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토픽] 윤덕여호를 키우는 '언니들의 DNA'

2015. 8. 3.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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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대표팀 정설빈(오른쪽)이 1일 중국 우한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15동아시안컵 중국과의 1차전에서 전반 27분 선제 결승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중국전 새 얼굴 합류에도 환상적 신구조화
김정미·심서연 등 ‘베테랑 경험’ 성장동력
축구대표팀 승선 자체가 처음인 선수도, A매치에 한번도 나서지 못한 선수도 있다. A매치 경험이 가장 많은 선수도 35회에 불과하다. 2015동아시안컵(1∼9일·중국 우한)을 위해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선발한 태극전사들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대표팀에 승선한 선수들에게 고른 출전 기회를 부여 하겠다”고 선언했다. 대회 성적도 성적이지만 경험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는 인상이 강하다.

그러나 여자대표팀은 다르다. 윤덕여(54) 감독이 선택한 태극낭자들은 ‘슈틸리케호’와 많은 차이를 보였다. 이번이 대표팀 첫 발탁이거나 A매치 출전 0회인 선수는 한명도 없다. 모두가 최소 1차례 이상 A매치를 소화했다. 미드필더 손윤희(화천KSPO)와 골키퍼 윤영글(수원시시설관리공단)이 각각 1회씩 나섰을 뿐, 나머지는 비교적 많은 실전 경험을 가졌다. 적게는 7회, 많게는 98회까지 골고루 분포됐다. 실제로 김신욱(울산현대), 김주영(상하이 상강) 등 슈틸리케호에 2명 뿐인 1988년생이 ‘윤덕여호’에는 절대 다수를 차지할 정도다.

이유가 있다. 6월 캐나다여자월드컵에서 사상 첫 승과 함께 16강 위업을 달성한 윤덕여호의 당면 과제는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이다. 내년 2월 일본에서 열릴 올림픽 아시아 예선에는 2장의 올림픽 출전권이 걸려있다. 2003년 미국 대회에 이어 올 캐나다 대회까지 2차례 월드컵 무대를 밟은 한국여자축구는 아직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올림픽 남자축구는 연령 제한(23세 이하)을 두지만 여자축구는 성인 무대로 인정받는다.

따라서 세대교체와 더불어 가능성, 자신감 상승까지 3마리 토끼몰이를 해야 하는 조금은 버거운 입장이었다. 더욱이 여자부는 동아시안컵이 올림픽 예선의 전초전 성격이 짙고, 실질적인 A매치 기회가 적은 탓에 윤 감독은 “매 경기 우리에게는 소중한 기회”라며 허투로 대회를 보내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선택은 옳았다. 1일 우한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의 대회 여자부 1차전에서 한국은 환상적인 신구 조화를 보여주며 정설빈(인천현대제철)의 결승골을 앞세워 1-0 값진 승리를 따냈다. 이소담(대전스포츠토토), 이금민(서울시청) 등 기존 젊은 피와 손윤희, 김상은(이천대교) 등 새롭게 합류한 멤버들은 베테랑 언니들과 호흡을 맞추며 충분한 가능성을 입증했다.

눈부신 선방 쇼를 거듭한 수문장 김정미(인천현대제철)와 후반 초반 오른 무릎 부상으로 아웃될 때까지 투혼을 보인 심서연(이천대교) 등은 그들만이 가진 ‘경험 DNA‘를 후배들에게 이식했다. 특히 심서연은 중앙수비수가 아닌,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진 배치돼 탄탄한 1차 저지선 역할을 했다. 지소연(첼시 레이디스), 박은선(이천대교) 등 주축들이 대거 빠진데다, 이날 전가을, 조소현(이상 인천현대제철) 등이 컨디션 난조로 이탈한 상황에서 얻은 승점 3이기에 더욱 값졌다.

윤 감독은 “우리도 풀 전력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들의 공백을) 새 얼굴들이 잘 채워주며 자신감과 발전 가능성을 한층 끌어올렸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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