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구자는 괴로워..'전직원 연봉 7만달러' 약속한 젊은 CEO, 거센 역풍

이종선 기자 2015. 8. 3.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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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선구자는 고달픈가보다. 자신의 급여를 90% 삭감하는 대신 사내 전 직원의 연봉을 최소 7만 달러(약 8200만원)로 올려주겠다고 공언했던 한 중소기업 CEO가 거센 역풍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 시애틀의 신용카드 결제시스템 회사인 그래비티페이먼츠를 운영하는 젊은 사업가 댄 프라이스(31)는 지난 4월 미국 사회의 심각한 소득 불균형을 해결해보기 위한 야심찬 도전에 나섰다. 그러나 도전 석 달 만에 ‘혹독한’ 역풍을 맞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경영 악화로 자신의 집까지 내놓을 정도로 힘든 시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깜짝’ 발표 당시 환호하는 직원도 있었지만 불만을 품은 직원들도 있었다. 특히 이미 7만 달러 정도의 연봉을 받는 직원들의 불만이 가장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훨씬 낮은 임금을 받던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자신과 비슷한 연봉을 받게 된 사실에 그들은 박탈감을 느꼈다. 경비원, 전화상담원을 비롯해 신입 직원들은 연봉이 두 배 가까이 뛰었지만, 회사에서 오래 일한 직원을 비롯해 고액연봉자들은 인상이 미미하거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다.

프라이스 CEO는 가장 실력있는 직원 2명이 이런 정책에 불만을 품고 회사를 떠난 것이 가장 가슴 아프다고 NYT에 털어놨다. 회사를 떠난 2명 중 한명인 그랜트 모런(29)은 NYT에 “그저 회사에 출근도장만 찍고 다니는 사람들이 나와 똑같이 돈을 번다”며 “근로의욕을 꺾는 조치”라고 말했다.

고객 이탈도 이어졌다. 일부 고객들은 그의 최저 임금 인상 정책에 정치적 동기가 있다고까지 헐뜯었다. 동료 사업가들도 최소 7만 달러 연봉은 비현실적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여기에 회사의 공동 창업자이자 30%의 지분을 소유한 친형 루카스 프라이스가 회사를 잠재적 위험에 빠뜨렸다며 소송까지 제기했다.

하지만 NYT는 이런 역풍에도 불구하고 프라이스 CEO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라며 성공이냐, 실패냐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

아이다호의 시골 마을 출신인 프라이스는 19살 때이던 2004년 그래비티페이먼츠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연간 200만 달러의 수익을 내는 평범한 중소기업이었다.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4만8000 달러(약 5600만원)였다.

지난 4월 최저임금 인상 발표 당시 프라이스 CEO는 자신과 직원의 임금 격차가 너무 커서는 안 된다며 임금 인상을 ‘도덕적 의무’라고 말했다. 그의 이런 가치관은 미국의 유명 교육자 러셀 콘웰(1843~1925)의 사상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그의 조치에 대해 ‘직원의 사기를 높여 존경받는 회사로 거듭나게 했다’는 찬성론과 ‘과도한 임금으로 근로자를 나태하게 해 자본주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는 반대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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