 전지훈련 비용과 장비를 지원하고 있다. 스포츠서울이 원윤종 서영우와 만난 건 지난달 30일. 캐나다 캘거리 전지훈련 출국을 닷새 앞두고서다.

◇상의 벗은 채 사진 촬영 어때요?
세계 정상권 실력을 겸비하면서 어느덧 질 높은 훈련을 익히고, 몸만들기에 한창이다. 봅슬레이 성적을 좌우하는 스타트 기록이 향상한 것엔 지난 4개월간 주력한 몸집, 근력 키우기가 한몫했다. 오전 6시부터 윗몸일으키기 1000개, 아침 식사 후엔 스쿼트 위주의 웨이트트레이닝을 반복한다. 오후 스타트 훈련과 50m 달리기를 반복했더니 허벅지 둘레가 사이클 선수가 비슷해졌단다. 올림픽을 바라보며 매일 반복훈련을 해야 하는 이들에겐 지옥이 따로 없다. 형 원윤종이 “내 한계를 조금씩 극복하는 성취감에 이겨낸다”고 동생 서영우는 “소치올림픽 땐 막연하게 올림픽 출전만 바라봤는데, 지금 지원해주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한해 성과에 주력한다. 반복한 일상에서 재미를 찾는 것 같다”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둘은 사진 촬영 중 옷을 갈아입는 과정에서 상의 벗은 채로 가보자는 제안에 “한 번도 이렇데 찍은 적이 없다”고 웃었다. 옆에 있던 관계자가 “그렇지 않아도 체중 늘리려고 밥을 많이 먹는다는 보도만 나갔지 운동 열심히 한 건 모르시는 분이 꽤 있다. 이런 몸도 보여주는 게 좋지 않으냐”며 둘을 바라보고 웃었다.
◇동적인 형과 정적인 동생
썰매 탈 땐 한마음이나, 스트레스 해소법은 180도 다르다. 형은 동적이고, 동생은 정적인 취미를 즐긴다. 원윤종은 “축구, 농구, 배드민턴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긴다. 옛날엔 축구를 많이 했는데, 같이 공 찬 사람들이 내 몸이 커지니까 깜짝 놀란다. 농구도 가드를 보다가 센터로 바꿨다. 그런데 최근 부상 우려로 족구로 종목을 갈아탔다”고 했다. 그러자 서영우는 “가끔 팀원끼리 나눠서 족구하는데, 윤종 선배랑 항상 다른 편이다. 아이스크림 내기를 하는데, (형이) 상대를 약오르게 해서 이기는 편이다. 또 상대 선수를 분석하는 편이라 피곤하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원윤종은 “구기 종목 전술 분석 등을 좋아하는 편인데 족구할 땐 상대 심리를 건드린다. 6대4 정도 승률이 더 좋은 것 같다”고 웃었다. 서영우가 즐겨 하는 건 온라인 게임이다. 그런데 썰매를 대표하는 얼굴이 된 뒤 웃지 못할 일화도 꺼냈다. “소치 대회 마치고 동네 피시방에서 게임하는데, 고등학생들이 사인받으러 왔다. 설마 얼굴까지 알아볼 줄 몰랐는데, 기분 좋으면서도 하필 피시방에서 만나게 돼 머쓱했다.”

◇봅슬레이 하지 않았다면…
5년 전 성결대 체육교육과 시절 원윤종은 신입생 서영우가 쳐다보지도 못하는 대선배였다. 당시를 떠올린 서영우는 “내가 고등학교 때 육상 선수였다. 학교 체육 대회 때 선배들이 계주를 뛰라고 해서 출전했는데 잘 못 했다. 당시 윤종 선배가 ‘너 선수 출신 맞냐’라며 호통친 기억이 있다”고 했다. 미안하듯 웃은 원윤종은 “이렇게 만나게 될지 몰랐다.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바라봤다. 봅슬레이와 운명적으로 만난 건 학교 후배이자 전 국가대표인 김동현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다른 친구와 컴퓨터시험을 보러 가는 길인데, 동현이가 (봅슬레이) 대표 선발전이 있는데 추천할 만한 사람 있느냐고 하더라. 처음엔 내 일이 아닌 것 같아 생각해보겠다고만 얘기했다. 시험보고 동네에서 친구들과 농구하는데, 내게 해보라고 하더라. 원래 선발전 기간에 친구들과 여행 가려고 했다. 친구들이 ‘다음에 가면 된다’며 적극적으로 권했다.” 봅슬레이와 만나지 않았다면 두 사람의 운명은 어땠을까. “아마 계획대로 체육교사를 하지 않았을까”라고 원윤종이 말하자, 서영우는 “스포츠 마케팅 회사에 들어갔을 것 같다”고 했다.

◇파일럿-브레이크맨 서로 다른 고충
형은 썰매를 조종하는 파일럿, 동생은 세우는 브레이크맨으로 성장했다. 각각 앞, 뒤에 앉는 포지션. 고충이 왜 없겠는가. 원윤종은 선수 생활을 포기하고 싶었을 때도 있었단다. “2012~2013시즌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때 3차 시기에 썰매가 뒤집혔다. 브레이크맨이 다쳤는데, 내가 잘못한 것 같아 미안하더라.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감독께서 ‘선수 인생에서 귀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하라’고 위로해주셔서 극복할 수 있었다. 지난 시즌 같은 경기장에 갔는데 덜컥 겁이 나더라. 다행히 좋은 성적을 내면서 전환점이 됐다. 즉 스타트가 좋아도 마무리가 좋지 않으면 파일럿은 자책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서영우는 “반대로 스타트가 저조할 땐 브레이크맨으로 미안하다. 내가 앞서 더 힘을 냈으면 상위권에 입상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목적지인 평창까지 갈 길은 머나 지금의 흐름대로 간다면 정말 사고 칠 수도 있다. 원윤종은 “살면서 다른 사람에게 관심받게 해준 종목이다. 유명해지고 싶어서 하는 건 아니나 큰 행운을 가져다준 건 맞으니 후회 없이 올림픽 무대에서 목표를 이루고 싶다”고 했다. 서영우는 “어릴 때 예능프로그램에서 봅슬레이 선수의 열악한 환경을 보고 ‘왜 하나?’ 생각한 게 사실이다. 철이 없었다. 지금 누구보다 이 종목을 사랑한다. 육상 선수로는 실패했을 수 있지만, 봅슬레이로 선배와 함께 꿈을 이루고 싶다”고 웃었다.

kyi0486@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