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여행 TALK] '롯데관광'엔 롯데가 없고 '삼성여행'엔 삼성이 없다

신익수 2015. 8. 3.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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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의 난'이 불거지면서 여행업계에도 새삼 '롯데'가 주목받고 있다.

롯데 로고를 쓰는 대표적인 여행사는 두 곳이다. 롯데그룹에서 실제로 운영하는 롯데JTB와 롯데와 전혀 지분 관계가 없는데도 롯데 브랜드를 쓰고 있는 롯데관광개발이다.

그러니까 진짜 롯데는 롯데JTB인 셈이고, 롯데관광은 무늬만 '롯데'인 셈이다. 롯데관광개발이 롯데 브랜드를 쓰게 된 건 우여곡절이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여동생인 신정희 씨가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의 부인이라는 혈연관계로 인해 롯데 상표 사용을 묵인해 오면서 관광개발 앞에 롯데가 붙었던 것. 때문에 롯데그룹이 '롯데JTB'를 공식 출범하면서 롯데관광개발과 사업영역이 겹치자 한때는 상표사용금지 청구소송까지 롯데JTB 측에서 제기한 적이 있다.

여행객들은 당연히 주의해야 한다. 신뢰도 있는 롯데그룹 계열 여행사를 통해 여행을 가고 싶다면 당연히 롯데JTB를 택해야 한다. 롯데관광개발은 롯데그룹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그냥 여행사일 뿐이다.

사실 여행업계엔 대기업의 신뢰감 있는 이미지를 등에 업은 제2, 제3의 '롯데관광개발'이 즐비하다. KATA(일반여행업협회) 홈페이지에서 '삼성'이라는 단어를 치고 회원사 검색을 하면 '삼성국제여행사(서울 마포), 삼성여행사, 삼성국제여행사(서울 중구), 삼성플러스관광'까지 4곳이 뜬다. 하나같이 삼성그룹과는 관련이 없다.

현대도 마찬가지. 현대 상호를 쓰는 여행사는 현대드림투어, 현대항공여행사, 현대관광 등 무려 6곳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게 된 건 손쉬운 여행업 등록 절차 때문이다. 여행사를 차리고 싶으면 자본금 요건만 갖춘 뒤 가까운 구청에 신고만 하면 된다. 상호? 상관없다. 지역만 겹치지 않으면 '롯데'라는 상호를 누구나 쓸 수 있다. 삼성국제여행사처럼 서울 마포와 중구에 같은 이름의 여행사가 버젓이 영업을 하게 되는 셈이다.

결국 헷갈리게 되는 건 일반 여행족이다. 롯데라는 이미지를 보고 롯데관광개발에 예약을 했는데, 그게 롯데그룹과 관련이 없는 여행사인지 일일이 걸러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KATA 관계자는 "상호는 상표와는 다른 개념이라 그룹에서도 별반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며 "예약을 하는 일반인들이 스스로 걸러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익수 여행·레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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