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의 작전판] K리그산 '매직 트라이앵글', 한국형 축구의 진화

풋볼리스트 2015. 8. 2.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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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우한(중국)] 한준 기자= 그 동안 한국형 축구는 빠르게 측면을 활용하고 정신력과 조직력을 바탕으로 투지 넘치는 수비를 펼치는 스타일을 일컬었다. K리그에서 뛰고 있는 젊은 선수들을 중심에 내세운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첫 경기 중국전(2일 밤)은 한국형 축구의 진화 가능성을 보여줬다. 집요하게 중원을 공략한 창조적인 삼각편대는 축구 팬들이 오랫동안 꿈꿔온 아름다운 축구로 승리를 선사했다. 2-0 승리는 스코어 이상의 환희를 선사했다.2선 공격수로 배치된 김승대,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나선 이재성,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된 권창훈은 '매직 트라이앵글'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마법 같은 축구를 펼쳐보였다. 각각 포항스틸러스 전북현대, 수원삼성에 소속된 세 선수는 섬세한 볼 터치, 도전적인 컨트롤과 드리블, 패스 연결에 슈팅을 구사했다. 서로 간의 호흡도 척척 들어 맞았다.이미 대표팀의 주전 멤버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은 이재성은 이날 전성기의 이청용을 연상케 하는 측면 플레이메이킹을 선보였다. 자연스럽게 측면에서 중앙을 넘나들었고, 배후로 빠져 들어가는 동료 공격수들에게 절묘한 스루 패스를 보냈다.이재성이 공을 잡으면 동료들에게 공간이 생겼다. 그가 워낙 완벽하게 공을 간수하고, 수비 압박을 자신에게 끌어모은 뒤 쉽게 탈압박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다음 동작은 더 치명적이었다. 문전으로 넘겨둔 날카로운 크로스도 일품이었다.

이재성이 뿌린 공을 가장 많이 받은 선수는 김승대다. 포항에서도 '라인 브레이킹' 능력으로 찬사를 받아온 김승대는 이재성이 보낸 스루 패스를 중국 수비 오프사이드 라인을 절묘하게 무너트리며 이어 받아 결정적인 슈팅과 패스로 매듭지었다.전반 44분 선제 득점 상황은 이재성-김승대 콤비의 합작품이었다. 이재성이 오른쪽 측면에서 수비 한 명을 제치고 문전 배후로 찔러 준 패스를 김승대로 이어 받은 뒤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침착하게 마무리했다.후반 12분 이종호의 추가 득점 상황도 이재성에서 김승대로 이어진 패스 연결과 라인 깨기로 비롯되었다. 김승대가 반대편의 이종호에게 완벽한 마지막 패스를 보내며 추가 득점을 어시스트했다.이재성과 김승대의 역할이 바뀐 상황도 있었다. 전반 36분 김승대가 측면에서 찔러준 패스를 이재성이 이어 받아 문전으로 날카로운 크로스 패스를 보냈다. 권창훈이 문전에서 헤딩 슈팅을 시도했으나 아쉽게 크로스바를 넘기고 말았다.득점과 관계 된 장면에서 이재성과 김승대의 플레이가 돋보였으나, 미드필드 지역에서 빌드업의 기점이 된 권창훈의 플레이도 눈부셨다. 권창훈은 이재성이 공을 이어 받는 연결 과정에서 만 21세의 어린 나이답지 않은 노련한 볼 배급을 선보였다. 때론 과감한 드리블로, 넓은 시야를 통한 직선적인 패스로, 동료를 활용한 2대1 패스로 중국 중원을 무너트렸다.

날개형 공격수를 배제하고 중앙 집중형 전술을 시도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의도는 적중했다. 새로운 선수들로 시도한 새로운 전술은 오히려 유럽파가 출전했던 경기에서도 볼 수 없었던 창조적 축구로 귀결됐다.물론 세 선수가 이렇게 자유롭게 그라운드를 휘저을 수 있는 배경에는 동료들의 적절한 협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장현수는 권창훈의 수비 부담을 덜어주었고, 라이트백 임창우도 부지런한 이재성의 뒷 공간을 채웠다. 김승대가 파고든 공간 앞에선 이정협이 중국 센터백을 묶어 주었다.축구계에는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선 세 명의 뛰어난 연주자와 더불어 악기를 운반할 7명의 노동자가 더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세 명의 마법 같은 플레이의 뒤에 7명의 나머지 필드 플레이어의 헌신이 있었다는 것도 잊어선 안된다.두 골의 과정도 눈부셨지만,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친 수비력에 대해서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장현수, 김영권, 김주영 등 현재 중국 슈퍼리그에서 뛰고 있는 세 선수는 기대했던 대로 중국 공격수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 지 매우 잘 알고 있다는 것을 플레이를 통해 보여줬다.현대 축구는 점점 더 높은 피지컬 능력을 요구하지만, 그 속에서 더더욱 정밀한 기술과 창조적 사고를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그 동안 전자의 발전에 집중해온 한국 축구는 세계 무대에서 여전히 투박하고 기계적이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었다.

아직 시도 단계지만 중국과의 경기에서 과감하게 중앙을 파고 들며 기술과 전술이 적절히 혼재 된 플레이로 골을 만든 것은 한국 축구가 한 단계 더 진화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그 변화의 기점이 'K리그산' 선수들이라는 점은 더더욱 희망적이다. 이 세 선수가 중국전 경기력을 계속 유지한다면 유럽파 선수들이 합류해도 주전 경쟁에서 쉽게 자리를 내주지 않을 것이다.지도자 간 대결에서도 한국의 슈틸리케 감독이 앞섰다는 것이 자명한 결과였다. 알랭 페랭 감독은 정즈와 펑샤오팅 등 두 명의 베테랑 선수들을 센터백 자리에 배치한 수비적인 4-1-4-1을 들고 나왔으나 수비도 공격도 기대치와는 거리가 먼 경기력을 보였다. 한국의 창조적 공격에 정신 없이 흔들렸고, 공격 과정도 단조로웠다. 반면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이 구사한 역대 가장 창조적인 4-2-3-1로 공수 양면에서 원하는 모든 미션을 달성했다.역대 가장 경험이 부족한 대표팀이라는 평가 속에도 한국 축구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이제는 정말로 '슈틸리케 효과'에 대한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꿀 시점이 왔다. 지난 5년 간 한국은 중국을 상대로 1무 1패를 기록했다. 이번 승리로 한국은 중국 축구에 다시 공한증을 되새기게 했다.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대표팀을 만든 슈틸리케 감독의 성취에 박수를 보낸다.사진=풋볼리스트그래픽=한준 기자 풋볼리스트 주요 기사[우한 라이브] 달라진 북한 신세대, "다들 우즈벡전 보셨죠?"[우한 라이브] "한 발 더" vs "새 전술"...南北-中日 우승 방정식[인터뷰] 맨유 새 유니폼에 담긴 '특별한 디자이너' 이야기'작은 마법사' 지소연, FA컵의 '키 플레이어'[심층분석] 메시, 호날두의 발끝에 숨겨진 은밀한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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