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환의 증시레이더] 중국 폭락하자 뒤늦게 팔라는 증권사의 속셈

이창환 기자 2015. 8. 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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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오를 것 같던 중국 증시가 6월 중순 이후 크게 떨어지면서 중국 펀드에 투자하거나 중국 증시에 상장된 종목에 직접 투자한 투자자의 근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일부 투자자는 이미 적잖은 손실을 보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올해 초 중국 증시에 투자하라던 국내 증권사들이 중국 증시가 폭락한 이후 뒤늦게 중국에 대한 비중을 축소하라고 권고해 말이 많습니다. 중국 증시에 대한 위험 신호가 이미 곳곳에서 감지됐는데 가만 있다가 ‘뒷북 조언’을 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입니다. 증시가 오를 때 ‘매수’를 떨어질 때 ‘매도’ 권유를 하는 것은 전문가가 아니더라고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4년 2000선 언저리에서 움직이던 상하이 종합지수는 2015년 6월 중순 5000선을 넘어설 정도로 거침없이 상승했습니다. 덕분에 중국 펀드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은 올 들어 한 때 40%가 넘는 수익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승승장구할 것만 같았던 중국 증시는 6월 중순 이후 냉각되면서 상하이 종합지수도 한 달 새 30%가량 떨어졌습니다. 당연히 올 들어 중국에 투자한 펀드 가운데 상당수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11월부터 상하이증권거래소와 홍콩증권거래소 간의 교차매매를 허용하는 후강퉁(滬港通) 제도가 시행되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중국 증시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여기에 중국 증시까지 상승세를 타면서 중국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본 투자자들이 많아진 것입니다.

당시 국내 증권사들은 투자자 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습니다. 일부 증권사는 중국 대형 증권사와 손잡고 중국 증시에 대한 분석을 강화했습니다. 중국 증시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증권사들은 한 목소리로 외쳤습니다.하지만 중국 증시가 내리막길을 타자 국내 증권사들은 뒤늦게 중국 주식시장에 대한 비중 축소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하나대투증권은 최근 중국 시장 투자 비중 축소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삼성증권도 최근 중국 증시 투자자들에게 중국투자 자제와 중국펀드 환매 등을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있습니다. 삼성증권은 국내 후강퉁 거래시장 점유율이 60%에 달합니다. 이 덕분에 지난 1분기 삼성증권의 해외 주식 중개 수수료는 102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4억원보다 25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유안타증권은 6월 중순 본사 차원에서 각 지점에 안내 자료를 배포해 중국 증시 비중을 축소할 것을 권유했습니다. 하지만 이 증권사는 한 달만에 투자 의견을 매수로 바꿉니다. 중국 증시가 다시 반등의 기회를 맞을 수 있다며 중국의 업종 대표주나 정책 수혜주 등에 주목할 것을 제안한 것입니다.

너무 많은 변수들이 존재하는 증시의 앞날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최근 요동치는 중국 증시에 대처하는 국내 증권사들의 자세를 보면 이들이 진짜 전문가들인가 하는 의심이 듭니다. 투자자가 매수해도, 매도해도 수수료를 받아 챙기는 증권사가 더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해 공격적인 매수를 권유하다 ‘아니면 말고’ 식의 매도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증권사의 성의 없는 혹은 자신들만을 위한 의견으로 투자자의 손실이 커진다면 투자자는 결국 주식시장을 멀리 할 것입니다. 한꺼번에 황금알을 얻기 위해 황금알을 낳은 거위를 잡은 어리석음을 경고한 우화가 생각나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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