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우리를 통일세대로 부르는 건 가혹"

안효성 입력 2015. 8. 3. 00:05 수정 2015. 8. 3.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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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한·독 대학생 한반도 통일 토론회. [안효성 기자]
안효성</br>정치국제부문 기자

“오히려 분단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제대로 된 통일 교육도 받지 못했다. 그런 우리를 ‘통일을 이뤄야 할 통일세대’라고 부르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동시통역기 너머로 한국 대학생의 푸념이 들렸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독일 통일의 상징인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에서는 ‘한·독 대학생 한반도 통일 토론회’가 열렸다. 교환학생으로 독일에 와있는 서울대 학생들과 베를린자유대 소속 대학생 16명이 참가했다.

 사회를 보던 베를린자유대 하네스 모슬러(한국학과) 교수가 “한국 청년 중 43%가 통일에 관심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여기 있는 한국 학생들은 어떤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인권과 경제적인 측면에서 통일이 필요하다” “통일이 필요한 이유를 모르겠다”로 의견이 갈렸다. 한 여학생은 “살아가기도 힘든데 골치 아픈 이야기를 왜 해야 하느냐는 생각도 솔직히 든다”고 했다.

 이번엔 독일 학생들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들은 “한국의 대학생들에겐 분단 상황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사회에서 통일에 대한 많은 토론이 없다면 통일이 필요한 이유를 찾기가 힘든 게 당연하다”고 했다. 한국 학생들은 수긍했다. 그들에게 통일은 너무나 ‘비현실적’ 이슈이기 때문이다.

 우리 대학생들에겐 취업 등 고민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통일을 진지하게 고민할 여유는 없다. 정부는 ‘통일 대박’을 외치지만 정작 ‘왜 통일을 해야 하는지’ 말해주는 사람은 없다.

 북한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시각도 통일과는 반대로 가고 있다. 통일교육원이 지난해 초·중·고 학생 11만6000명을 조사한 결과 학생들은 북한에 대해 전쟁(25.8%), 독재(25.5%), 가난(18.1%)이란 단어를 가장 많이 떠올렸다. ‘한민족’이나 ‘통일’을 떠올린 학생은 12.9%에 불과했다.

 베를린에서 만난 한 독일인은 “몇 퍼센트가 통일에 찬성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당연히 해야 한다’고만 가르칠 게 아니라 ‘왜’ 통일을 해야 하는지 젊은이들이 답을 찾게 해야 한다”고 했다. 또 “통일을 ‘정치’로만 얘기해선 안 된다. 북한에 대해 더 많이 알려줘야 한다”는 말도 했다.

 통일은 ‘당위’가 아닌 ‘현실’이어야 하고 그래야 “남과 북은 하나다”라는 동질감도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라시아 친선특급은 한반도의 통일을 기원하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독일 베를린까지 1만4400㎞를 달렸다. 한 대학생 참가자는 “폴란드에서 15년을 살다 한국에 돌아왔더니 ‘통일이 나의 일’이라는 생각이 부족했다. 하지만 열차 안에서 강의를 듣고 친구들과 토론하다 보니 ‘통일이 우리 자신의 일’임을 알게 됐다”고 했다. ‘왜’를 일깨워줄 제대로 된 통일교육이 필요하다.

안효성 정치국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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