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빠진 12개國 TPP, 골든타임 놓칠 판
미국·일본·캐나다·호주 등 12개국을 단일 경제권으로 묶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각료회의가 하와이 시각으로 1일 결론 없이 끝났다. 이달 말쯤 다시 모일 계획이지만, '7월에 합의하고 9월에 협정문을 만들어서 11~12월에 각국이 서명한다'는 원래 작전은 시간이 빠듯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일이 "쉽게 생각해 오판했다"고 썼다. 뉴욕타임스는 "다자 간 협상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줬다"고 했다.
완전한 합의까지는 아니라도 '원칙적 합의'엔 도달하겠다는 게 목표였지만, 핵심 분야에서 이익이 충돌했다. 각국 이익단체가 자국 협상단이 물러서지 못하게 으르렁댔다.
특히 싸움이 치열했던 분야가 신약 특허 보호기간이었다. 미국은 12년, 호주는 5년을 고집하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호주가 다소 누그러지려 할 때, 뉴질랜드라는 복병이 돌연 세게 나왔다. 팀 그로서 뉴질랜드 무역장관이 미국·일본·캐나다·멕시코를 향해 "유제품 수출 확대가 관철되지 않으면 신약 특허 등 다른 분야에서도 (미국 안에) 합의할 수 없다"고 나선 것이다. 일본 언론은 "일부 국가가 터무니없는 요구를 한다"는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일본 경제재정재생상의 발언을 크게 보도했지만, 뉴질랜드 언론은 반대로 "유제품에서 양보하면 정부가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동차에서도 멕시코가 강하게 나왔다. 일본 차는 부품 상당 부분을 태국 공장에서 조달한다. 일데폰소 과하르도 멕시코 경제장관은 "부품 65%를 TPP 관내에서 조달하지 않으면 일본 차로 인정할 수 없다"고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이번 각료회의가 중요했던 이유는 이번 시기를 놓치면 자칫 협상 자체가 표류할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내년엔 미국 대선이 있다. 미·일은 연말까지 각국 정부가 협정문에 서명한 뒤, 내년 2월 의회 승인 작업에 들어가려 했다. 그래야 내년 연말 오바마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에 발효할 수 있다. 합의가 늦어지면, 미국 의회 승인이 대선 와중에 이루어지게 된다. TPP 발효도 다음 정권으로 넘어간다. 공화당 후보들은 대체로 TPP를 지지하고 있지만, 정작 곤란해지는 건 민주당 주자 힐러리다. 뉴욕타임스는 "지금까지는 힐러리가 TPP에 대한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끝까지 그럴 순 없다"고 지적했다. 힐러리는 2012년 호주에서 "(TPP가) 무역의 황금 스탠더드"라고 발언했으나, 지난주에는 "TPP는 내가 안 했다"고 몸을 뺐다.
NHK 등 일본 언론 보도에는 '이번 각료회의 때 미국이 충분히 참가국을 휘어잡지 못했다'는 조바심이 묻어났다. 폐막 때 아마리 경제재생상이 "지금 기세를 놓치면 협상이 표류할 수 있다"면서 다음 일정을 잡으려 했으나, 의장국인 미국이 "신중하게 정해야 한다"면서 정확한 날짜를 안 잡더란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1일 일본 기자들에게 "앞으로 한 번 더 회의를 하면 되는 곳까지 왔다. 최종 결판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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