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이긴 벵거, 말 많을 모리뉴의 뒷 끝

김태석 입력 2015. 8. 3. 01:13 수정 2015. 8. 3.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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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커뮤니티 실드는 작은 트로피다. 시즌 개막 전 리그 챔피언과 FA컵 챔피언이 벌이는 전초전 혹은 새 시즌을 앞둔 전야제처럼 치러지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가볍게 즐기는 이벤트성 경기는 아님에는 분명하나 그렇다고 총력전을 벌이기에는 애매하다. 그래서 이겨도 크게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 하지만 은빛이 찬란히 빛나는 커뮤니티 실드 트로피를 손에 쥔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에게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드디어, 조제 모리뉴 첼시 감독을 이겼다는 상징이기 때문이다.

아스널이 2일 밤 11시(한국시각)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5 잉글랜드 FA 커뮤니티 실드에서 첼시에 1-0으로 승리했다. 아스널은 전반 24분 알렉스 옥슬레이드-채임벌린의 선제골을 끝까지 잘 지켜 승리했다.

경기를 앞두고 가장 팬들의 흥미를 자극했던 이슈는 프리미어리그의 소문 난 앙숙 벵거 감독과 모리뉴 감독의 올 시즌 첫 지략전이라는 점이었다. 프리시즌 경기에서 뛰어난 경기력을 뽐냈던 아스널을 이끄는 벵거 감독은 이번 맞대결에서는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을지 모르겠다. 아니, 꼭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을지 모를 일이다. 이 커뮤니티 실드를 앞두고 모리뉴 감독을 상대한 전적에서 13전 6무 7패, 단 한 차례도 이겨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간 벵거 감독은 패스를 바탕으로 한 유려한 경기를 펼치고도 모리뉴 감독의 단단하면서도 강력한 역습 축구를 깨지 못해 전전긍긍했다.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과 맞대결에서도 경험하지 못했던 굴욕적 전적이 13경기 째 이어진다는 것은 벵거 감독 처지에서는 자존심상하는 일이었다. 이 때문에 이 무승고리를 깨뜨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일 수밖에 없었다.

반면 모리뉴 감독은 "축구에서는 승리하거나, 비기거나, 패하거나 세 가지 얘기 뿐"이라고 했다. 아스널에게 질 수도 있고, 승패는 병가지상사이니 결과에 개의치 않는다는 자세였다. 이런 모리뉴 감독의 여유로운 자세도 벵거 감독에게는 적잖이 자극이 됐을 것이다.

내용상 아스널의 승리가 타당한 경기였다. 에이스 알렉시스 산체스를 빼고 승부에 임한 아스널은 정교하고 빠른 패스를 바탕으로 전후좌우 유려하게 볼을 돌려가며 첼시 수비진을 뒤흔들었다. 알렉스 옥슬레이드 챔벌레인의 통쾌한 왼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만든 후 경기를 영리하게 운영하며 첼시에게 만회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 1골 차 승리가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으나, 어쨌든 모리뉴 감독의 첼시를 이겼다는 것만으로도 벵거 감독에게는 충분히 의미있는 결과다.

반면 승패에 개의치 않겠다는 자세를 보였던 모리뉴 감독은 벵거 감독과 지략전에서 패한 후 벌어진 우승 세리머니에서 굉장히 놀라운 제스처를 보여 향후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아스널 선수들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축하의 뜻을 전하더니 가장 마지막에 내려온 아르센 벵거 감독과는 아예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는 준우승 메달과 상패를 관중석에 던져버리며 로커룸으로 퇴장했다. 준우승은 의미없다는, 더군다나 벵거 감독에게 패해서 얻은 결과물은 자신에겐 마치 쓰레기와 같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모리뉴 감독의 반응은 올 시즌 두 사람의 라이벌전을 더욱 뜨겁게 만드는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사진=ⓒgettyImages멀티비츠(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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