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식 때 6萬 관중이 티켓 사들고 입장해 놀라"
"LA 시민의 성숙한 시민 의식으로 만들어낸 대회가 아닌가 싶어요."
나경원(52·사진) 스페셜올림픽코리아 회장(새누리당 국회의원)은 3일(한국 시각) 폐막하는 2015 LA 하계 스페셜올림픽을 이렇게 평가했다.
"개막식 때 6만명이 넘는 관중이 자발적으로 티켓을 사서 들어온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모든 운영도 일종의 발런티어(자원봉사자)가 했고요."
이번 대회는 자연스럽게 2013 평창 동계대회와 비교가 됐다. 유치부터 개최까지 도맡았던 나 회장은 "대회가 끝나니까 다들 입을 모아서 '조직이 정말 잘됐다'고 하기에 의례적인 말이거니 했는데 진짜 우리가 잘한 거였어요. LA 조직위는 좀 약했어요. 돈(예산)을 못 모았답니다. 티머시 슈라이버 SOI(스페셜올림픽국제기구) 회장도 걱정하더군요."
개막을 앞두고 노르웨이·케냐 등 4개국 선수단 1500명은 미국 땅에서 맞은 첫날 밤을 '웰컴 센터'가 차려진 로욜라 메리마운트 대학교 체육관에서 보내야 했다. 비행기가 연착하고, 셔틀버스가 파행 운행을 했으며, AD 카드 발급처엔 단 한 명이 7000명 이상의 선수단을 상대하는 소동이 겹쳤기 때문이다. 적십자가 선수들이 덮을 담요를 긴급히 지원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축제 분위기 속에 대회가 치러졌다. 나 회장은 스페셜올림픽에서 가장 인상적인 이벤트로 지적장애인과 장애가 없는 유명인들이 함께 경기하는 '통합 스포츠 체험(Unified Sports Experience)'을 꼽았다.
나 회장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학생의 통합 교육이 이런 방법을 통해 실현 가능하다고 믿는다. 장애를 가진 학생이 실질적으로 스포츠에 접근할 수 있는 또 다른 아이디어로 '특수 교사 순회제도'를 들었다. 특수 체육을 전공한 교사가 몇 학교를 맡아서 돌아가며 장애인에게 체육을 가르치는 방식이다.
스페셜올림픽 운동은 지적장애인들이 스포츠에 참가하여 적절한 지도와 격려를 받는다면 즐거움과 혜택을 누릴 수 있고, 생산적인 사회 구성원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됐다. 지적장애인들이 운동할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이 철학을 실천하는 핵심이다. "우리나라에서 스페셜올림픽 운동을 발전시켜 나가려면 자꾸 밑으로 내려가야 해요. 그래스루트(grassroots·풀뿌리)로. 마을마다 지적장애인들이 일주일, 한 달에 한 번 모여서 즐겁게 운동하는 게 중요합니다."
판사 출신 정치인인 나 회장은 "우리도 장애인차별 금지법이 있고, 장애인에게 운동할 권리를 보장하라는 법도 있지만 여전히 선언적 규정이나 다름없다"면서 "장애인들이 스포츠나 음악, 예술에 참여할 수 있도록 외국의 사례를 파악하고 나서 관련 입법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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