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투자로 3억원을 20억원으로 불린 할머니

정인지 기자 2015. 8. 3. 03:2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1990년대초 평범한 차림의 50대 부인이 신한금융투자 여의도지점을 찾았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여유자금 3억원을 맡길 데를 찾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 50대 부인은 3억원 목돈을 제외하면 월수입이 오피스텔에서 나오는 100만~200만원 월세가 전부였다. 근로소득도, 연금소득도 없는 이 부인은 3억원에서 손실이 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했다. 결국 신한금융투자는 안전자산인 국공채 투자를 권했다. 이 부인은 증권사 직원의 권유에 따라 이따금 공모주에 청약한 것을 제외하고는 오로지 국공채 투자만 고수했다.

부인은 잔존만기 1~10년짜리 국공채를 다양하게 투자하면서 이자도, 만기 도래로 상환받은 원금도 고스란히 채권에 재투자했다. 자식이 성장해 결혼하면서 목돈이 필요할 때도 있었지만 자금을 거의 인출하지 않았다. 특별한 투자 철학이나 기법이 있었다기보다 훗날 자식에게 자산을 물려주겠다며 자신은 검소한 생활을 이어가면서 안정적으로 돈을 굴렸다. 3억원이면 채권 직접 투자로는 많은 금액이 아니었지만 20년 이상 채권에만 투자하는 고객이라 신한금융투자의 채권 관련 부서에서도 부인은 유명했다.

사실 안전자산인 채권 투자로 대박 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복리의 마법'이 효과를 나타내자 결과는 대박이었다. 1990년대만 해도 국내 3년물 국채금리는 13~14%에 이르는 고금리 상품이었다. 게다가 1997~98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금리가 내림세를 타면서 채권가격이 급등세를 이어갔다. 채권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최근만 해도 2012년 초 3.25%였던 기준금리는 올해까지 3년간 7차례 인하돼 현재 사상최저치인 1.5%까지 떨어졌다.

최근 5~6년간 부인의 계좌를 관리했던 박세현 신한금융투자 여의도 영업부 PB팀장은 "5년 전 부인의 계좌를 인계받았을 때만 해도 국공채 자산 규모가 13억원 수준이었는데 금리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20억여원까지 불어났다"고 말했다. 20년 넘는 세월동안 3억원의 원금은 6배 이상 불어났다. 오로지 검약과 인내가 일군 투자 성공 스토리다.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